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200대 그룹 55세 이하 오너 현황 조사
정의선·구광모·조원태 등 회장만 14명…80년대생도 있어
이재용·정용진·이해욱 등 68년생 활발…연대 출신 최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200대 그룹 오너 가운데 그룹의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55세 이하 경영자가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X세대의 중심이었던 68년생의 활약이 두드러져, 회장에 오른 오너도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주회사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서 최대주주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는 오너가 70%를 넘었고, 3~4세 경영인도 21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경영권 승계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리하는 64개 대기업 집단과 주요 그룹 136곳을 추가해 총 200개 그룹 오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각 그룹별 오너가 중 올해 한국 나이로 55세(1966년) 이하이고, 공식적으로 회장이나 부회장 직위에 오른 오너 경영인이다. 다만 네이버 이해진·카카오 김범수·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사실상 그룹 총수지만 직위를 따로 쓰지 않아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조사에 의하면 국내 주요 200대 그룹에서 공식적으로 회장·부회장 타이틀을 쓰고 있는 55세 이하인 젊은 오너 경영자는 36명이었다. 회장 직위를 가진 오너급은 14명으로 1966~69년생 6명, 1970년 이후 출생자 8명이다. 

젊은 오너 회장급 중에서는 한일시멘트 그룹 허기호(1966년생) 회장이 가장 연장자로 꼽혔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다. 51세 되던 지난 2016년부터 한일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경인양행 김흥준(1967년) 회장은 45세 되던 2011년부터 대표이사 회장 타이틀을 달았고, 동방 김형곤(1967년) 회장도 2017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효성 조현준(1968년) 회장은 지난 2016년에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조 회장은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은 3세 경영자다. 이재준 창업자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대림 이해욱(1968년) 회장도 지난해부터 회장직을 넘겨받았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1968년) 회장은 IT그룹 총수들과 달리 오래전부터 이사회 의장 대신 대표이사를 달았다. 

70년대생 중에서는 현대차 정의선(1970년생) 회장이 최근 회장에 오르며 총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야쿠르트 윤호중 회장(1971년생)도 올해 그룹 수장 자리를 맡았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1972년생)은 36세인 지난 2007년부터, 한진 조원태(75년) 회장은 지난해 그룹 수장이 됐다. 조 회장과 동년배인 DB 김남호 회장은 올해 7월에 부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고, LG 구광모(78년생) 회장은 지난 2018년에 회장으로 등극한 뒤 이듬해 그룹 총수로 지정받았다. 

이번 조사 대상자에 포함된 14명의 그룹 회장 중 유일한 30대는 휴켐스 박주환(1983년생) 회장이다. 휴켐스는 태광실업 그룹 계열사로, 아버지 고(故) 박연차 회장이 작고하면서 올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급 오너 경영자도 2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계 문제와 관련된 인물들이 다수 눈에 띈다. 일진 허정석(1969년) 부회장, 넥센 강호찬(1971년) 부회장, 동원 김남정(1974년) 부회장,  한국콜마 윤상현(1974년) 부회장, 성신양회 김태현 부회장(1974년생) 등은 차기 회장 1순위로 꼽힌다. 그룹 내 지주회사 혹은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최다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만큼, 그룹 회장 승진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여성 중에서는 자동차 부품을 전문으로 하는 인지컨트롤스 그룹 정혜승(1972년생) 부회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41개 그룹 계열사 중 인지디스플레이 등 3곳의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포함해 총 16곳에서 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부친인 정구용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직함을 보유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1970년생)은 동생인 조현범 사장(1972년생)보다 직위상으로 한 단계 높지만 그룹 지분 상당수가 조 사장에게 넘어가 경영권을 놓고 동생과의 다툼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번에 조사된 36명의 부회장급 이상 젊은 오너 경영자 중 단일 출생년도로는 1968년에 태어난 X세대 오너 경영자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회장급 중에서는 ▲효성 조현준(1월생) ▲대림 이해욱(2월생) ▲넥슨 김정주(2월생) 회장이 포함됐다. 부회장급 중에서는 ▲두산메카텍 박진원(1월생) ▲OCI 이우현(2월) ▲동국산업 장세희(3월생) ▲삼성전자 이재용(6월) ▲이마트 정용진(9월) 부회장이 올해 53세 동갑내기 오너 경영자들이다.  

삼성전자 이재용·이마트 정용진·동국산업 장세희 부회장은 외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그룹 승계 1순위자로 꼽힌다. 두산그룹 박성용 전 회장의 장남인 두산메카텍 박진원 부회장은 장자 상속·형제 승계 원칙을 따를 경우, 차기 그룹 회장에 유력하다. OCI 이우현 부회장은 이미 공정위가 인정하는 그룹 총수로 지정된 상태여서 회장 승진 시기를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조사 대상자의 출신학교도 흥미롭다. 36명의 젊은 오너 중 학부 출신대는 연세대가 가장 많았다. 두산메카텍 박진원 부회장, 두산건설 박태원 부회장(1969년생), 일진전기 허정석 부회장, 넥센 강호찬 부회장, 인지디스플레이 정혜승 부회장 등 5명이다. 

또 학부와 석·박사를 포함해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 오너는 24명으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오일선 소장은 “최근 국내 재계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에 태어난 X세대 오너 경영자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기업을 물려받은 X세대 오너 경영인은 투명한 기업문화와 정공법 등으로 기존 세대를 뛰어넘는 성장 토대를 새롭게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창업자 때부터 이어오는 경영 관행을 답습하며 현상을 유지할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향후 그룹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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