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기본기 갖춰야” 자신감 넘친 삼성전자…이유는 이재용의 초격차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30 10:34:36
SK하이닉스 ‘빅딜’ 질문에 “구체적 답변 어려워” 언급 피했지만
‘CTF 기술의 원가경쟁력·안정적 공급·신제품 적기 개발’ 강조
시황 변동 속에서도 메모리 견조…파운드리 분기 최대 실적 경신
초격차 위해 첨단 기술력 강화…내년부터 EUV 공정 메모리에 적용
파운드리, 4나노 1세대 개발…더블 스택 적용 7세대 V낸드 내년 출시
설비 투자·R&D 더욱 공격적…3분기까지 영업익 대부분 재투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전략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낸드는 가격탄력성이 비교적 높은 제품입니다. 낸드 시장 변화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려면 원가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 여력과 같은 기본기가 갖춰져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29일 3분기 실적발표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다.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에 대해 “타 공급사와 관련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무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전략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이라고 운을 뗀 뒤 “낸드는 가격탄력성이 비교적 높은 제품이다. 낸드 시장 변화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려면 원가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 여력과 같은 기본기가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별화된 CTF 기술의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요구 사항에 맞춰 안정적 공급에 주력할 것”이라며 “기존 고객사와 관계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신성장 분야의 제품도 적기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우월한 기술력을 지닌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이어갈 것을 시사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에서 실적을 방어했고, 시스템에서의 성장세가 탄력이 붙어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이날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8조8000억원 영업이익 5조54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8%, 81.62%씩 늘었다. 삼성전자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상반기 재고를 확보한 IT기업들의 서버용 D램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 하락이 지속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보수적으로 변한 까닭이다. 여기에 신규 라인 초기 비용, 큰 손 화웨이의 부재 등이 맞물리면서 3분기 실적을 우려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예상을 깨고 호실적을 달성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3분기 D램은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한 자릿수 중반 성장했고 평균판매가격(ASP)은 한자릿수 후반 하락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비트그로스는 10% 후반대의 성장세를 보였으나 ASP는 10% 하락했다. 이에 따라 올 한해 D램과 낸드의 비트그로스는 2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온라인 쇼핑과 동영상 시청 등 비대면 기조가 이어지면서 노트북과 모바일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과 Z폴드2 판매량이 전년 보다 50% 가량 늘어나며 전체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5G(5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온칩(SoC)과 고화소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시스템 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역시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집중 투자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성장을 본격화했다. 2분기에 이어 또다시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IBM,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확보한 덕분이다. IBM의 차세대 서버용 CPU인 POWER 10을 비롯해 엔비디아의 신형 GPU(그래픽처리장치), 퀼컴의 5G 스마트폰용 AP칩 스냅드래곤875(가칭) 등을 연이어 따냈다. 퀼컴의 경우, 스냅드래곤 865를 비롯해 프리미엄 제품은 대만 TSMC에, 한 단계 낮은 제품은 삼성전자에 맡겨왔지만, 이번에는 주력 제품을 맡겼다. 파운드리로서의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한승원 파운드리 사업부 전무는 “주요 고객사의 SoC와 HPC(고성능 컴퓨팅)용 제품 공급 확대로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내년에도 5G 보급 확대와 HPC용 응용처 수요로 한 자릿수 후반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고성능·미세화 요구가 크게 늘고 있어, 2021년 시장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시장 점유율도 의미있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3.9%, 삼성전자 17.4%이다. 

 

이처럼 반도체가 저변을 넓히며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초격차 전략’이 있었다. 이 부회장은 첨단 기술력으로 경쟁사를 압도하고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초격차’를 실행 중이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적용한 미세공정이 대표적이다.

 

EUV는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에 필수적인 장비다. 반도체는 웨이퍼 위에 광선으로 쏘아 미세회로를 반복해서 그려 넣는 ‘노광공정’을 거친다. 회로는 머리카락의 10억분의 1에 불과한 나노미터(nm)로 촘촘하게 새긴다. 이때 쓰이는 광선은 가시광선보다 빛의 파장이 짧아야 한다. 얇은 붓으로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존 불화아르곤(ArF)은 193나노였지만, EUV는 13.5나노로 불화아르곤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 

 

더 미세하게 그려넣을 수 있는 만큼, 노광공정의 횟수를 줄여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고, 반도체의 성능과 효율도 좋아진다. 최첨단 기술 격차를 가름짓기 때문에 EUV 공정을 활용한 제품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EUV 노광장비를 이용해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기반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벌이고 있고, 최근 SK하이닉스. 인텔 등도 EUV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EUV 장비를 상용화한 곳은 ASML가 유일하고 대당 가격도 1500~2000억원 안팎의 초고가인데다 생산물량도 30대 정도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TSMC는 내년까지 EUV 노광장비 50대를 추가 구매할 계획이라, 이 부회장이 직접 물량 확보를 위해 최근 네덜란드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다녀왔다. 

 

이 부회장은 올해 현장 경영에서도 반도체를 각별히 챙겼다. 반도체 현장만 8번 찾으며 초격차 의지를 다졌다. 지난 2월에는 화성사업장을 찾아 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폈고, 6월에는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개발 로드맵과 공정기술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생산능력을 확대해 양적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올해 초 화성캠퍼스에 EUV 전용 V1 라인을 준공했고, 지난 5월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생산시설(P2) 확충을 발표했다. 단일 규모로는 최대인 P3 공장도 착공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초격차 전략을 반도체 전 공정으로 확대한다. 그 일환으로 내년에 메모리반도체에도 EUV 공정을 본격화한다. 기술 초격차를 통해 첨단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D램 1z(10나노 3세대) 제품에 EUV 공정을 적용해 주요 고객사에게 샘플을 제공하고, 1a(10나노 4세대)부터는 본격 적용한다. 이를 위해 EUV 전담조직을 꾸려 기술적 측면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경쟁사와 차별화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에서 IP 확보에도 공들인다.

 

선단 공정 개발도 이어간다. 파운드리는 4분기 5나노 2세대와 4나노 1세대 개발을 완료하고 D램은 1z 나노 전환을 확대한다. 낸드플래시는 6세대 V낸드 전환을 늘리는 동시에 내년 출시를 목표로 160단 이상 더블 스택 기술이 적용된 7세대 V낸드 개발을 진행한다. 

 

아울러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지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과 관련해서는 인텔 등 주요 고객사와 공동 마케팅 활동을 준비 중이다. DDR5는 빅데이터·인공지능·머신러닝용 초고속·고용량 제품이다. 

 

이 부회장은 2018년부터 설비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올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화웨이 제재, 일본 스가 내각 출범, 미국 대통령 선거, 세계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IT 기술 경쟁 심화 및 인수합병(M&A)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사법리스크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자, 직접 현장을 챙기며 혁신적 기술 개발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 투자도 더욱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전체 시설투자 규모는 35조2000억으로 지난해보다 30.9% 늘어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에만 28조9000억원 가량이 집행된다. 지난해 1년 동안의 시설 투자 규모(26조9000억원)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 95%에 달하는 액수다. 메모리는 향후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첨단공정 전환과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고, 파운드리는 EUV 5나노 공정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동시에 연구개발(R&D) 투자도 활발하다. 3분기까지 R&D 비용은 15조8951억원으로 분기당 5조원이 넘는 금액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보다 4% 늘어난 규모로 2년 연속 연간 R&D 비용이 20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여타 기업들이 투자에 보수적일 때 이 부회장은 오히려 투자의 속도와 규모를 늘리며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진만 전무는 “내부적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검토하며 (투자 계획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메모리 수요를 전망하고 있어 선제적인 인프라 확장을 위해 (투자 금액이) 올해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황 변동을 지켜보며 조절할 것이므로 투자 금액이 늘어도 지나친 공급 과잉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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