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뺨맞고 美에 환대받은 辛동빈…文정부가 좋아할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을 겨냥해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라고 했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으로 읽혀짐과 함께 한편에선 한미동맹 이상기류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9일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선 ‘우리 한미동맹의 굳건함’이라고 했고, 나아가 지난 13일에는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라고 극찬까지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며칠 만에 ‘한심(韓心)’을 바꾸게 된 배경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주요했다는 시각이다. 신동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40여분간 면담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 2분’을 했던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문 대통령도 배석자가 동석한 확대회담 등 총 116분간의 회담을 이어갔지만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 시간은 단 ‘2분’에 불과했다는 것. 일국의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즉 문 대통령과 신 회장이 지닌 상징성과 체급 차이가 적지 않다는 점과 또 신 회장이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40분간 마주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과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 완화 조치’를 우선하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이견 등으로 삐걱거리는 한미동맹이 아이러니컬하게 대기업을 통해 돈독해지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국내에선 적폐 신세지만 해외가면 ‘훌륭한 파트너’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한미동맹 강화에도 일조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회심의 승부수’에 대해 살펴봤다.

 

中에 ‘사드보복  맞은 

징역살이부터 밀월행보까지

아마도 롯데그룹이 주한미군에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면서 시작됐을 것이란 의구심이 적지 않다.


중국 정부가 롯데를 겨냥한 노골적인 경제적 보복을 가한 게.

중국 당국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중국 내 112개에 달하는 롯데마트와 5개 백화점에 각종 트집을 잡으면서 영업을 중단시켰고, 이로 인해 롯데제과 및 롯데칠성 현지공장도 적자가 진행되면서 문을 닫게 됐다.

또한 중국판 롯데월드를 목표로 착수한 ‘선양롯데타운’ 사업은 돌연 건축 중단결정이 내려졌고, 중국에서만 수조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봤는데도 롯데그룹은 여전히 ‘사드’라는 영향권 안에 있다.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사이에선 ‘롯데’는 금기어라고 한다. 중국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명동 롯데면세점은 ‘사드 보복’의 여파로 직원이 손님보다 많은 매장이 됐다.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부침을 겪는 롯데그룹 뿐 아니라 ‘왕자의 난’을 겪고 진정한 롯데의 주인이 된 신동빈 회장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차례 법정에 서게 됐다.

그는 2017년 12월 22일 롯데그룹 경영비리사건과 관련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고(故) 이인영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 회장은 2018년 2월 13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부정청탁과 뇌물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8개월여의 구속수감 생활을 마치고 같은 해 10월 5일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 회장은 이날 출소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0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2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걸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법정구속된지 8개월 만에 석방됐다.

 

트럼프, 韓에 “美 안 좋아하는 나라”라고 한거 맞나

출소한 신 회장은 작년 11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 롯데케미칼 ECC 공장 준공식 행사 전날인 지난 5월 8일(현지시각).

신동빈 회장과 일행들에겐 예상치 못한 인사가 찾아왔다. 바로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전략기획 부보좌관이다.

이때 신 회장과 일행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확신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열린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 행사 축전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대미 투자다. 이번 투자는 미국의 승리이자 한국의 승리이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후 신 회장은 지난 13일 오후 4시 15분께 백악관 집무실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약 40여분간 면담을 하고, 4시 56분에 백악관을 떠났다.

신 회장을 면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롯데그룹 신 회장을 백악관에서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는 글과 함께 신 회장과의 면담 사진도 게재했다.

이어 “그들은 루이지애나에 한국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31억달러(약 3조 6500억원)를 투자했고, 미국인들을 위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튼튼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한국을 치켜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며칠 전 “(한국은)미국을 좋아하지 않는 나라”라고 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롯데그룹의 대미투자가 삐걱거리는 한·미 동맹에 훈풍을 불어넣었다는 게 일각의 평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3(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文정부 反기업정책, 기업들 탈한국 부추기나?

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 기사를 전하면서 “지난해 가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신 회장에게 이번 면담이 뜻 깊은 반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가 중국으로부터 당해온 보복과 피해를 잘 알고 있다”며 “롯데에 대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가 백악관 초청과 면담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14일자)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가 중국 정부에게 보복을 당한 롯데와 신 회장을 위로 차원에서 치켜세웠다는 해석이다.

또한 이번 롯데그룹의 대규모 대미투자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사실상 사드보복으로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롯데가 친기업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높은 상속세 등의 반(反)기업 정책들이 결국 수익은 줄고 비용 부담만 커지게 된 우리 기업들의 탈(脫)한국 현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에 환대받은 辛…文정부가 보복할까 걱정”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백악관 면담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대미투자를 한 신 회장을 열렬히 환대한 것은 그가 타고난 장사꾼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면서도 “신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대한 대접을 받은 것을 두고 현 정부가 ‘친일 프레임’을 씌워 보복을 하진 않을지 걱정된다”며 우려감을 내비쳤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과 진보좌파 세력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백악관 면담을 시샘 또는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롯데그룹에 덧 씌어진 ‘친일기업’ 프레임을 이용한 반일감정을 조장하지 않겠냐는 것.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신 회장을 치켜세우며 ‘한미동맹의 굳건함’,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 등을 운운한 대목은 정치적 ‘레토릭(수사)’에 불과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수십조원대의 무기를 구매하고도 ‘단독회담 2분’을 한 문재인 대통령에 비해 미국에 약 3조 6500억원을 투자한 신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대와 한미동맹 굳건함이라는 레토릭을 이끌어 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대법원 판결 앞둔 辛…내년 재선 앞둔 트럼프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사무라이식 경영’ 특성상 해외투자에 대한 전권은 신 회장이 쥐고 있다. 만약 신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대미투자에 대한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루이지애나주는 내년 재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우리나라 재계 순위 5위 기업으로 화학과 유통, 호텔 등에서 연간 100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근무하는 임직원도 총 13만명으로 ‘매머드 그룹’이라 불린다. 이는 롯데그룹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월드타워 불꽃축제'에서 화려한 불꽃들이 타워 주위를 수놓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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