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기각’ 이변 없었다
건보공 “싸움 이어가겠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관계자들이 20일 판결을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성아 인턴기자)

[스페셜경제=김성아 인턴기자] 6년을 끈 담배소송의 1심 판결, 이변은 없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14년 제기한 KT&G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한국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낸 53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일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제출한 자료들은 환자들이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해당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만을 증명할 뿐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자들이 흡연 외에 다른 발병요소가 없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건보공단의 소송을 기각했다.

업계는 이변은 없었다고 말한다. 지금껏 국내에서 이루어진 담배 관련 손배소에서 원고가 승소한 판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폐암으로 사망한 유족들이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흡연은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BAT코리아 측은 “서울중앙지법의 오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KT&G도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관련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계속되는 패소에도 불구하고 담배회사에 대한 소송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라며 “앞으로도 건보공단은 담배의 피해를 밝혀나가고 담배회사의 책임을 입증해 나가겠다”라고 항소 의지를 다졌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 또한 “사법부는 현재 담배회사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담배회사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거액의 배상액 합의를 이끌어낸 경우가 많다”라며 “사법부는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취하는 담배회사의 편을 드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담배의 중독성을 은폐한 담배회사들의 제조상 결함 등으로 인한 흡연 피해로 인해 지출한 진료비가 연간 1조원을 훌쩍 넘는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흡연력이 20갑년 이상(20년 이상 하루 한 갑씩 흡연)이고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에게 공단 측이 지출한 10년치 진료비를 빅데이터로 산정한 537억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직접 손해 ▲흡연과 폐암 등 질병과의 인과관계 ▲제조물 책임 ▲불법행위 책임 ▲손해배상액의 범위 등 크게 5가지였다. 담배회사 측은 담배의 유해는 인정하지만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제조물 책임과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보공단이 흡연의 직접적 손해 주체가 아니라며 원고의 직접 손해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도 건보공단이 진료비를 지급한 환자들의 질병이 개개인의 생활습관, 유전, 주변 환경 등 흡연 이외 다른 요인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기오염과 가족력, 음주,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폐암 발병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이를 흡연 등 특정한 병인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특이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페셜경제 / 김성아 기자 sps0914@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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