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귀국 후 첫 현장 행보로 롯데정밀화학 선택
“ESG 경쟁력 강화‥친환경·고부가 투자 나서달라”
글로벌 스페셜티 화학기업 향한 의지 드러내

▲ 신동빈 롯데 회장이 18일 오후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방문해 응용실험실 내 메셀로스 제품이 사용된 배기가스 정화용 자동차 세라믹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그룹)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주문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귀국한 뒤 첫 현장 경영으로 화학 계열사 사업장을 선택했다. 화학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내우외환으로 진통을 겪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에서 롯데마트가 철수하며 2조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고, 형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구설에 올랐다. 올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이 크게 부진했다. 롯데는 오프라인과 내수, 유통사업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데, 그룹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유통의 경우, 롯데쇼핑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80% 이상 감소하면서 고전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지난 3월 점포 구조조정을 밝힌 데 이어 8월 롯데지주 대표를 교체하는 강수까지 두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그룹의 체질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미래 전략 수정 등을 위해서다. 

 

특히 신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기조에 대응하고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화학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신 회장은 전날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둘러보고 생산현황 등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는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 등이 동행했다. 

 

신 회장이 롯데정밀화학의 생산현장을 방문한 것은 인수 후 처음. 롯데는 2016년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3조원에 인수했다.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이자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롯데는 이 M&A 이후 종합화학사로 거듭나게 됐다.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친환경적인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선제적인 안전관리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19일에는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케미칼 및 롯데BP화학 생산설비도 둘러봤다. 

 

신 회장은 화학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2차전지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며 관심을 드러냈다. 인수 실패 이후 지난 3월 롯데케미칼을 통해 일본 쇼와덴코 지분을 1617억원에 사들이며 글로벌 스페셜티 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근 잦아진 화학 계열사 현장 행보는 신 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화학 계열사들도 투자를 강화하며 사업 고도화에 매진 중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총 1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 친환경 소재인 셀룰로스 계열 제품 생산능력을 강화 중이다. 내년 상반기엔 1150억원 규모의 건축용 첨가제 메셀로스 공장과 239억원 규모의 식의약용 제품 애니코트 인천공장 증설이 완료된다. 내후년에는 370억원 규모의 식의약용 제품 추가 증설도 끝마친다. 

 

이와 함께 친환경 촉매제인 요소수 브랜드 유록스의 개발 및 판매도 강화하는 한편, 동박·전지박 제조사인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제품 일류화를 목표로 지난해 말 울산공장 PIA(고순도이소프탈산) 설비 증설에 5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PIA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메타자일렌(MeX) 공장에도 1250억원을 투자해 안정적 원료 수급을 확보했다. 

 

롯데BP화학 또한 1800억원을 투자해 초산과 초산비닐 생산공장을 증설했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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