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성적 대상화로 #나는호른바흐당했다 해시태그 운동 퍼져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아시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독일 기업의 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에서 기업 측의 공식 사과와 광고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일주일 만에 2만6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해당 논란은 독일 DIY용품 기업 ‘호른바흐(Hornbach)’가 지난 15일 유튜브에 46초 분량의 광고를 내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호른바흐의 광고는 백인 독일 남성 5명이 정원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이들이 더럽고 땀에 젖은 속옷을 즉석에서 벗어 흰 가운을 입은 남성들에게 건네면 속옷은 진공 보장되어 아시아 도시의 한 자판기에 진열된다. 이후 자판기에서 아시아 여성이 해당 속옷을 구매한 뒤 포장을 뜯어 냄새를 맡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이게 봄냄새지”라는 독일어 자막과 함께 광고는 끝난다. 

 

현재 이 광고로 인해 동양(아시아) 여성을 성적 대상화고 조롱한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매체문화학 박사과정을 밟는 중인 강성운씨가 트위터에서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함으로써 이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에 호른바흐 측이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 도시 삶의 질이 얼마나 나쁜지 보여주려는 거였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 해외에서도 광고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비판이 제기됐다.  

쾰른대 매체문화학 박사과정 강성운씨 비판운동 주도경위조사와 사과 요구

아시아 여성에 성적판타지를 가진 백인男 상대 만족감 주려는 광고

현재 글로벌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는 “독일 인종차별 기업 호른바흐에 항의합시다”라는 제목으로 광고 삭제와 호른바흐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됐다. 강성운 씨가 작성한 이 청원에는 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현재 2만6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청원은 한국어와 영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로 번역됐다.

강 씨는 청원 글을 통해 “호른바흐의 광고는 아시아 여성들이 남성들의 더러운 옷 냄새를 맡으며 성적으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백인 남성들을 응원하기 위해 여성의 성적 자유를 착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씨는 이어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 자신도 좋아하지 않는 가장 더러운 부분에 대해 그것

▲호른바흐 광고에서 독일 백인 남성이 옷을 벗어 건네는 모습
이 너무 훌륭하고 성적으로 흥분된다고 말해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상상해 보라”며 “광고 마지막 아시아 여성은 정확하게 이 환상을 충족시킨다”고 비판했다.

강씨는 “호른바흐는 인종차별이 아니라며 백인남성과 백인여성이 더러운 옷 냄새를 맡으며 기뻐하는 장면도 보여준다”며 “독일사회와 매체 지형에서 소수자인 아시아인의 위치를 망각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또 “호른바흐 측에 문제의 광고를 모든 채널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했다”고 썼다. 이어 “광고 책임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 아시아 여성에 대한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씨는 마지막 문단에서 “나는 독일에 있는 다음 세대의 아시아인들이 지금 우리보다 더 자긍심을 느끼고 더 존중받기를 원한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해 “아시아인들은 이국적인 존재로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농담과 성차별주의보다 더 나은 것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고마워요!”라 쓰며 글을 마무리했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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