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온상 ‘현대글로비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핵심…이대로 괜찮나

▲본문과 직접적 관련은 없는 이미지.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재추진 임박’ 설(說)이 회자되는 가운데 개편 키워드 중 하나인 현대글로비스의 각종 비리의혹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고춧가루를 뿌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이라 공정거래법(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법률) 규제 대상기업은 아니지만, 한 때 내부거래 비중이 80%에 달했으며, 현재까지도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얻고 있는 등 오너일가 지분율만 높아지면 언제든지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화약고다.

지난 5월에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장인이 회장을 맡고있는 삼표에 일감몰아주기로 ‘통행세’를 편취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았는데, 상속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현대글로비스의 하도급 업체에 사장보다 연봉이 높은 억대연봉을 받으면서도 가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운전과 세차만 하는 낙하산 인사를 강제로 내리꽂았다가 최종적으로 사장으로 만드는 갑질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인 글로비스가 X맨이 돼 가는 형국이다. 지배구조개편에는 몇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어느 쪽이든 현대글로비스는 개편 후 ‘정의선 체제’가 완성된 현대차그룹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현대글로비스의 위험성을 집중 조명해봤다. 

 

고개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說
‘제왕적 갑질’ 논란…하도급에 ‘억대 낙하산’
일 안해도 ‘사장 연봉2배’…가끔 운전·세차만
종이한장差 ‘일감몰아주기’ 사돈社 부당지원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개편 재추진 무드가 무르익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지만 주주들이 합병비율을 문제 삼으면서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가 이른바 순환출자 형태로 돼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등에 따라 이를 해소할 것을 정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대표적인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 기아차로 내려갔다가 다시 기아차에서 현대모비스로 돌아오는 패턴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총수일가가 매입하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정공법인 지주사 전환 방식의 경우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금융회사를 정리해야하므로 감당해야 할 손실이 크다. 특히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자동차 소비 방식의 공유경제 전환에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한 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강자들이 대부분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영업에 활용해 상당한 순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이 금융사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정 수석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취득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안도 선결적으로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해야한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이라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법률(공정거래법)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지만 한 때 내부거래 비중이 80%에 달했으며, 현재까지도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2018년에 추진하다 무산됐던 방식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총수 일가가 사들이는 것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3월 현대모비스에서 모듈·AS사업부를 분리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 등을 담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냈다. 합병 후 오너들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주식 스와프(교환)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시나리오였다.

당시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 비율은 0.79 대 0.21이었고,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은 1 대 0.61이었다. 노른자로 평가받는 AS·모듈 부문을 내주는 대가로 존속 부문(미래차부품·투자사업) 주식 0.79주와 글로비스 주식 0.61주를 받게 돼 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판단됐고 결국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다만, 이같은 방식은 앞서 언급한 지주회사 전환이나 글로비스 중심 개편안 등에 비해 여전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순환출자구조 해소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 업계에서는 다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때 수정된 형태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 무드가 다시 무르익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는 등 호재를 맞았기 때문이다. 금년 초 이후 지난달 23일까지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22.8%, 현대모비스는 22.3%, 현대차는 11.8% 올랐다.

특히 유력히 거론되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간 주식 스와프를 통해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인 만큼,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서는 매각해야 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매입해야하는 현대모비스 주가는 떨어지는 것이 더 유리하지만 향후 주주총회 통과를 상정하면 일정수준 올라오고 있는 현 상황이 더 좋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모두 오르면서 오너와 주주의 만족도가 모두 충족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내부 현물 출자 재원으로 활용가능한 현대차가 올해 신차 판매 증가로 주가가 오른 것도 호재이며 우호지분으로 평가되는 국민연금의 현대모비스 지분이 기존 9%에서 10.1%로 늘어(4월공시)나는 등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 사돈기업 삼표와 ‘통행세 편취’ 논란

이같은 시나리오대로 개편이 진행된다면 정 수석부회장이 지분율 23.29%를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개편 후 현대차그룹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각종 비리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월 일감 몰아주기로 통행세를 편취했다는 의혹으로 사돈기업인 삼표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장조사를 받았다. 이 조사는 2017년 말 참여연대 등이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삼표의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 관련 신고서를 제출한 데 따라 진행된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장인, 정도원 씨가 회장으로 있는 삼표가 ‘광업회사→물류회사→현대제철’로 이어지던 현대제철의 종전 석회석 공급구조를 ‘광업회사→현대글로비스→삼표→물류회사→현대제철’로 바꿨는데 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와 삼표가 통행세를 편취해 왔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당시에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던 상황이었던 만큼 이는 정 수석부회장의 상속 재원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건용 현대로템 대표이사 부사장
의문의 억대연봉 낙하산 내리꽂기


현대글로비스는 또 지난 7월에 하도급 업체에 사장보다 연봉이 높은 억대연봉을 받으면서도 가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운전과 세차만 하는 낙하산 인사를 강제로 내리꽂았다가 최종적으로 사장으로 만드는 갑질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뉴스타파>의 지난달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소 물류회사를 운영하던 정인식(56) 씨는 지난 2011년 12월 현대글로비스의 하도급업체인 A업체를 인수했다. A업체의 매출은 100% 현대글로비스 물량으로 사실상 현대글로비스는 A업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김경배 당시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이같은 갑을관계 속에 정씨에게 A업체 인수조건으로 J 씨를 채용할 것을 요구했다. 김 전 대표는 현재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 대표다.

정씨는 2011년 11월 A업체 인수를 위해 김 전 대표를 만났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평택항 물류기지 사업장을 인수해서 운영하면 매월 최하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가량의 순수 이익금이 발생한다”며 “J를 채용해서 매월 세금 공제 후 1천만 원 씩 챙겨달라”고 말했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김 전 대표는 이어 “현대글로비스에서도 오더를 받은 사항”이라며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확답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2015년 이전에 J를 만난 적도 없고 지금도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김 전 대표가 J씨의 채용을 요구한 이틀 뒤인 동년 11월 28일 현대글로비스 본사 인근 커피숍에서 J를 소개 받았으며 이 자리에는 이건용 당시 현대글로비스 이사가 합석했다. 이 전 이사는 현재 현대로템 대표다. J씨는 경기도 용인 소재의 건축사무소 대표 직함이 적힌 명함을 건네며 “현재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했다고 한다.

정씨는 이 전 이사를 이튿날인 29일 다시 만났으며 이 이사는 J씨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조건에 대해 “매월 네트(net, 세후 금액)로 1천만 원, 그로쓰(gross, 세전 금액)로 하면 1천500만 원 가량”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2011년 다이어리에는 해당 내용이 적혀 있다. 다만, 이 전 이사는 “J의 급여는 정씨가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이후 이 제안을 받아들여 J씨를 부사장직에 앉혔으며 J씨는 2012년 1월 급여로 세전 1천310만원, 세후 1천203만원을 지급했다. 동월 정씨의 급여는 세전 600만원, 세후 551만원으로 J씨는 사장인 정씨의 2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은 셈이다. 이후에도 J씨는 정씨가 업체 내부 사정으로 사업을 접은 해인 2012년 9월까지 달마다 세전 1천310만원의 월급을 타갔다.

문제는 J씨는 고연봉을 받으면서도 할 줄 아는 일이 없어 심심해했고, 결국 가끔 운전을 하거나 세차를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J씨가 출근은 하는 데 하는 일이 없다. 그래서 저한테 부탁을 했다. 하루 보내기가 힘들다 이거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뭐를 하겠느냐”며 “그래서 세차를 가르쳤다 (한 달에) 1천만원 받는 사람이 세차 일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시 A업체의 직원이던 임 모 소장이 J씨와 관련한 형사 사건에서 검찰에 한 진술과 일치한다.

임씨는 “J씨는 하는 일 없이 빈둥대다가 현장에 내려와서 심심하고 하니까 뭐 자기가 할 만한 일 없겠냐고 하며 다가와서 처음에는 차량 세차하는 일을 가르쳐서 일부 했다”며 “그것도 필요할 떄만 세차를 하는지라 또 다른 일 좀 하게 해달라고 해 정인식 대표와 상의 끝에 차량을 검사장으로 입고시키는 차량의 운전 등을 시켜서 하게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잘못은 낙하산이 하고 쫒겨나는 건 사장이…

더 큰 문제는 정씨는 J씨와 관련한 일을 포함해 A업체 주주들로부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는 것이다. J씨에게 고액의 임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 회사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주요 혐의 중 하나였다. 이 일로 정씨는 2014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

A업체는 이 일로 인해 2012년 9월 현대글로비스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으며 A업체는 또 다른 현대글로비스 하도급업체 대표 한 모 씨에게 넘어갔다 됐다. 한씨 주장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이 때도 J씨의 채용을 요구했다. 채용을 요구한 구체적인 대상으로는 ‘이건용 현대글로비스 이사’를 지목했다. J씨는 기존과 동일한 월 천만원 이상의 임금을 타갔다.

한 대표 역시 이후 2014년 12월 현대글로비스로부터 업체 정리 통보를 받았으며 2015년 1월 이 업체는 결국 J씨의 회사가 됐다. J씨는 평택항 수출 차량기지 안에 있는 현대글로비스 업무를 위탁받아 최근까지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배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
낙하산 강요의혹 ‘김경배 현대위아 대표’ 불기소 처분


정씨는 2014년 2월 김경배 전 대표를 강요죄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고소인인 정씨를 불러 조사하지도 않았고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건용 이사는 “J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으며 가깝게 지내온 사이”라고 주장했으나 정씨는 “서로 정 부사장님, 이건용 이사님 하면서 존댓말을 쓰면서 서로 극진하게 대했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술도 어느정도 거나하게 취하면 그냥 평상시 흔히 쓰는 말투가 다 나오게 돼 있지않느냐. 절대 두 사람은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었다”며 “대리를 불러줄 때도 항상 깍듯하게(했다). 둘이 고교 동창이라는 얘기도 고소하고 나서 처음들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이사는 정씨로부터 업체를 인수한 한씨에게도 J씨의 채용 요구와 관련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회사 차원에서 J씨의 소송을 돕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업체의 한 주주는 ‘J씨가 부당하게 퇴직금 800여만원을 받았다’며 2013년 9월 J씨와 정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사건 기록에 따르면 J씨의 소송대리인은 한 법무법인과 담당변호사 3명이 맡았다. 이들은 A업체 주주들이 2012년 10월 현대글로비스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을 당시 현대글로비스의 소송 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J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주주는 “(소송 직후)바로 현대글로비스에서 대응을 했다”며 “변호사가 J만 소송에서 빼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현대글로비스 측에 공식입장을 요청했으나 별도의 회신을 하지 않았다.

(사진·이미지제공=뉴시스·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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