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실적 낸 한수원의 성과급 잔치…탈원전 포상인가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탈원전 이후 지난해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자신들의 연봉은 인상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으로써 마땅히 흑자를 내야 할 한수원이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어 ‘도덕적 위험(모럴 해저드)’ 논란에 휩싸였다. 기획재정부가 설정한 공공기관 임원 연봉 인상률은 2.6%지만 한수원의 임원 연봉 인상 폭은 4~5%대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지난달 탈원전 정책을 비판한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임직원 5명에게 부실 보고서 발간을 이유로 징계 조처를 내렸다. 공기업이 연구보고서 작성자 전원을 징계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이에 한수원 안팎에서는 해당 징계 조치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내부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보복성 징계라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정부가 탈원전에도 전기료가 10%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해당 보고서에는 2030년이면 전기요금이 56%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맞서는 연구 결과가 담겼다.

탈원전 정책을 견지하는 인사들의 연봉은 오르고, 탈원전 비판 보고서를 낸 연구원 5명은 징계 조치를 받았다. 더 큰 문제는 한수원이 지난해에는 배당조차 하지 못했고, 올해만 약 1조2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한수원 임원 연봉인상’과 ‘탈원전 비판 보고서 연구원 징계’를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연봉 오른 이사회 임원은 탈원전 선봉자들
탈원전 비판 못 하게 연구원 징계 본보기

2016년 순이익만 2조4721억 원을 내던 한수원이 지난해에는 10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원전부품비리로 일부 원전을 가동하지 못했던 2013년(1883억 원 적자) 이후 첫 적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456억 원으로 전년보다 18% 줄었다. 한수원 영업이익은 2016년 3조 8472억 원에 달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개시로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 1조3972억 원, 2018년 1조145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원전 감축 로드맵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에 처한 한수원은 회사채 9000억과 해외사채 3억 달러, 약 1조 2000억 원 원의 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최악 실적에 사채 발행한 한수원, 사장·임원들 연봉은 왜 올랐나 


그러나 한수원 임원들의 연봉은 한수원의 적자와는 반대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수원 정재훈 사장의 2018년 연봉은 2억2662만 원으로, 2017년보다 4.1% 인상됐다. 5명의 상임이사의 연봉도 1인당 1억6947만 원으로 3.8% 올랐다. 상임이사는 남주성 상임감사위원, 김형섭 경영관리 부사장(관리본부장), 전휘수 기술총괄 부사장(발전본부장), 이용희 사업본부장, 이재동 품질안전본부장 등 5명이다. 이들은 작년 8월 상임이사로 합류한 김형섭 부사장 빼고는 모두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이끈 한수원 이사회 구성원이다.

이들의 연봉 인상에 모럴해저드 논란이 일자, 한수원 관계자는 “직원 2만 명 이상, 자산 50조 원 이상인 공기업과 금융공기업 외에는 공공기업 연봉이 같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임원진 연봉이 결정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시된 연봉 인상에서 작년 경영평가성과급은 2017년에 대한 성과로 당시 근무한 사람에게 주어져 2018년 4월 취임한 정 사장은 경영평가성과급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한수원의 해명에도 모럴해저드 의혹은 불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회사 적자를 주도한 임원의 연봉이 오른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공기업 적자 누적으로 재무상황이 악화하면 결국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야 하므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실적 하락에 대한 한수원·산업통상자원부의 해명이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이용률 하락이 한수원 실적에 직격탄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수원은 “격납건물 내부철판 점검 등으로 원전 이용률이 감소해 전력판매량이 줄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상처리자금이 발생했고,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사업이 표류됐고, 영업외비용 등이 7420억 원 증가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상처리금액은 5652억 원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원전 정비일수 증가에 따른 원전이용률 하락이 주원인”이라며 한수원 실적 하락이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탈원전 비판 보고서’ 작성 연구원은 모두 징계

한수원이 탈원전 정책을 비판한 직원에게는 도를 넘는 처분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수원은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한 ‘탈원전 비판 보고서’를 만들고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을 전부 징계 처분했다. 지난해 말 중앙연구원장을 지방의 발전소장으로 발령하는 ‘좌천성 인사’를 한 것이 해당 보고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중앙연구원 연구원 5명 전원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징계 절차를 실시한 것이다. 공기업이 연구보고서 작성자 전원에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연구보고서 내용 때문에 정부 코드에 맞춰 이를 묵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의 내부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경영진이 내부 단속을 위한 본보기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발간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발전 단가 분석’ 보고서에는 “현 정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에 따라 2030년 전력 판매 단가가 지금보다 5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지난 15일 현재 행정안전부 정보공개포털에 ‘보고서 오류에 따른 활용·배포 금지’로 분류된 상태다.

이 보고서와 관련해, 지난 4월 취임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던 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한수원 차원의 공식 연구결과물이 아닌 연구자 개인의견을 담은 자문보고서일뿐”이라며 “한수원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보고서 부실로 인한 징계라고 밝혔다. 한수원 감사실은 처분요구서에서 “(보고서 작성) 자문을 맡은 외부 교수가 발전단가 계산을 하면서 설비 용량을 중복 계산했는데도 연구원들은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복 계산으로 인해 전기료 인상률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오류의 정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은 탈원전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론화나 입법절차, 국민투표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행돼 현재까지도 탈원전 국민투표 등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다른 국가들(스위스‧이탈리아·독일·대만)은 입법절차나 국민투표 등을 거쳐 탈원전 정책을 진행했지만, 한국의 탈원전에는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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