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0년만에 총수 교체...정의선 “개척자 정신으로 기회 만들자”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4 10:47:08
입사 21년만에 회장 올라..정몽구 명예회장 추대
인류·미래·나눔 목표로 ‘사랑받는 기업’ 청사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통해 리더십 확보 나설 듯
창업주 등 거론하며 ‘사업 보국’ 의지 표명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우리가 함께 꿈꾸는 미지의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회장의 취임 일성은 ‘도전과 개척’이었다. 창업자와 선대 회장, 전·현직 임직원들이 다져놓은 현대차의 ‘저돌성’을 자산 삼아 인류·미래·나눔이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변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신임회장은 14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총수 자리에 공식으로 올랐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그룹에 몸 담은 지 21년만이다.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  신입회장 선임 안건을 보고했다. 2018년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현대차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던 그의 경영 능력에 각 사 이사회는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앞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근 회장직 사임의사를 밝히고, 정 신임회장에게 총수에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인한 엄중한 경제위기 속에서 미래 혁신을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의선 체제를 통해 그룹이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정 명예회장의 거듭된 당부에 정 신임회장은 그룹 총수직에 오르기로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그동안 내연기관차의 종말과 전기자동차 등 스마트 모빌리티로의 대전환기를 맞아 현대차의 DNA에 혁신·개방을 심으며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자동차 50%, PAV(개인용 비행체) 30%, 로보틱스 20%로 사업을 재편하고 차근히 진행 중이다.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출시하고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을 70만대 수준으로 확장해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은 물론, 수소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운전자 개입없이 운행되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역량 고도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법인인 ‘모셔널’을 설립한 데 이어, 세계적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와 PAV(개인용 비행체) 공동 개발 추진, 인텔(통합제어기 센서)·메타웨이브(고성능 레이더)·퍼셉티브 오토마타(인공지능)·오로라(자율주행 개발)·바이두(자율주행 개발)·옵시스(고성능 레이더)·얀덱스(로보택시 시범사업)·그랩(차량 공유)·오토톡스(차량 간 통신 개발) 등 모빌리티 기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특히 궁극적으로 ‘연결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동 서비스 제공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정 신임회장은 올해 'CEO 2020'와 수소 모빌리티+쇼를 통해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HUB(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 도시를 제시했다. 제품과 미래 기술을 결합해 사무·여가 등 탈 것 이상의 진화된 형태의 모빌리티를 구현하고 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신임회장은 영상 취임 메시지를 통해 이같은 구상을 다시 한번 밝히며 “전세계 사업장의 임직원 모두가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의 성장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다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승·발전시키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게 정 신임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현대차의 비전을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라고 제시했다.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전제한 정 신임회장은 평소 지론인 고객 존중, 고객 행복에 그룹의 생명력이 달려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며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에 대한 시장 지배벽을 강화해 고객의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차의 결실을 이웃과 미래세대와 나누어 사회적 책임을 디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협력업체를 비롯한 사회와 다양한 이웃,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든 활동들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신임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을 비롯해 전직 경영진을 거론하며 이들을 추켜세웠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그룹이 만들어온 성과는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님과 정몽구 명예회장님을 비롯하여, 정세영 회장님, 정몽규 회장님 그리고 김철호 회장님과 전·현직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향후 정 신임회장은 현대차 그룹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올릴 것을 시사했다. 수평적 소통과 자율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구현해 그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세계 사업장의 임직원 한 분 한 분 모두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의 성장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다면 위기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여러분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 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건강과 안전이 확보되는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마련하고,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함께 꿈꾸는 미지의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그룹의 새로운 미래가 많이 기대되고, 그 여정에 제가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정 신임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해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 기아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거쳐 2018년부터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아 왔다.

 

그는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현대차로 옮긴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맞서 성장을 이끌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 수익성 개선을 강화했다. 특히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이후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다.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를 표방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신임회장을 중심으로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코로나19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한다는 그룹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인류의 삶과 행복에 기여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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