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 떠넘기기 ‘갑질’ 의혹에 휩싸였던 애플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상대로 광고비와 수리비용을 떠넘겼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법원의 재판에 해당) 심의를 받고 있었다.

애플이 자사 제품을 광고하면서 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광고비를 이통사에 떠넘기고, 제품 수리비 등을 이통사에 전가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혐의를 부인하던 애플은 스스로 시정하겠다며 최근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그동안 애플은 “재벌 기업인 한국 통신3사를 대상으로 어떻게 갑질을 하느냐”라는 논리로 맞서왔다. ‘거래상 지위 남용’이라는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4일 2016년 거래상 지위 남용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애플코리아가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를 받던 사업자가 스스로 거래 질서를 개선하고 소비자 피해 규제에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공정위는 애플의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수용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시정 조처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요청을 기각하면 종전대로 심의를 진행, 위법성 판단과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에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해서 사업자가 법 위반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동의의결이 받아들여지면 불법행위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가 생기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은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애플은 프랑스에서도 이통사에 광고비를 떠넘기고 물량 구매를 강요한 혐의를 받아 소송이 진행 중이고, 대만에서는 아이폰 출고가를 통제한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한국 공정위가 애플의 거래 관행에 대해 위법하다고 결론내리고 제재를 할 경우 다른 나라 경쟁당국에겐 참고할 선례가 생길 위험이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자사의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업계에선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과징금 조치보다 오히려 이 점을 더 주목하기도 한다.

공정위 송상민 시장감시국장은 “회사 입장에선 공정위 제재를 받고 대법원까지 법리 다툼을 하는 선택이 있고 그전에 위법 여부룰 확정하지 않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료하는 선택이 있다”며 “나름대로 비용 분석을 해보고 어느쪽이 자기 상황에 적절할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애플이 공정위에 낸 시정방안에는 거래관행의 개선안을 비롯해 상대 이통사에 대한 상생방안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의결 수용 과정에선 이통사들도 애플의 시정방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낼 수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