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일 중국 현지서 공개행사 진행
자체 AP 의지에도 기술력 향상 지지부진
ARM·AMD와 협력으로 성능·발열 개선
애국소비 강한 중국 시장, 부품으로 우회
화웨이 빈 자리 파고들어 공급처 확보
파운드리에도 TSMC와 격차 좁힐 기회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절치부심 끝에 내놓는 차세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1080’이 오는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첫 공개된다.

 

삼성전자 중국법인 웨이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엑시노스1080 발표 행사는 진행한다.

 

엑시노스1080은 엑시노스990의 후속작으로 추정된다. 처음으로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개발한 AP. 갤럭시 A51, A71와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특화된 제품으로, 기존 7나노 공정 AP보다 CPU(중앙처리장치)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코어텍스 A78, GPU(그래픽처리장치)AMD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보다 CPU20%, GPU25% 각각 향상될 전망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AP 기술 경쟁력 가다듬는 삼성

 

AP는 스마트폰의 두뇌에 헤당하는 핵심부품이다. 연산을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을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을 담당하는 모뎀칩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AP 자체 개발에 공들여왔다. 그러나 퀄컴이나 애플 등 경쟁사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결국 지난해 자제 모바일 CPU 개발 프로젝트인 몽구스를 중단하고 ARM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낮은 성능과 발열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됐고, 결국 삼성전자는 CPUARM의 코어를, GPUAMD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 1위의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핵심 부품은 경쟁사의 제품을 탑재하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AP 기술력이 기대만큼 올라오고 있어서다.

 

 

실제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AP의 입지는 좁아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전세계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 1위는 퀄컴으로 29%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미디어텍(26%)과 하이실리콘(16%), 애플(13%) 순이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6%였던 점유율이 13%로 떨어지면 5위로 밀려났다.

 

자체 AP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삼성전자로서는 갤럭시S10까지는 내수용은 엑시노스를, 수출용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사용했지만, 결국 스마트폰 1위를 놓칠 수 없었던 만큼 결국 올해에는 갤럭시S20과 노트20, Z폴드2 등 전략 스마트폰에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주로 탑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동시에 ARM, AMD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가다듬었다

 

그 결과, 엑시노스의 성능을 대폭 향상됐다. 이와 관련, 엑스노스1080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보다 성능이 높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판슈에바오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연구소 상무는 지난달 7일 비보 행사에서 최신 5나노 공정을 사용한 엑시노스1080가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 보다 높은 성능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탄탄한 중국 시장 발판 삼아 기술력 인정·파운드리 성장 일거 양득

 

절치부심 끝에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먼저 탑재할 법도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공개행사를 갖는 것은 물론, 행사를 알리는 웨이보 게시물을 리트윗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추첨이벤트도 진행한다. ‘중국에 대한 러브콜에 적극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시장, 특히 기업간거래(B2B)를 집중 공략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방법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풍부한 시장을 갖고 있지만 강한 애국 소비로 자국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외국기업에게는 진입장벽이 상당한 시장이다. 사드 도입과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내에서의 애국 소비는 더욱 강해졌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와 하이실리콘 등이 주춤한 반사이익은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자국 업체들이 누리는 상황이 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존재감이 미약해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특수성을 감안, 좀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업체에게도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부품 수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엑스노스1080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의 5G 스마트폰 ‘X60’에 탑재될 예정이다. 향후 샤오미와 오포 등 세계 5위권에 안착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보는 지난해부터, 샤오미는 올해부터 삼성전자로부터 이미지 센서와 5G 모뎁 등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의 입지를 굳힐 경우,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점유율도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의 상승세가 기대된다.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시스템반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데, 대만 TSMC과의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TSMC 53.9%, 삼성전자 17.4%로 전망했다. 엑시노스 물량이 늘어날수록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안정적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점유율 확대도 노릴 수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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