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최근 LCD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제 발목을 잡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버티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9일 업계와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BOE‧비전옥스‧차이홍그룹‧CEC판다 등 중국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올 상반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이는 LCD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TV용 LCD패널의 경우 지난 2017년 3‧4분기 이후 지난달까지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했다. 

중국 내 LCD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BOE는 올 2‧4분기에 영업이익이 68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이 중 6000만 달러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었다. BOE의 2‧4분기 매출이 41억 9100만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보조금 제외한 실익은 영업이익률 0.2%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IHS마킷은 “중국 정부 보조금 가운데 당상 부분이 영업 외 수익으로 잡힌다”면서 “보조금을 전부 제외하면 실저는 적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은 차이홍그룹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차이홍그룹은 2‧4분기에 13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정부 보조금 6900만달러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적자인 상황이다. 비전옥스의 경우도 2‧4분기에 1억 5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정부 보조금이 1억 400만 달러 이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보조금 없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LCD시장을 장악했지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로 인해서 발목을 잡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중국 기업들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발표한 것 역시도 이러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중국 업체들은 줄줄이 OLED 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총 규모만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LCD의 사업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 회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워지자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독점했던 OLED로까지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OLED시장으로 진출을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수익성이 낮은 LCD시장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게 내린 결정”이라며 “문제는 OLED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LCD시장과 같이 저가경쟁을 벌일 경우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OLED 시장에 대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