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앞둔 ‘금소법’...금융사 ‘쩔쩔매고’ 시민단체는 ‘성에 안차’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5 10:53:50
6대 판매원칙·징벌적 과징금 제도 등…금융거래 전 과정 규제 강화
논의 과정서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 빠져…반쪽 법안 비판도
▲ 지난 1월 16일 금융정의연대가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제정안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초 발의된 지 약 8년만이다. 과도한 규제로 금융사의 영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오랜 기간 표류하다 지난해부터 잇달아 터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계기로 논의에 탄력이 붙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었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본법이다. 6대 판매규제 확대적용,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분쟁조정 실효성 제고, 소송 시 소비자 입증책임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가 각 금융업권별 법에 따라 제각각 규정돼 있던 것을 통일적으로 규제하는 원칙을 정립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금소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금융사들은 과도한 규제로 영업 활동이 위축될까 걱정한다. 시민단체·학계에서는 금소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누더기가 됐다며 불만이다.

금소법 제정이 국내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가 주요한 의제로 등장하면서부터다. 2011년 7월 당시 통합민주당 소속 박선숙 의원에 의해 첫 제정안이 발의된 이후, 국회 임기종료로 자동 폐기되기를 반복하다 지금의 형태로 20대 국회에서 막차를 탔다.

금소법, 어떤 내용 담겼나
금소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가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것이 핵심이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이중 적합성 원칙은 상품 판매 시 소비자의 재산상황,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해 부적합한 금융상품의 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적정성 원칙은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금융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등에 비추어 부적정할 경우 이를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상품 등에 적용되던 이들 원칙이 예금과 보험 등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게 된다.

판매원칙을 어길 시 강력한 제재가 부과된다. 금융회사가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한 경우 소비자는 5년 이내 해당 계약의 해지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금융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요구를 거부할 때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할 수 있다. 또 설명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의 또는 과실 입증 책임은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가진다. 판매행위 규제 위반을 통해 획득한 부당이득을 박탈하기 위한 징벌적 과징금제도도 도입된다.

분쟁조정, 소송을 통한 소비자 피해구제의 실효성도 높아진다. 조정이탈금지제도와 소송중지제도가 도입돼 조정과정에서 금융사가 이탈하는 것을 막는다.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은 분쟁조정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제소가 금지되고, 법원은 분쟁조정이 종료되지 않은 사건이 소로 제기된 경우 소송을 중지할 수 있다.

아울러 손해배상소송에서 소비자가 금융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입증 책임을 금융사가 진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설명의 위반을 입증해야 했다. 소비자는 분쟁조정과 소송 중 금융회사에 자료열감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은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며 “금융사들은 금융상품 판매, 사후관리 등 금융거래 전 과정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조직 개편 등 분주
금소법 제정으로 가장 분주한 곳은 은행이다. 금소법 논의의 시발점이 된 2008년 키코 사태는 물론, 금소법 제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 DLF 사태와 라임 사태에서 은행의 책임이 적지 않아서다. 최근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보호조직 개편에 사활을 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 국민은행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소비자 보호 권익강화 자문위원회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금융소비자의 권익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 제도와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의견 제시, 신규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향성 검토 등 자문 역할을 할 예정이다.

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사모펀드 신규 판매 중지와 과태료 처분을 받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일찌감치 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용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재편하고,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 독립 조직으로 고객보호 업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겸직 체제로 운영하던 소비자보호그룹 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독립 배치했다. 또 신속한 의사결정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상품 개발부서와 마케팅 담당 부서를 통합했다.

라임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2769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신한은행도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초 소비자보호본부를 소비자보호그룹을 재편해 소비자보호 역할을 강화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중은행 최초로 투자상품 판매정지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단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기업은행도 소비자브랜드그룹에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형금융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은행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내년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금소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사고가 터질 때마다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며 “금소법 시행 이후 분쟁조정에서 판매사가 너무 불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법안…제재 강화돼야”
금융사를 떨게 만든 금소법이지만,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에 정부안이나 의원안에 제시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도, 손해액 추정제도 등이 모두 제외됐다는 점은 법안의 한계로 지적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판매자의 위법행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3배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규정이지만, 이미 징벌적 과징금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빠졌다. 집단소송제도 금융사에 부담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집단소송제도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전면 개정안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리·중개업자의 판매수수료 고지 의무와, 투자형 상품 손해배상액 추정 규정도 아예 삭제됐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 권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도 등이 모두 빠졌고 입증책임도 원안보다 후퇴해 너무나 아쉽다”며 “무산된 것보다 낫다곤 해도 알맹이가 빠진 법안이기 때문에 상당히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소법이 사후적인 제재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사가 건전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후제재보다는 사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컴플라이언스&윤리전공 교수는 “금소법이 대형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는 과정에서 뭐가 1순위인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떠밀리 듯 통과됐다”며 “금융사들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게끔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의 사전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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