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도 대리점도 ‘개무시’…갑질 논란 신도리코의 ‘무대뽀 정신’

산업일반 / 윤성균 기자 / 2019-11-28 10: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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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논란 뿌리고도 ‘묵묵부답’…“무시한다고 끝날 일인가”
▲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창립이후 60년 가까이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다 어렵사리 구성된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탄압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업체가 있다. 또 이곳은 여직원들에게 공장을 방문한 귀빈들의 밥상을 차리게 하거나, 일년에 한번 높은 분들을 모시는 행사에 직원들에게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등 구시대적인 직장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사무기기 생산업체 신도리코의 이야기다.

당시 신도리코는 사내 만연한 갑질문화에 대해 사과하며 자정을 약속했다. 실제로 논란이 된 여직원들의 식사당번과 장기자랑은 사라졌다. 하지만 식사당번과 장기자랑은 어디까지나 사내 갑질의 단적일 사례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노사가 함께 조직문화를 변화시켜나가는 일이다. 이후 사측은 43차례 진행된 교섭에서 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 중 단 한 개의 조항도 수용하지 않았다. 변화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지난해 한 대리점주가 폭로한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신도리코는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잊혀진다는 듯이 무시로 일관하는 것이다. 대리점 명의로 수억원을 대출받고 나몰라라한 해당 갑질도 신도리코가 금융사와의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힐 뻔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숱한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절대 바뀌지 않는 신도리코의 막무가내식 경영 행보를 들여다봤다.

 

58년 무노조 경영 마침표…1년 넘게 노조 무시
여직원 식당 서빙 등 구시대적 조직문화 만연해

최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 기금’에서 직장 갑질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임금체불, 부당해고, 따돌림 등 직장 갑질을 이겨낸 사례의 수기를 공모했고 총 39편의 수기가 모였다. 직장갑질119는 이 가운데 대상 1편, 최우수상 2편, 우수상 3편은 선정했다.

종합병원 간호사 사이에 만연한 ‘태움’과 직장 내 성폭력 사례, 대학 내 교수의 갑질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갑질 사례들이 목록에 올랐다. 대부분은 공모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이 각색됐지만, 한 공모자와 회사 이름이 버젓이 공개됐다. 자신의 실명과 회사 이름이 공개되기 바란다는 공모자의 강력한 의사 때문이다. 바로 신도리코의 갑질 사례다.

직장갑질 공모에 당선된 신도리코의 갑질

(※아랫글은 직장갑질119와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 기금에서 주최한 ‘2019 직장갑질 뿌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을 일부 각색한 것입니다.)

강성우 씨는 복사기를 제조·판매하는 신도리코에 일한다. 매달 한번씩 서울 본사에서 회장과 고위 임원들이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에 방문한다. 이 날은 아산 공장이 분주하다. 각 부서는 보고서를 완벽하게 만들고, 높으신 분들이 지나가는 동선에는 먼지 하나 없게 몇 번을 쓸고 닦아야 한다. 높으신 분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과했던 관리자들은 부당한 지시를 했다. 바로 식사 수발과 재롱잔치이다.

높으신 분들에게 배식 받게 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식사 수발을 위해 여직원 두 명을 차출했다. 미리 테이블에 밑반찬을 차려놓고, 임원들이 도착하면 정중히 인사를 하고 국과 밥을 내놓은 일이다. 식사하는 동안 뒤에 다소곳이 서서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도 살폈다. 공평하게 ‘의무’를 부담하게 하기 위해서 매달 담당자를 적은 계획표도 따로 만들었다. 만삭의 임산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년에 한번 높으신 분들 모시고 ‘확대석식간담회’라는 큰 행사도 열었다. 식사하면서 흥을 돋우기 위해 재롱잔치를 준비해야 했다. 회장님이 장기자랑 보시는 걸 좋아하셔서 부서별로 할당이 내려왔다. 퇴근 후 모여 걸그룹 춤을 연습했다. 퇴근이 늦어져도 부끄러워서 가족한테는 말하지 못했다. 행사당일, 가발 쓰고 치마입고 무대에 올라 걸그룹 춤을 췄다. 옆 부서는 차력쇼를 했다. 행사장 분위기는 즐거워 보이지만, 직원들은 수치스럽고 괴롭기만 하다. 즐거운 것은 회장님뿐이다.

식사수발과 재롱잔치는 십년 넘게 계속됐다. 간혹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회사는 “일년에 몇번이나 된다고, 그냥 참고 한번만 해줘”라고 했다. 그런데 강하게 항의했던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렸다. 유독 진급이 안 되고, 먼 곳으로 발령 났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었다. 직원들은 침묵하기로 했다.

오랜 침묵은 창립 58년 만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깨졌다. 노조에 고충들이 쏟아졌다. 노조는 회사에 공문을 보내고 단체교섭자리에서 항의했다. 확대석식간담회 재롱잔치에 다 같이 참여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밥시중을 포기하지 않았다. 노조는 식사 수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언론사에 제보했다. 이후 임원들이 서울에서 점심을 먹고 아산공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식사 수발 갑질도 그렇게 없어졌다.

보도 이후 도로아미타불된 신도리코

노조 설립 이후 묵은 때 사라지듯 식사 수발과 장기자랑 등 갑질문화가 사라졌다. 그건 분명한 업적이고, 직장갑질 뿌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할만한 사례다. 하지만 신도리코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전반에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두 사례가 사라졌을 뿐이다. 노조는 이후에도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강성우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신도리코분회 분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까지 43차례 교섭이 진행됐지만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며 “지금 회사의 전략은 교섭해태로 처벌받지 않은 정도로만 교섭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교섭해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지목된 식사 수발과 관련해서도 “적절한 조치라고 하기도 뭐하다. 회사가 거기에 대고 사과하고 대응조치를 한 것이 아니라, 식사시간을 바꾸는 것으로 피해간 것이다”라며 “없어진 것은 맞지만 사과도 없었기 때문에 성에 차지 않는다. 더러워서 거기서 밥 안 먹겠다는 거 아닌가. 더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사측의 교섭해태에 대해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도 임금교섭을 일년 넘게 진행했지만 사측이 검토 중이라는 말만하고 끝나버렸고, 이후 2019년도 임금의 인상폭을 아무런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이는 명백한 교섭해태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대해 신도리코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설립된 이후로 교섭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며 “노조 측 제안을 다 받아 줄 수는 없고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교섭해태를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섭은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교섭을 하고 있는데 교섭해태라는 건 잘못된 주장”이라며 “만약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고발을 해서 잘못이 드러나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신도리코)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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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균 기자입니다. 조선/철강/중화학/제약/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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