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어디로 갔나?”…‘공공의 적’된 배달의 민족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20-01-23 10:32:25
배민-요기요 M&A 후폭풍…고속성장 속 감춰진 반감 ‘폭발’
▲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배민)’을 둘러싼 논란이 경자년 새해가 돼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와 자영업자, 배달 노동자 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가세해 연일 배민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으니, 마치 배민이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하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며 한민족의 ‘공통체성’을 강조한 광고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다.

배민은 재밌는 광고와 젊은 기업문화로 고유한 입지를 구축한 기업이다. 배달앱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배민의 독특한 감성이 배달앱의 주요 고객인 젊은 소비자층에 어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일까, 최근 행보를 보면 과연 배민이 스타트업계의 성공 신화가 맞나 싶을 만큼 온갖 잡음과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배달 앱 2위,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의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인수된 일이다. 누리꾼들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배민의 물음에 “이젠 게르만 민족이다”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던 배민과 요기요가 사실상 합쳐지면서 배달업계 시장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인상을, 배달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근무환경을 우려하고 있다. 이젠 공룡기업이 된 배민을 보는 정치권 시선도 곱지 않다.

혁신기업의 상징이라고까지 불렸던 배민이 어쩌다 ‘미운 오리 새끼’가 됐나? 배민을 둘러싼 논란과 그 이면에 깔린 사회적 반감에 대해서 짚어봤다.

 

 

성장 결실 독식한 배민…자영업자·배달원 ‘허탈’
합병 후 시장 98% 점유…전무후무한 독점구조

전국 소상공인들이 모여 새해를 맞아 서로 축하하는 하례회 자리에서 뜻밖에 배달의민족이 언급됐다. 배민이 거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그간 배달앱 수수료 부담에 시달려온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소상공인 쌓이고 쌓인 불만 폭발
15일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2020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배달의민족이라는 회사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니콘 기업(설립된 지 10년 이하고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기업) 한 개 기업이 만들어지면서 수많은 소상공인이 희생하는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배민 합병 건으로 촉발된 독과점 문제와 수수료 인상 우려를 지적했다. 그는 “배달의민족 합병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피해를 방지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13일 외부 투자자 지분 87%를 포함한 주식 100%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는 형태로 두 기업이 인수·합병(M&A)한다는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최 회장은 단순히 배민의 수수료가 비싸냐 안비싸냐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배달의 민족에 지배 당하냐 그렇지 않느냐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다규제법 이어 배민규제법?
소상공인연합회는 문제제기로 그치지 않고 국회에 이른바 ‘배민규제법’을 발의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통신판매 중개업자 수수료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없다. 배민규제법에는 중개수수료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상공인기본법의 후속법령과 시행령을 만들 때 수수료 규제 규정이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배민 등 배달앱의 등장으로 음식 자영업과 배달 시장에 성장과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맞지만, 그 결실은 배달앱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 소상공인들 입장이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2018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배달앱이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답변이 49.3%에 달했다. 이들은 배달앱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배달업체의 광고비 폭리’(41.3%)를 꼽았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서비스에 월 평균 83만900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절반인 40만4000원은 배달앱의 광고서비스 비용이다. 배달음식 시장에 배달앱이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없던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1, 2, 3위 업체가 합병해 시장점유율 9할을 차지하게 됐으니, 수수료 인상을 규제하는 배민규제법이 언급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배달 노동자는 수익창출 위한 실험용 쥐?
배달앱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배달 노동자들의 불만도 자영업자 못지않다. 배달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배민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등 처우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의 고무줄 수수료와 불합리한 근무환경을 꼬집었다. 라이더유니온이 배민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지 보름여 만이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이 일방적으로 배달료와 근무조건을 변경하는 등 라이더(배달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배달수수료나 렌트비 등 근무환경을 일방적으로 바꿔 ‘우리가 실험용 쥐냐’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민은 최근 매일 밤 9시에 주문 수, 배달원 수, 기상상황을 근거로 다음 날 배달 수수료를 책정해 공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제는 수수료 책정의 근거가 공개되지 않고, 하루 전 일방적으로 공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망 밖의 플랫폼 노동자
배민 측의 일방적인 소통방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배달원의 근무시간을 일방적으로 제한한 것도 논란이다. 배민은 지난 10일 배민 라이더스(전업 배달원)와 배민 커넥터(부업 배달원)의 주 최대 배달시간은 각각 60시간과 20시간으로 제한했다. 배달원들의 과로 예방 차원이라는 것이 사측 입장이지만, 민감한 근무조건을 소통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다시피 해 원성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민라이더스지회는 입장문을 통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랜 기간 일할 수밖에 없는 배달원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시간제한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누리꾼들도 “건당 수수료를 받는 직업에 업무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황당해했다.

문제는 배민의 배달원들이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라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 다수는 사측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따라서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배민이 소통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배민은 라이더와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계약하고 있어서 배민라이더는 노동법상 권리를 단 하나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배민은 라이더 근무 조건을 수시로, 일방적으로 바꿔왔는데, 계약사항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거나 갑질 등 부당행위가 발생할 시 개별 라이더가 대항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치권, ‘배민규제법’ 만지작…합병도 쉽지않아
배민이 바꾼 배달시장…감춰진 사회적 반감 커


정치권으로 번진 배민 논란
배민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도 가세했다. 배민 등 배달앱이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6일 배민과 DH 간 인수합병으로 독점 폐해가 우려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한 기업결합 심사를 촉구했다.

앞서 배민과 DH는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달 30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배달앱 시장을 DH가 장악하면 배달료 인상, 할인정책 축소, 수수료 인상 등 경쟁 제한이 필연적 발생하고 결국 소비자, 가맹점주, 배달노동자 등에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배달앱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배민은 합병 후에도 향후 2년간 배달수수료 올리지 않겠다 했지만 독과점적 지위 형성 후엔 그 지위를 이용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의당 민생본부도 지난 16일 국회에서 ‘배달의민족-DH 기업결합을 계기로 본 배달앱 시장 거래실태 및 상생방안 토론회’를 열고 사실상 독과점 상태가 된 배달앱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추혜선 정의당 민생본부장은 “(배달앱이) 일반적인 e커머스 시장과 다른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산업영역을 형성했다”며 “공정위가 기업 결합심사 과정에서 시장을 획정할 때 이런 현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하나의 기업이 배달앱 시장의 99%가량을 점유할 경우, 이 산업에 과연 경쟁이 남아날 수 있는지,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어질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과점 시장에서도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한 사업자가 시정 전체를 사실상 지배할 경우 어떤 불공정에 맞닥뜨릴지,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야 하고, 최근 겨우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기 시작한 배달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 환경에 미칠 영향도 세세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부 합병 유력…수수료 인화?
민주당 을지로위와 정의당 민생본부의 제안과는 상관없이,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 심사에 지난해 개정한 새로운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적용한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공정위는 혁신산업에서 이뤄지는 M&A의 경우, 합병 이후 혁신 활동이 감소할 유인이 있는지, 데이터 독과점이 생기는지 살피게 돼 있다. 개정된 기준이 배민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정위가 두 회사의 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전망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가 많지 않고, 최근 정부가 혁신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배달앱 시장의 발전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수료 인상 폭을 제한하거나 영업 확대를 제한하는 등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생 뒷전 배달앱…반감 뿌리 깊어
배민과 DH간 M&A를 바라보는 여론이 차갑다. 이해당사자인 가맹점주와 배달 노동자들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불매운동을 언급하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애국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외국계 기업에 거액에 팔렸으니 ‘먹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합병 이슈를 계기로 배민으로 대표되는 배달앱 서비스에 쌓여있던 뿌리 깊은 반감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새다.

배민의 등장으로 배달음식 시장은 크게 성장한 것은 맞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3347억원에 불과했던 배달앱 거래 규모는 2018년 3조원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5년 만에 10배가 성장했다. 그런데도 아직 성장여력이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배달음식에 의존하는 소비패턴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고, 배달앱 업체도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저변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품 유통으로 영역을 확장한 배민의 ‘B마트’, 요기요의 ‘마트 장보기’가 대표사례다.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하고, 소비자의 편의가 증대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배달앱이 ‘갑’이 되면서 그에 따른 반감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배달비의 등장이다. 배달앱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배달비는 당연히 음식값에 포함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2천원에서 많게는 5천원까지 음식값에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배달 시장 자체가 배달앱 중심으로 재편되다 보니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지 않더라도 음식점은 배달비를 당연히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배달수수료를 12.5%로 고정한 요기요와 달리 배민은 기본 수수료를 6.8%로 낮게 책정하는 대신 가맹점주가 배달앱에서 더 많이 노출되기를 원하면 광고비를 추가로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가맹점주 간 경쟁을 부추겼고, 이렇게 상승한 수수료와 광고비가 음식값을 전반적으로 인상하는 결과를 나았다. 배민이 수익모델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상생을 뒷전에 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배민을 창업해 스타트업계의 맏형이 된 김봉진 대표는 2017년 코스포 1주년 행사에서 “대한민국은 외국 기업들의 디지털경제 식민지가 돼 가고 있다. 5, 10년 뒤엔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 시장을 전부 차지해 이용자만 남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독일 기업이 국내 배달앱 시장을 독점하게 됐으니, 결과적 김 대표의 우려는 적중했다. 다만 화룡점정을 본인이 찍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이와 관련해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에 질의서를 작성해 전달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사진제공=뉴시스, 배달의민족)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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