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문정 인턴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맞은 국내 저비용항공업계가 국내선 운행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출혈 경쟁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여행객들의 국제선 수요가 급감했다. 특히 전 세계 181개국에서 한국발 입국금지.제한조치를 시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수는 96%까지 감소한 상태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은 지난 2월 중순 폭발적이었지만 현재는 닷새 연속으로 20명 내외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통제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저비용항공사들은 기존에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을 대폭 줄이거나 취소한 데 이어 국내선 위주로 운항 편수를 늘리고 있다. 17일 티웨이 항공은 다음 달 내내 매일 왕복 4회씩 부산~김포 노선을 부정기 운항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도 같은 노선을 하루 왕복 2회에서 4회로 증편한 바 있다.

 

항공업계는 부산~김포 노선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항공기가 운행을 중지한 상황에 그나마 수요가 유지되는 노선이라 설명했다.

 

지난 달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5주 동안 부산~김포 운항 편을 모두 합치면 959편에 달한다. 하지만 탑승객은 모두 109천여명에 불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운동의 여파로 바깥활동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 여행객 수가 감소한 탓이다. 평균 탑승률 또한 감소했다.

 

각 항공사가 밝힌 5월 부산~김포 노선 특가운임은 149백원~36100원으로 같은 구간의 KTX 요금보다 저렴해 적자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항공 수요가 평균 정도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가격경쟁과 무리한 운항 증편으로 인해 저비용항공사끼리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이렇게 무리한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항공업계가 처해 있던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저비용항공사는 총 9개다. 인구가 3억이 넘는 미국의 경우도 똑같이 9개의 저비용항공사가 영업 중이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각 국의 저비용항공사는 1~2개에 불과하다. 한국은 인구수 대비 저비용항공사 공급이 많은 구조다.

 

이 때문에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이미 과열경쟁 상태였다. 여기에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저비용항공사가 주로 취항하던 일본 노선이 타격을 받아 1차 위기에 놓인데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부진의 결정타였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 2018년 동안 국제선 여객수요는 총 10.98%, 국내선의 경우 6.42% 증가했다. 그 동안 저비용항공사가 안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는 상승하는 항공수요에 가려져 있어 드러나지 않았던 것임이 드러난다.

 

또한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1/3에 해당하는 기업이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이들 기업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수요 급감으로 인해 지난 10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BS 신용등급 하락 수순을 밟은 바 있어 모기업으로부터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제선 중단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선 운항에 나서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속적인 운항이 아닌 단발성 증편은 항공업계 공멸만 불러올 뿐 노선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정부는 저비용항공업계에 30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키로 한 상태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둔화돼 국제선 수요가 회복될 때까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최문정 인턴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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