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감사 지명 등 7대 의무…어길 시 위약금·손배 청구
산은 “현 경영진 책임 경영 의지 중요…통합 전후 감시할 것”

▲ (왼쪽)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산업은행, 뉴시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지명하기로 했다. 주요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권과 동의권도 가진다. 국민 혈세로 재벌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에 강력한 견제장치를 명문화 한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16일 ‘한국산업은행 등과의 투자합의서 체결의 건’을 공시했다.

투자합의서에 따라 한진칼은 산업은행과 신주인수계약(신주인수대금 5000억원) 및 교환사채인수계약(사채인수대금 3000억원)을 체결해 총 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를 대한항공에 대여해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아시아나항공이가 발행하는 3000억원 상당의 영구전환사채 및 1조5000억원 상당의 신주를 인수하게 된다.

투자합의서에는 한진칼에 산은에 대해 지켜야할 7가지 의무사항이 담겼다.

우선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여기에 한진칼은 주요경영사항에 대해 산은과 사전협의해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앞서 산은이 발표한대로 윤리경영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 설치도 명문화 됐다. 산은은 윤리경영위와 경영평가위 평가를 통해 경영성과가 미흡하면 경영진 교체나 해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통합계획(PMI)를 수립하고 이행할 책임도 진다. 한진칼은 산은에 대한항공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처분을 제한하는 조항도 마련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만약 한진칼이 투자합의서에 담긴 의무사항을 위반하면 총 5000억원의 위약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산은에 대한항공 발행 신주에 대한 처분권한을 위임하고 질권을 설정해 줘야 한다.

산은이 투자합의서에 엄격한 의무 조항을 삽입한 것은 이른바 ‘재벌 특혜’ 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이 항공업계 재편을 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추진을 발표한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벌 특혜’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성명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의 이번 딜 구조가 막대한 외부 자본 유입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한진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권 안정시킨다”며 “향후 항공산업 재편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해주는 ‘재벌 특혜’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은은 한진칼에 엄격한 의무를 부여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가 중요하고 건전경영에 대한 감시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의무 조항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로서 통합작업에 참여해 윤리경영위원회를 통해 건전경영을 감시할 것”이라며 “또 경영평가위를 통해 통합 전후 과정에 있어서 통합이 잘 될 수 있도록 매년 경영 평가를 실시해 경영진 해임이나 교체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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