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2월 4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며 민정수석실 문건을 들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시발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관련 최초 제보 경위 및 제보문건에 대한 당초 청와대 브리핑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지시로 민정수석실에서 자체 조사한 최초 제보 경위 및 제보문건 이첩 경과를 브리핑 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비리 의혹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제보를 받았고,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하기 전 행정관이 제보 내용을 일부 편집하여 제보 문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이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는 게 당시 청와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청와대 인사 등 13명을 재판에 넘긴 검찰의 공소장에는 제보 문건 제목이 바뀌었고, 최초 제보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 첩보서’를 청와대가 직접 생산한 것으로 적시됐다.

고민정 “새로이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로 알려진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2018년 6·13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서서히 고개를 들 때쯤이었던 지난해 12월 4일.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2017년 10월경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A씨(문해주 행정관)가 제보자(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로부터 스마트폰 SNS를 통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및 그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 받았다”고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A행정관은 제보내용이 담긴 SNS 메시지를 복사해 이메일로 전송한 후 출력했고, 행정관은 외부메일망의 제보 내용을 문서 파일로 옮겨 요약하고, 일부 편집하여 제보 문건을 정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이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어 “A행정관은 정리한 제보 문건이 업무계통을 거쳐 당시 (백원우)민정비서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추가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면서 “다만, 백원우 전 비서관은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나 제보 문건의 내용이 비리 의혹에 관한 것이어서 소관 비서관실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전달하고, 반부패비서관실이 경찰에 이첩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검찰 “새로운 범죄 첩보서를 청와대가 직접 생산”

그러나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은 당시 청와대 브리핑과 달랐다.

7일 <동아일보>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따른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문해주 행정관은 당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캠프에 있던 송병기에게 김기현 울산시장과 박기성 비서실장 등 주변 인물들의 비리 정보를 요청했고, 2017년 10월 9일경 송병기가 메일로 보내 온 ‘진정서(울산시)’ 문서파일을 열람한 후 이를 토대로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상부에 보고할 범죄 첩보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문해주 행정관은 송병기 전 부시장에게 수차례 연락해 진정서(울산시) 문서파일에 기재된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한편, 수사 착수시 우선 접촉해 필요한 진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상자의 성명이나 직함 등 수사방법, 관련 진정이나 고발사건의 진행상황 등을 확인해 상세히 부기한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제목의 범죄 첩보서를 생산했다 게 검찰의 수사내용이다.

송병기 전 부시장이 제보한 ‘진정서(울산시)’를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으로 제목을 바꾼 범죄 첩보서에는 ▶지역 토착업체와의 유착 의혹 ▶김기현 시장 비서실장 등 측근 비리 의혹 ▶울산지방경찰청 김기현 시장의 형제들에 대한 고소사건 수사 관련 등이 담겼다.

문 행정관은 범죄 첩보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당초 제보된 진정서의 주요 내용을 가공했는데 ▶2017년 6월 김기현 해외출장시 레미콘 업체 대표 동행 소문(?)이 있는 등 친밀한 사이→2017년 6월 김기현 해외출장시 레미콘 업체 대표 동행하는 등 김기현과 친밀한 사이 ▶가급적 지역건설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요청→건설사에 압력을 행사 ▶비서실장과 회계과 중심 비리→비서실장이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전횡 ▶비서실장이 이OO와 골프를 치고 1주일 뒤에 이OO 승진→비서실장이 이OO에게 골프접대 및 금품 수수하고 1주일 뒤에 이OO 승진 ▶울산경찰청에서 고소사건 진행→울산경찰청 내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진행 ▶뇌물수수 요구·불법토지수용→인허가 도와주는 조건으로 시행사 지분을 받기로 하고 불법토지 수용 ▶시행사 대표 등 미기재→시행사 대표 박OO 등과 친분관계 및 박OO의 깊은 개입 ▶수사 진행상황 미기재→수사팀이 최초 수사에 의지가 없다가 고소인이 반발하자 수사 적극성 보인다 등이었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정적·단정적으로 기정사실화하여 민정비서관실 첩보를 전달받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기속되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한 문 행정관이 작성한 범죄 첩보서에는 ‘레미콘업체 대표, ○○○○○ 아파트 공사현장 소장 등을 통하면 의혹 확인이 가능하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것도 있는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고소인의 반발로 최근에야 수사에 적극성을 보인다’ 등의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는 당초 제보된 송병기 진정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문 행정관은 송병기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진정서 비위정보를 가공해 진정서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 첩보서’를 직접 생산했다”고 했다.

‘제보 내용을 일부 편집해 제보 문건을 정리했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이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했던 당초 청와대 브리핑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정치적 중립성 더욱 특별히 요구돼”

문건 정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이 추가한 비위 사실은 없다고 했던 청와대의 해명이 거짓이고, 당초 제보 문건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 첩보서를 청와대가 직접 생산했다는 검찰 공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국민을 속인 게 되고 나아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게 된다.

검찰은 공소장 첫머리에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꼬집었다.

검찰은 “공직에 부여되는 정치적 비중이나 영향력을 국민 모두에게 봉사하고 책임지는 책무에 부합하지 않는 잘못된 방법을 사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선거에서 공무원에게 허용되는 정치적 활동의 한계를 벗어나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는 것”이라며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과정 및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 간 공정한 경쟁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고 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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