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의혹·노조갈등·세무조사 등 악재에 시름…9년 아성 무너지나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지난 9년 동안 오비맥주는 주력제품 ‘카스’를 통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넘사벽’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해왔다.


카스는 2011년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오비맥주의 아성은 지난해 3월 숙명의 라이벌인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테라’를 내놓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테라가 출시 100일만에 1억만병을 판매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는 동안 올해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5~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악화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 오비맥주는 돌파구를 찾기도 전에 각종 구설수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두 달 사이에만 벌써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분야도 세척제 성분 검출, 광고모델, 맥아 원산지, 노사갈등 등 다양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세청이 오비맥주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착수하면서 유독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특히 올해 2020년에는 맥주시장의 점유율을 두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잇단 논란으로 계속해서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실적악화라는 늪에 빠진 오비맥주의 발목을 붙잡는 각종 논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외국법인 오비맥주 겨냥한 고강도 세무조사…그 이유는?
오비맥주는 왜 ‘중국산 맥아’를 그렇게나 많이 수입했나?

지난 11월 6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이 서울 강남구 소재 오비맥주 본사를 비롯해 물류센터 및 공장 등에 사정예고 없이 투입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 등을 예치했다.


같은날 수제맥주 제조업체 더핸드앤드몰트도 조사 대상이 됐다.

 

앞서 지난 2018년 4월 오비맥주는 수제맥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더핸드앤드몰트와 더핸드앤드애플의 주식을 100%취득하고, 그해 11월 이 두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일명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통상 기업의 비자금·횡령·배임 등 특정 혐의가 있을 때 기획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오비맥주의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오비맥주와 자회사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는 오는 2월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비맥주’ 정조준 한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오비맥주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4~5년 주기로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며 모든 의혹에 대해 일축한 상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는 불법 리베이트와 역외탈세 혐의 등과 관련된 특별세무조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류 리베이트는 제조업체가 판매촉진을 위해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는 도매업체들에 현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할수록 리베이트 금액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같은 리베이트는 시장을 교란해 공정경쟁을 해치고 세금 탈루까지 이뤄질 수 있어 국세청은 리베이트 근절에 주력해왔다.

 

지난 11월에는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가 시행됐다. 다만, 업계 파장을 감안해 ‘리베이트 쌍벌제’는 오는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올해 이 주류고시 시행을 앞두고 주류업계에는 불법 리베이트 거래가 많았는데 오비맥주의 세무조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국세청은 11월 21일을 전후해 조세회피와 역외탈세 혐의를 받는 기업 60곳과 개인 111명을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5일 뒤인 26일 오비맥주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다는 점에서 역외탈세 혐의와도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벨기에 맥주회사인 ‘AB인베브’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계 회사다.


통상 외국계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국제거래조사국에서 진행하는데, 이번 오비맥주의 세무조사의 경우 조사4국에서 주도했다는 점도 이같은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풀이된다.


오비맥주가 맥주 가격 조정한 이유는?

이번 오비맥주 세무조사에 투입된 국세청 인력만 150여명에 달한다. 올해 단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고강도’ 세무조사다.


일각에서는 올해 오비맥주가 잦은 카스 가격 조정을 단행하면서 타깃이 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동안 국세청은 ‘주류 가격 명령제’를 시행하면서 가격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주류업체가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국세청과 조율을 거쳐야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주류 가격 명령제는 주류업체가 스스로 가격을 정해 신고만 하면 되는 ‘주류 가격 신고’제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오비맥주는 올해에만 네 번에 걸쳐 맥주 출고가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의 가격조정에 얽힌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오비맥주는 값싼 중국산 맥아로 맥주를 만들면서 가격을 인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체로 중국산 맥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최근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10톤에 불과했던 중국산 맥아 수입량은 2017년 1112톤, 2018년 2만8152톤 등 3년 사이 무려 ‘281%’ 가량 증가했다.


현재 국내 맥주업체 중에서 중국산 맥아를 원료로 사용하는 곳은 오비맥주뿐이다. 때문에 대규모로 수입된 중국산 맥아의 대부분을 오비맥주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중국산 맥아의 수입지역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근원지로 꼽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주류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생산지의 대기 질, 토양 상태 등을 고려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호주나 유럽·북미 등에서 생산된 맥아를 주로 사용한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측에서는 “중국에서 들여온 맥아의 원재료인 보리는 캐나다·호주산이고 재맥 기술이 앞선 중국에서 맥아로 만들어 이를 수입한 것”이라며 “중국산 맥아는 중국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는데 주로 사용했다”고 설명한 상황이다.


일단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를 사용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후폭풍은 가격인상 시점과 중국산 맥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이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앞서 오비맥주는 2016년과 올해 4월 두 차례 맥주 출고가를 각각 6%, 5.4% 인상하면서 “주요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다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2016년 11월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인상했을 당시 중국산 맥아의 톤당 추산 가격은 600달러에서 2017년 410달러로 31% 감소한 시점이었다.


또 중국산 맥아 가격이 지난해 403달러에서 올해 10월 기준 446달러로 오르기 전인 지난 4월 오비맥주는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5.4% 올렸다. 그러다가 중국산 맥아가격이 상승한 10월이 돼서야 가격을 원상 복구했다.


때문에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가격을 더 올리면서 이익을 극대화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통상 맥주가 가격은 재료비·노무비·기타 경비 등을 모두 포함해 결정되기 때문에 맥아 가격만을 고려해 출고가를 인상했다는 것은 물론 비약일 수 있다.

 

그렇지만 오비맥주는 지난해 51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1조6282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둔 상황에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출고가를 인상할 이유가 있었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오비맥주가 경쟁업체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아 많은 이윤을 얻으면서도 주기적으로 맥줏값을 올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척제 성분 검출에 광고모델 논란까지…끝없는 ‘겹악재’
치고 올라오는 하이트진로 ‘테라’…무너진 압도적 점유율

‘겹악재’ 오비맥주의 우울한 2019년

오비맥주에 대한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가격 인상, 중국산 맥아 의혹 외에 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코미디언 김준현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오비맥주 제품 외부에서 기름 성분이 묻어나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즈한국>은 지난달 12일자로 주류 도매업체 물류창고에 있는 오비맥주 제품 외부에서 메틸알코올·비소·중금속 등 화학물질이 포함된 기름 성분이 묻어난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은평구에서 10년째 주점을 운영하는 바텐더 A씨는 올해 1~2월경 오비맥주 측에 기름이 묻어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오비맥주 측은 “이게 왜 문제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문제라고 안 한다”고 반박했고, 이에 A씨는 식약처에 민원을 넣었다.


이후 4월 식약처는 제품에서 묻어나는 기름 성분은 맥주병 겉면의 긁힘이나 마찰에 따른 손상을 막기 위한 코팅제 목적으로 사용하는 ‘2종 세척제’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다만 이 코팅제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거나 섭취될 우려가 없어 식품위생법으로 제한하기 어려우므로 제조업체 측에 충분히 건조 후 제품을 출고하도록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재활용된 맥주병은 자동세척공정을 거쳐 제2종 세척제로 병을 닦은 후 고온·고압처리 후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물기는 한 방울도 남지 않도록 건조된다.


A씨는 “5월에 오비맥주 관계자들이 다시 가게를 방문해 제2종 세척제를 윤활제로 사용하고 건조를 안해서 출고된 것은 우리 과실”이라며 “다만 제2종 세척제에 팜유가 들어가고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제2종 세척제는 메틸알콜, 비소, 중금속 등이 포함된 화학물질이다.

 

오비맥주 측에서는 제2종 세척제를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은 “세척제는 섭취하거나 피부에 닿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위태로운 ‘왕좌’

이처럼 오비맥주는 올해 유독 잇단 구설수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희망퇴직·매각설 등까지 나돌면서 경영위기설까지 거론됐다.


앞서 오비맥주는 2009년 11월 30일 이전에 입사한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오비맥주의 희망퇴직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로 네 번째다.


이 과정에서 오비맥주는 노사갈등을 겪었다. 회사 측에서는 “매년 진행해왔던 일”이라는 입장인 반면, 노조 측에서는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이같은 오비맥주의 희망퇴직은 최근 실적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보다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희망퇴직으로 조합원에게만 고통을 분담하게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2년부터 맥주 시장에서 압도적인 ‘업계 1위’를 달리던 오비맥주는 올해 들어 하락세를 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신제품 ‘테라’ 열풍이 있다.


테라는 지난 3월 출시된 이후 160일 만에 2억병이 팔리면서 역대 최단기간 2억병 돌파 기록을 세웠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효과에 힘입어 시장 내 점유율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경우 올해 3분기 국내 판매량이 최소 15% 이상 감소하고 국내 시장 점유율도 5~6%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맥주 시장 점유율을 공식 집계하는 기관이 없어 업계 추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오비맥주 60%, 하이트진로 30%, 롯데칠성 10%로 파악된다.

 

그러나 현재는 오비맥주 50~55%, 하이트진로 35~40%, 롯데칠성 5~10% 수준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테라 열풍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격차는 더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의 ‘왕좌’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비맥주는 내년 1월 1일자로 벤 베르하르트 AB인베브 남아시아 지역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동안 오비맥주를 이끌어 온 고동우 사장은 AB인베브 아프리카 지역 담당 마케팅 총괄 임원(CMO)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그러나 보통 오비맥주 전임 사장들이 3년 정도의 임기를 채운 것에 비해 고 사장의 재임 기간은 2년 정도로 짧아 ‘좌천성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테라의 맹공격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신임 사장의 체제 하에서 고강도 세무조사 등 각종 악재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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