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공급 배터리 장착 BMW·포드 전기차서 연달아 화재
배터리 문제 가능성 제기…외신 등 손해 배상 청구 보도도

▲ 포드 쿠가 PHEV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호사다마로 끝날까, 영즉필휴인 걸까.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들이 대규모 리콜사태에 잇따라 휘말려서다.

 

13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BMW는 최근 X시리즈와 3, 5, 7시리즈, 미니 컨트리맨 등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26700여대의 리콜을 발표했다

 

미국 포드도 SUV 쿠가 PHEV 27000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하고 내년 3월까지 배터리 팩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포드는 쿠가와 동일한 배터리 셀을 이용하고 있다며 준중형 SUV 이스케이프 PHEV 모델 출시까지 내년으로 미뤘다.

 

두 회사가 리콜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이유는 배터리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포드의 쿠가 PHEV8월에만 유럽에서 4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BMW PHEV 역시 8~94건의 화재사고가 났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터리 문제의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BMW는 리콜을 결정하면서 배터리 팩 생산시 내부에 유입된 불순물 때문에 차량 화재가 일어날 위험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 정부도 배터리와 관련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BMW PHEV 화재 조사 결과 배터리 셀 내부에 불순물들이 정상보다 많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제조과정에서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있다며 BMW PHEV 출고 중단을 지시하고 이미 출고된 차량을 리콜 조치하도록 했다.

 

국내외 리콜 조치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곳은 삼성SDI. 두 회사의 PHEV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삼성SDI가 공급한다.

 

미국 조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에너지정책,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등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은 가속화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연평균 25%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5년에 1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SDI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삼성SDI의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6.2%로,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사용량이 67.5% 증가하면서 순위도 5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삼성SDI는 이와 같은 성장에 힘입어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년 넘게 적자였던 중대형 전지 분야는 3분기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도달, 흑자 전환을 눈앞에 뒀다. 덕분에 전년 대비 매출액은 20.2% 증가한 3872억원, 영업이익은 61.1% 늘어난 2674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역대급 실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SDI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석유화학 등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과 달리 삼성SDI는 배터리를 포함한 에너지솔루션과 전지재료 사업만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배터리 사업은 전제 매출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이다. 때문에 재원 마련이 경쟁사보다 녹록치 않지만, 미래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는 등 질적 성장을 꾀하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 연말까지 연구·개발(R&D)8000억원이 넘는 재원을 쏟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간 최대치로, 배터리 R&D에만 80% 이상이 투입된다. 과감한 투자로 인해 삼성SDI는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소재 음극재,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내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적용, 니켈 함량을 88%까지 끌어올린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보인다.

 

삼성SDI품질 경영을 바탕으로 안전을 강조해 온 만큼,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논란이 자못 부담스러운 눈치다. 더군다나 삼성SDI는 안전성 문제로 홍역을 앓은 경험이 있다. 갤럭시노트7 발화,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로 배터리 결함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SDIESS가 장착된 현장에서 화재사고가 10건 이상 발생, 이를 조사한 결과 배터리 문제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안전 문제와 관련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배터리 불량의) 가능성을 유럽 쪽 언론에서 얘기한 것일 뿐, 공식적인 건 아니다라며 “PHEV 배터리 양은 전기차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포드는 삼성SDI와의 공방을 감수하고서라도 책임 소재를 밝힌다는 입장으로, 삼성SDI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포드는 연이은 쿠가 PHEV 화재로 폭발차라는 오명을 쓴 데다 신차 출시도 밀려 전기차 전략마저 차질을 빚게 됐다. 내년부터 전기차 전환을 본격화하는 포드로서는 차량 품질을 털고 가야만 한다. 이와 관련, 포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초 유럽 CO2 환경규제 달성을 예상했지만, 배터리 화재 문제로 쿠가 PHEV 모델 판매를 중단했다현재 CATL과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조달 중인 만큼 관련 이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최근에는 아예 독일 법인장이 쿠가 PHEV 화재의 원인을 배터리 셀로 지목하며 보상금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포드가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경우, BMW도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쿠가 리콜로 포드가 입은 손실액은 최소 4억달러에 달하는데, 리콜 규모가 더 큰 BMW의 손실액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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