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석유화학 업계의 주력 원재료인 에틸렌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화학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넘쳐나면서 설비를 할수록 적자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1월 둘째주 에틸렌 가격은 톤당 775달러로, 전년동월(935달러)때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호황을 맞았던 2018년 3분기(1240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업체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에틸렌은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가장 기본적이자 대표적인 석유화학 원료다.

에틸렌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의 경우 1월 첫째주 155달러를 기록했다. 업계는 에틸렌의 손익분기점을 톤당 250달러로 보고 있는 데, 이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인 것이다.

따라서 공장 가동에 필요한 변동비·고정비 등을 고려할 시 에틸렌 스프레드는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1월 둘째주는 215달러로 나아졌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 이하다.

이는 미중 무역 분쟁과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라 에틸렌 수요가 정체된 탓이다. 반면 미국 현지 석유화학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종전보다 저렴해진 셰일가스를 이용해 에틸렌 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있어 불난집에 기름 붓는 격이 돼버린 실정이다. 수요는 없는데 공급만 늘어나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경우 전 분기보다 반토막난 영업익을 기록했고, 국내 주요 화학사들 역시 줄지어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에틸렌 감산 조치에 돌입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공급량이 과부하 되는 현상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세일가스로 인해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조달할 수 있는 미국은 화학 설비의 신규 증설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에틸렌을 대체할 수 있는 석유화학 제품을 개발해 업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국내 업계의 에틸렌 불황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제품, 합성고무 등 에틸렌의 영향을 덜 받는 제품군의 생산을 해 하루빨리 손해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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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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