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기관사, 40도 넘는 기관실 고온 버티다 결국 탈진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 8월 열차의 운행을 책임져야 할 KTX 기장이 40도가 넘는 운전실에서 운행 도중 탈진하면서 대체 기장으로 교체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 당시 차량에는 259명의 승객이 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영일 의원(해남·완도·진도)이 확보한 ‘승무원(기장) 심신이상(KTX 열차) 발생보고’에 따르면, 지난 8월 3일 포항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산천 06호의 이 모 기장은 운행 도중 안면과 손·발 마비를 호소했고, 결국 대전역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기장은 더위에 노출된 후 전신피로감과 소화 장애 등 ‘열 탈진’ 및 ‘위십이지장염 피로증후군(의증)’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운전실 에어컨은 오전부터 고장 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은 “코레일이 폭염 대비 냉방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하면서 운전실은 제외시켰다”면서 “열차의 운행을 책임지는 기장의 근로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곧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코레일은 올해 1월 총사업비 146억 원을 들여 ‘냉방장치 부품교체 가속화’(128억), ‘외부 열차단 필름 시공, 송풍그릴 및 내부 순환 개선’(18억)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이는 운전실을 제외한 온전히 객실 승객만 위한 것이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던 코레일은 KTX 기장이 열 탈진으로 대체 기장으로 교체되는 일이 발생하고 약 2주 후인 8월 중순에서야 ‘고속차량 운전실 냉방장치 안전강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윤 의원은 “KTX 기장의 근로 환경과 컨디션은 승객의 생명·안전과 직결된다.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승객 안전의 공백으로 이어질 뻔 했다”면서 “운전실에 대한 선제적 관리와 정비는 물론 예비차량을 충분히 확보해 고장 등 이상 발생 시 즉각 교체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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