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회장님의 라면 먹방이라니, 웃긴데 진지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B급 예능을 바라보는 업계의 평가다. 그룹 총수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아재개그를 선보이자, SK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최 회장은 최근 사내 방송을 직접 진행 중이다. ‘최태원 클라쓰라는 이름의 이 방송에서 최 회장은 자신을 내려놓았다. 유명 드라마의 제목을 본딴 이 방송은 아재개그와 B급 감성이 넘실댄다. ‘(하는) () ()’으로 삼행시를 지으려 고민하던 최 회장이 혼잣말로 “1”이라고 하자 옆에서 숫자를 이용한 눈치게임인 줄 알고 “2” “3”을 외치며 벌떡 일어서는 식이다.

 

최 회장도 카메라 앞에서 주저함이 없다. ‘사회적 가치 측정을 몸으로 설명하라는 미션에 옷을 벗으려 하는가 하면, “이거 참 좋은데 표현할 수가 없네라며 유명 광고문구를 패러디 했다. 라면의 국물까지 후루룩 들이키는 먹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 회장이 이처럼 코믹한 모습으로 파격적인 외유에 나선 까닭은 18일부터 진행되는 이천포럼 때문이다. 직원들을 웃겨서라도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바이오·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SK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미래 시장에 대한 신속한 판단과 선제적 투자로 경영인 최태원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최 회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더 강한 혁신과 커다란 변화를 통해 SK의 미래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내부 구성원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최 회장은 이천포럼을 통해 SK 혁신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내부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넓혀왔다.

 

최 회장이 격변하는 시기에 SK 구성원들이 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면 비즈니스 관점을 크게 넓혀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출범함 이천포럼은 2017년 시작한 이래 SK 혁신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판 다보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경영 철학 관련 이슈를 공부하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왔다.

 

올해 이천포럼은 더 각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4차 산업으로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SK가 흔들임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 안전망 구축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로 인해 이천서브포럼도 취소하지 않고 5월 하순부터 주마다 한 번씩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포럼의 주제가 추상적이다 보니 최 회장이 직접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의 외유SK 혁신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넓히겠다는 경영자로서의 승부수인 셈이다. 그는 지난 11일 또다시 사내방송에 출연 이천포럼과 같은 학습 기회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내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딥체인지는 한번에 완성되지 않고 매년 꾸준히 계속해야 하며, 스스로 탐색하고 연구해야 그 만큼 앞서갈 수 있다면서 서버가 다운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포럼의 주제는 딥 체인지를 디자인하라’. 지난해 딥 체인지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면, 올해엔 산업기술, 경영환경, 고객취향, 지정학적 변화 등의 큰 흐름을 따라잡으며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경영진에게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준비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계열사별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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