[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 수장에 노태문(52) 사장을 새로 선임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부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노 사장이 삼성전자 안에서 스마트폰의 외주 생산 확대 전략을 주도하는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의 업체를 활용해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외주 생산을 확대하면 삼성 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품업계 입장에서는 먹거리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인사로 스마트폰 생산 외주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을 100% 외주 생산하는 애플과 달리 그동안 자체 생산을 해왔다.

그러나 2018년부터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중국 ODM업체인 윙테크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6s 생산을 맡겼다. ODM이란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외주 업체에 맡기고 주문자는 브랜드 로고만 붙여서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생산을 외부 업체에 맡긴 것은 이 때가 처음이고, 이를 주도한 것이 노태문 사장이었다. 당시 무선개발실장(부사장)이었던 그는 2018년 9월 임원진을 이끌고 윙테크를 직접 방문해 계약을 끌어냈다.

지난해 말 노태문 사장은 주요 임원 회의에서도 “현재 스마트폰 라이업을 관리하려면 품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ODM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ODM 30%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3년간 연평균 3억대 안팎을 출시한 점을 고려하면 ODM을 1억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ODM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의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대로 하락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 2위(20%)지만 선두인 샤오미(26%)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파매량에서 중저가폰은 60~70%를 차지한다. 중국 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ODM을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외주 생산이 글로벌 트렌드이자 대세다. 중국 업체들도 외주 생산 방식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량을 외주 생산하고, 레노버와 메이주는 외주 생산 비중이 각각 87%, 60%에 달한다. 200달러대 미만 제품을 ODM 방식으로 생산하는 화웨이는 지난해 외주 생산 비중을 50%까지 늘렸다. LG전자 역시 프리미엄 폰을 제외한 중저가폰을 대부분 ODM으로 생산하고, 외주 생산 비중을 기존 25%에서 올해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가트너는 지난해 54%였던 글로벌 스마트폰의 ODM‧OEM 생산 비중이 2023년 66%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국내 부품업계는 노태문 사장 체제에서 삼성전자가 ODM을 얼마나 확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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