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영 (오른쪽 부터)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3당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2019.10.14.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여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필사적으로 조 전 장관을 엄호하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조차 사퇴발표 불과 몇 시간 전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조 전 장관 사퇴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조국 사퇴를 종용했다는 설이 돌며 지지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조국 감사’로 올인(all-in)하던 자유한국당 또한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조 전 장관 사퇴 발표 직후 즉각 대책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사모펀드, 자녀 입시특혜, 웅동학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며 불거진 의혹들이다.

장관이라면 모를까, 야당으로서는 더 이상 ‘민간인’에게 공세를 퍼부을 명분이 부족해졌다. 이제 전직 법무장관이 강력 추진하던 검찰개혁으로 정쟁의 불꽃이 옮겨 붙을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시작부터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조 전 장관 사퇴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검찰개혁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손을 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정권의 검찰 장악 시나리오에 다름 아님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진짜 공정, 진짜 정의, 진짜 인권을 보장할 검찰개혁, 한국당이 앞장서서 이뤄낼 것”이라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라 주장했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연석회의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검찰개혁이 정권의 검찰 장악 시나리오라며 공수처법을 다음 국회로 넘기라 요구한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극단적 오만”이라 답했다.


▲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운영위원장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9.04.25.

민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vs 바른미래,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는 다섯 개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 중 검찰개혁을 위한 법안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외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법(백혜련·권은희 의원 발의안 각 1개) 등 네 개다.

현재 화두에 오른 공수처법은 대통령·국회의원·판사·검사·경무관 이상급 경찰 등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대통령의 경우 4촌 이내 친족) 등에 대한 범죄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발의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발의안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인데 기본적인 내용 자체는 유사하나 공수처의 독립성과 기소권 등에서 차이가 있다.

공수처장의 임명과 관련해 백 의원 안은 인사청문회를 거칠 것만을 요구하지만, 권 의원 안은 청문회와 더불어 국회의 동의까지 받을 것을 요한다. 또한 공수처 검사도 백 의원 안은 인사위 추천을 거쳐 공수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권 의원 안은 인사위 추천을 받아 처장이 임명하도록 한다. 대통령이 공수처 인사에 개입할 여지를 배제한 것이다.

기소권의 경우 백 의원 안은 공수처가 스스로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반해 권 의원 안은 일반 국민들 중 위촉한 ‘기소심의위원회(7~9명)’의 의결에 따라 공소제기를 결정하도록 한다.

민주당이 내세운 공수처 안이 ‘독립성’의 강화와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를 기치로 내세웠다면 바른미래당의 안은 공수처의 무소불위 가능성을 일부 봉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처장의 구성에 국회 동의를 요하고, 공소제기에도 제약을 둔 것이 좋은 예다.

 

▲ 이인영 원내대표(우측)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10.15.

‘포스트 조국’ 정국은 패스트트랙으로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이 사퇴직전까지 ‘불쏘시개’로서의 소임을 다했다며 흔들림 없이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가 조국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라며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바른미래당과의 연대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두 안건의 조율 문제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5일 국감대책회의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문제와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문제가 추구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진짜로 검찰개혁을 하고 싶다면 두 개의 공수처 법안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입장부터 정리하라”고 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민갑룡 경찰청장까지 참여하며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 일부나마 논의가 진척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과 달리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여지껏 이뤄지지 않아 현재 야당과의 의견 조율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전날 원내대표들끼리 회동에서 합의한 데 따라 각 당 원내대표와 원내대표가 지정한 1명 등이 참여하는 ‘2·2·2 회의’를 16일 가질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함께 참여할 의원을 정하진 못했으나 김재원 의원이 참석할 가능성이 물망에 올라 있다.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권은희 의원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처리 시기, 법안 내용 조율 등에 대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도마 위에 올라 있는 것은 처리 시기인데, 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을 이달 29일부터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첫째로 소관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간의 논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 다시 최장 90일 간의 체계·자구심사를 갖는다.

그러나 검찰개혁 법안의 경우 첫 번째 절차 자체가 이미 법사위 소관인 사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됐고, 지난 8월로 사개특위 활동기한이 끝나면서 법사위로 해당 법안들이 이관된 만큼 별도의 체계·자구심사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사개특위 및 법사위에서의 180일과 체계·자구심사 90일은 별개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이달 29일 부로 검찰개혁 법안들은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본회의 부의기간 60일인 12월 28일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그 후 열리는 첫 번째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된다.

한국당 주장대로면 별도의 체계·자구심사기간을 최장 90일까지 가져 내년 1월 27일 이후라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해진다. 이후 최장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오르지 않으면 3월 25일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된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공수처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를 ‘장기집권 사령부’라 규정하며 결사항전을 불사할 태세다.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의 공수처 안건을 ‘공안검찰 부활’이라 비판하면서도 공수처 설치 자체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민주당 이해찬, 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의 모 호텔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혁 법안 논의를 위해 열린 '정치협상회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2019.10.11.

내일 있을 교섭단체 회의 뒤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및 각 당 대표들이 참석하는 2차 정치협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문 의장이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는 21일 직후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11일 열린 1차 정치협상회의에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일정상 불참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포스트 조국’ 정국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검찰개혁 법안과 같이 패스트트랙으로 올라 있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의견정립이 되지 않고 있고 내년 4월 15일 있을 21대 총선과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여야의 극심한 대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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