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달러에 인수…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엔비디아, GPU·CPU 아우르며 인텔·AMD 위협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품에 안는다.

 

엔디비아는 13(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ARM400억 달러(4744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반도체 분야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세계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컴퓨팅 기능을 ARM CPU(중앙처리장치)의 방대한 에코 시스템과 결합하면 클라우드, 스마트 폰, PC, 자율 주행 자동차와 로봇 공학에서 컴퓨팅을 발전시켜 AI 컴퓨팅을 전 세계로 확장 할 수 있다두 회사의 조합이 회사와 고객을 넘어 업계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특허 독점 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ARM의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운영하겠다며 특정 고객을 차별하거나 선호하지 않는 고객 중립성을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계약금 20억달러와 주식 215억달러(보통주 4430만주), 현금 120억달러를 ARM에 지급해야 한다. ARM 직원들에게도 엔비디아 주식 15억달러어치가 주어진다. ARM이 특정 실적목표를 달성할 경우 추가로 50억달러를 현금이나 주식으로 소프트뱅크에 지급한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ARM 지분을 10% 미만 보유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의 규제당국 승인을 모두 통과하려면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비디오게임 분야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 선두업체로,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재택근무 확산과 이에 따른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액은 387000만달러에 달했다. 덕분에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뛰어넘어 세계 반도체 기업 시총 2위에 올라선 바 있다.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ARM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CPU, 서버용 반도체, AI 반도체 등의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파는 업체다.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 등 1000여곳에 이르는 세계 반도체 기업이 ARM에게 저작권료를 주고 설계도를 산다. 지난해에만 ARM 설계도를 활용해 만들어진 반도체가 230억개, 누적으론 1600억개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로 CPUGPU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며 반도체 설계·제조업체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가 인텔과 AMD와 위상을 견주며, 스마트폰 사업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ARM320억달러에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할 당시 너무 비싸게 사들였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손정희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보고 인생 최대 베팅을 했다고 자신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였다. 그러나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자금난을 겪게되자 결국 ARM을 매물로 내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번 거래로 4년만에 80억달러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다만 난관이 예상된다. ARM이 갖고 있는 파급력 때문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 외엔 제조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중립성'을 지켜왔다. 이 때문에 세계 스마트폰의 95%, 태블릿PC85%ARM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AP를 채택했지만, 문제가 없었다.

 

반면 엔비디아는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ARM의 기존 고객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허 이용을 무기삼아 경쟁사를 견제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엔비디아는 2014년에도 삼성이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었다.

 

영국 내 반대여론도 강하다. 4년 전 소프트뱅크가 인수할 당시, 일본에 유력 AP 기업이 없고영국 사업을 유지한다고 약속해 큰 저항이 없었지만, 엔비디아 미국 본사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은 이번 인수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영국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미국으로 넘어가면 영국 내 양질의 일자리도 실리콘밸리에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영국 정부도 이번 인수가 영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관련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칼럼을 통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ARM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였다. 소프트뱅크는 ARM 인수 이후에도 여전히 본사를 케임브리지에 뒀지만, 엔비디아는 오히려 이들 엔지니어를 미국 본사로 흡수시켜 본사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압박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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