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확산되는 ‘반일(反日)’ 분위기에 대해 말을 아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행된 이후 일본을 찾은 신 회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개인적 친분도 있어 ‘민간 외교관’ 역할이 기대됐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말을 아꼈다.

신 회장은 16일 오전 8시 50분경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주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출장 성과와 일본과의 가교 역할 방안,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한 롯데의 영향 등의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빠르게 회의실로 입장했다.

신 회장은 이달 5일부터 15일까지 일본을 찾아 정·재계, 금융계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이 과정에서 한일관계 관련 이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만큼 반일 분위기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을 받아왔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롯데 입장에서 혹여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경우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말을 아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매년 상하반기에 한번씩 진행되는 행사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일본 경제보복 현안까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불매운동으로 롯데그룹의 시가총액이 2주 만에 1조원 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은 회의에서 일본과의 외교 분쟁 및 수출 규제에 대한 입장과 일본에서의 사업적 성과를 식품 계열사 사장단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출장에서 파악한 현지 분위기와 출장 성과 등을 이번 회의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더욱이 롯데 그룹은 이번 한·일 갈등에서 국적 논란부터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를 다수 운영하고 있어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에 대한 대책 마련이 이번 회의의 화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실제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무인양품에 대해서도 롯데상사가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아사히주류 등 기존 불매운동 대상 회사의 지분 절반가량을 롯데그룹이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소상공인들사이에서는 일본 제품과 더불어 롯데 제품도 매장 철수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앞서 15일 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산 담배와 맥주에 이어 음료·스낵·소스류까지 판매 중단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일본산 제품 외에도 일본 기업과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 제품 철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VCM은 식품, 유통, 화학, 관광·서비스 등 4개 부문(BU)에 걸쳐 하루씩 차례대로 진행된다. 회의에서는 각 부문 및 계열사들이 전략을 명확히 수립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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