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제약업계를 공포에 떨게 한 ‘발암추정물질’ 포비아가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고혈압 치료제에서 발사르탄이 검출된 데 이어 올해에는 위장약에서 라니티딘이 검출되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싱가포르에서 유통 중인 당뇨병 치료제에서도 발암추정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초과 검출되면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3개 품목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돼 회수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는 현지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의약품에 NDMA가 허용된 범위 이상이 함유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자체 조사에 나섰다. 메트포르민을 포함해 NDMA의 검출 가능성이 있는 원료의약품을 연구해 내년 8월 중 가능성이 높은 순서대로 밝힐 예정이다.

현재까지 싱가포르에서 문제가 된 3개 제품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원료의약품의 국내 유입 여부는 확인 중에 있다.

대체재 없는 ‘메트포르민’…의료·제약계 초긴장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에는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메트포르민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혼란뿐 아니라 제약사 입장에서도 실적 악화를 염려하지 않은 수 없는 상황이다.

메트포르민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당뇨병 1차 치료제의 원료의약품 성분이다. 이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는 고혈압·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의 복합제로도 많이 사용된다.

시장규모만 봐도 이전에 발암물질이 검출된 고혈압(발사르탄)·위장약(라니티딘)의 2배를 웃도는 정도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을 가진 인구는 501만명이다.

이 중 단독요법으로 메트포르민 처방을 받고 있는 환자는 2016년 기준 63만명이다. 여기에 2제와 3제 복합요법까지 합치면 그 수는 200만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라니티딘 발암물질 검출 전 라니티딘을 복용하던 환자수가 144만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특히 대체제가 있었던 이전 약물과 달리 메트포르민의 경우는 마땅한 대체약이 없어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될 경우 의료현장에서 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치료 공백 우려까지 나온다.

미국 내과학회(ACP)는 2017년 당뇨병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메트포르민은 다른 경구용 당뇨약 대비 효과가 크고 부작용은 적다”며 “가격도 저렴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차 치료제로 처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단일제와 복합제를 포함해 국내에서 유통·생산 중인 메트포르민 제제는 380개 품목에 달한다.
메트포르민 단일제 가운데 국내에서 많이 처방되는 제품은 대웅제약의 ‘다이아벡스’, 한올바이오파마의 ‘글루코다운오알’, 유한양행의 ‘유한메트포르민’ 등이다.

향후 NDMA 검출 결과에 따라 이들 제품에 판매중지 및 회수초지가 내려질 경우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메트포르민은 발사르탄 등과 달리 대체제가 없는 만큼 NDMA가 검출된 데 대해 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원료의약품 안전관리가 강화되면서 앞으로도 불순물 문제는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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