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SK그룹은 이 상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올라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현재 SK가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에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날보다 1.62% 올흔 10만 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2012년 3월 이후 역대 최고가를 갱신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증권사들의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는 11만 5000원(미래에셋대우)~14만원(유안타증권) 정도다. 지난 한 해 동안 55%가 올랐는데 앞으로 15~40% 정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은 소액 투자자 31만명(2018년 말 주주명부 기준)에게는 분명히 환영할 일이지만, SK그룹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를수록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드는 실탄이 늘어나게 된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름에도 기뻐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그동안 SK그룹은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왔다.

SK텔레콤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쪼개 투자부문 회사를 중간지주사로 세우는 방안이다. 이동통신 사업에만 머물러 있는 SK텔레콤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 바꾸고, SK하이닉스를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부적으로 보면 그룹에서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SK하이닉스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중간지주사는 지주사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는 현재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C 등을 지배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ADT캡스, SK플래닛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즉,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인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 지위에 있는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할 때 피인수 기업의 지분을 100% 사들여야 한다. 아무리 작은 회사를 인수한다고 해도 지분 전부를 사는 경우는 드물고 투자 위험도 그만큼 높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될 경우 이러한 분할 방식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지위가 SK텔테콤 또는 SK㈜의 자회사로 바뀌면서 여기서 피해나갈 수 있다. 또한 SK그룹의 계산대로 공격적인 투자와 M&A 역시 가능해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와 SK하이닉스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현행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SK하이닉스 지분 9.93%를 더 확보해야 한다. 13일 기준으로 SK하이닉스 종가 기준 약 7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저점이던 지난 6월 중순가 비교하면 2조 5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SK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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