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에 막대한 인수자금 대더니 ‘폐업’ 지경까지 간 계열사 ‘모르쇠’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코웨이를 6년 만에 재인수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됐던, 웅진그룹이 최근 태양광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다.


태양광 사업으로 한 때 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로 이름이 날렸던 웅진에너지가 업황 침체로 인해 ‘폐업’지경까지 이르렀음에도 웅진그룹이 어떤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에 대한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채권 1000억원을 갚지 않기 위해서 고의로 부도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폐업을 앞두고 있는 웅진에너지와 웅진그룹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기로 했다.  

 

채권 1000억원, 8년 간 기다려온 투자자들 보상은 어디서?
8월까지 금융비용 1400억원 마련해야…빚 갚기도 ‘어려워’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웅진그룹의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외부감사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웅진에너지는 165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1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의 단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건정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현재 웅진에너지는 주식시장에서도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한 때 태양광 사업으로 웅진그룹에서도 알짜 계열사로 불리면서 잘 나던 웅진에너지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 2006년 설립된 웅진에너지는 국내 1위의 태양광 잉곳, 웨이퍼 제조업체로,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보유했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이 침체기를 맞고, 단가가 낮은 중국 업체들이 속속들이 생겨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서 가격경쟁력을 높였고, 생산능력 역시 엄청나게 늘리면서 가격경쟁을 주도다. 이 때문에 높은 품질을 가졌던 웅진에너지 제품들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났고, 시장에서 외면을 받으면서부터 꼬꾸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웅진에너지의 최대주주인 ㈜웅진은 10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하고, 공장가동률을 최소화와 생산 인력을 내보내기 등의 구조조도 진행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변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웠다. 결국 웅진에너지는 다시 한 번 모기업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에 더 이상의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실 웅진에너지의 부진은 지원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웅진그룹 입장에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셈이다.

 

더욱이 웅진그룹은 매각했던 코웨이를 다시 재인수하는 데 전력을 쏟아 부으면서 웅진에너지를 지원할 만한 여력도 없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총 2조원이다. 이 중 1조 6000억원을 외부에서 끌어온 자금이기 때문에,  사실 상환하기도 버거운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윤석금 회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책임경영을 다하지 않는 윤석금 회장 ㈜웅진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왔다.  

 

글을 올린 청원인은 “윤석금 회장이 웅진그룹의 총수로서 책임경영을 다하지 않아 자회사 웅진에너지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방관하고 있다”면서 “웅진그룹은 돈이 없어서 웅진에너지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웅진에너지 채권 원리금 상환이 어렵자, ㈜웅진은 2015년 사채권자집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서 만기를 19년 12월 19일로 연장하고, 현금 10% 상환, 출자전환, 전환사채 차환 발행 등에 합의했다. 따라서 채권자들은 현금 10%만 받고 약 8년 동안 상환을 기다려온 셈이다.


하지만 정작 만기가 다가오자 웅진이 빚을 갚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얼마 전 코웨이 인수를 위해 연 이자만 500억원 이상 들어가는 규모의 부채를 끌어다가 자금을 투입했으면서, 웅진에너지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1000억원 가량의 채권을 갚지 않으려고 한다. 고의적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에게 코웨이 재인수는 염원이었다. 그래서 외부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오더라도 재인수를 한 것”이라며 “당연이 현재 웅진그룹은 코웨의 인수로 인해서 쓸 수 있는 자금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투자자들은 웅진에너지가 폐업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에서 어떠한 모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부도를 낸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업’ 타격 ㈜웅진에도 영향 미친다?

현재 웅진에너지에 대한 결정권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웅진그룹이 채권단에 넘어간 권한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 웅진에너지 앞에는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라는 선택지만 남은 셈이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 이후 청산절차까지 갈 수 있으며, 이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 역시도 막심해질 수밖에 없다.


웅진에너지의 현재 존속가치는 2590억원대인데, 청산할 경우에는 1000억원대에 불과해진다. 청산절차를 밟는 경우 선순위 채권자인 금융사들의 빚을 갚게 되면 남은 자산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8년 동안의 기다림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웅진에너지의 청산은 웅진그룹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웅진에너지가 청산될 경우 웅진그룹의 신용등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코웨이 인수과정에서 조달한 외부자금에 대한 금융비용 조달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주)웅진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조정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과정에서 외부자금을 빌려 썼기 때문에 8월까지 1400억원의 금융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신용등급이 내려가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금융비용 조달을 실패할 경우 과거처럼 다시 그룹 해체 수준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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