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랩스 등 유망 스타트업 투자로 혁신기술 확보
현대차와 차량용 가전제품 선보이며 영역 확대
저가전략으로 시장 입지 다져…텔레매틱스 등 성과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LG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이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LG화학의 2차 전지 사업부를 분사시키며 미래차 핵심부품인 전기차 배터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더해 완성차 업체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미래차 내부 콘셉트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전장사업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야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직후 글로벌 자동차용 헤드라이트·조명 업체 ZKW를 인수하며 전장사업을 본격화했다.  

환경 규제로 인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장분야도 눈부신 성장을 기혹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전장사업이 LG의 미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전장사업을 주도하는 LG전자의 전장사업부는 2016년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구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내년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반영하듯 LG는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혁신 기술을 확보하고, 생할가전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분야에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 해킹 방지 기술에 투자…자율주행차 안전성 확보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산하 CVC(기업벤처캐피탈)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포르쉐, 도요타 등과 손잡고 이스라엘 벤처기업 오로라랩스(Aurora Labs)에 총 2300만달러를 투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4839억원)를 공동 출자한 펀드를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투자회사다. 모빌리티 공유 SW 스타트업인 라이드셀을 비롯해 전 세계 스타트업에 총 4600만달러(약 537억원)를 투자했다.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투자를 단행한 오로라 랩스는 2016년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 설립된 차량 자가 치유 소프트웨어 전문회사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시스템상의 결함이나 예상되는 고장을 사전에 감지, 자동 수리한다.  

이를 위해 오로라 랩스는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동시에 각종 버그와 해킹으로부터도 보호하는데 탁월한 기술력을 구현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기술인 것이다. 향후 자동차의 전장화와 맞물려 ZKW의 자동차 램프사업이나 LG전자의 자동차용 통신 텔레매틱스 사업의 기술 고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가전을 미래차 부품으로…현대차와 손잡고 내부 인테리어 개발 

특히 LG는 잘하는 ‘가전’을 바탕으로 전장에서의 입지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 앞서 LG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처음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미 성과도 내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선보인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이다.  

현대차는 내년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 ‘아이오닉’ 브랜드를 분격 선보인다.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엔진이 필요없는 만큼, 실내공간이 훨씬 넓어진다. 자율주행 기술이 실현되면 운전할 필요도 없어진다. 자동차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은 이같은 미래차의 방향성을 드러낸 공간이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일상 깊숙이 끌어들였다. 각자 자신의 생활방식과 취향, 사용목적 등에 따라 내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을 모듈화해서 부품처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젖거나 오염된 신발도 쾌적한 상태로 관리해주는 슈즈 케어를 비롯해 ▲간편하게 커피를 만드는 캡슐형 커피머신 ▲언제나 구김 없는 옷을 입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의류관리기 ▲한 여름에도 어디서나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냉장 기능을 갖춘 미니바 등이 탑재됐다.  

첨단 기술을 통해 공간의 활용 및 관리도 차별화했다. 천장에는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 디스플레이의 휘어지는 정도는 구부리는 듯한 손동작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두 명이 서로 다른 콘텐츠를 각각 시청할 수 있게 화면분할도 가능하다. 좌석의 헤드레스트에 설치된 스피커는 주변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각 좌석의 탑승자가 또렷이 들을 수 있도록 퍼스널 사운드 존을 만들어준다. 

또 차량에서 내리면 실내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UV LED 조명과 청소하는 플로어봇이 동작한다. 천장에 설치된 UV LED 조명은 실내를 살균하고, 바닥에 설치된 바(Bar) 형태의 플로어봇은 먼지를 흡입하며 바닥을 깔끔하게 청소한다. 

저가 수주로 시장 입지 다진 4년…흑자 전환 노린다

한편, LG의 전장사업에 대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장사업을 주도하는 LG전자 VS사업본부가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VS사업본부는 2015년 1조8300억원에서 지난해 5조4650억원으로 연평균 1조씩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코로나 19로 완성차 업체가 타격을 입으면서 VS사업본부는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적자는 시장 입지를 다지기 위해 과거 낮은 가격으로 수주했던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고, 인포테인먼트시스템도 GM과 벤츠 등으로 고객사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GM으로부터 ‘혁신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인포테인먼트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올해 LG전자 전장부품 수주잔고는 60조원으로 예상된다. 전년보다 13% 늘어난 수치로, 최근 완성차 수요가 회복되고,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저가 전략으로 단단히 다져온 입지에 첨단 기술력을 더해져 LG의 전장사업이 ‘효자’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