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된 맥주 주류법상 반품 불가능…재고 떠넘기기 ‘의혹’ 솔솔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GS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인 GS25시가 ‘일본 맥주 할인 판매’로 인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단행된 지난 7월 이후로 국내에서도 일본기업 및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됐으며,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유통업계’에 발을 담고 있는 기업들은 소비자들과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혹시 불매운동에 연관될까 몸을 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GS편의점이 일본기업 아사히그룹이 인수한 체코맥주 필스너우르켈을 할인 대상 맥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사실이 알려진 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GS25가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더욱이 GS리테일은 올 초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림 100주년 기념’ 독립투사 도시락 판매를 비롯한 독립운동가 기억하기 캠페인, 독도 영유권 강화를 위한 독도사랑 에코백 증정 캠패인 등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을 벌여왔다. 때문에 이번 일본 맥주 판매에 대한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는 남은 재고를 떠넘기기 위해서 일본 맥주를 할인품목에 포함시켰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GS리테일‧GS편의점을 둘러싼 일본 맥주할인 판매 논란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불매운동 석 달 만에 재개?…소비자들 비판↑
아사히그룹 소유 체코맥주 ‘필스너우르켈’ 판매

편의점 업계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GS25시가 일본 맥주를 할인품목에 포함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17일 <머니투데이>보도를 통해서였다. 이에 따르면 GS25시가 일본 아사히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체코맥주 ‘필스너우르켈’을 할인품목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GS편의점에 대한 비판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올해 GS25시의 마케팅이 ‘애국’이었던 만큼,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일본기업의 맥주를 할인 판매하는 것은 언행불일치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GS25시를 제외한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어디에서도 필스너우르켈과 같은 일본 관련 맥주는 여전히 할인행사에서 제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사히나 삿뽀로와 달리 ‘필스너우르켈’은 원래 체코맥주였기에,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역이용해 판매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불매운동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맥주는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맥주 중 하나였다. 그런데 불매운동과 함께 점유율이 뚝 떨어지면서 재고가 쌓여가는 신세가 됐고, 본사 입장에서는 ‘처치곤란’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맥주 할인 판매를 두고 여러 가지 주측이 난무하자 GS리테일 측은 “담당 직원이 행사 품목을 지정하며 제품 바코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해당 제품이 실수로 입력된 것”이라며 “행사 다음날 오전에 본 사실을 인지해서 취소 조치했지만 시스템이 매일 자정으로 적용되는 프로세서를 따르다 보니 이런 당사의 단순 해프닝이 몇몇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고 해명했다.

아사히맥주 계열사 맥주들 줄이어 할인 품목 대상에 올라?

해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 있다. 우선 편의점의 행사 할인 품목은 원래 그달 초에 나온다. 예컨대 10월 할인 품목은 10월 초에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스너우르켈과 코젤은 10월 중순인 16일과 18일에 각각 행사품목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코젤’ 역시도 체코 맥주이면서 필스너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아사히맥주가 소유하고 있다. 즉 이렇게 갑작스럽게 행사 도중 품목을 추가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코젤 역시도 아사히 소유라는 점 때문에 불매운동이 불거질 당시 같이 할인품목에서 제외됐다. 의구심이 드는 또 다른 지점은 GS25가 행사 계획을 가맹점에 공지한 뒤 냉장고에 붙이는 쇼카드(행사 가격표)까지 제작해서 배포했다는 것이다. 단순 본사 직원의 입력 실수라고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더욱이 쇼카드가 제작 배포됐다는 것은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로 인해서 실수가 아니라 GS리테일과 GS25시 슬그머니 일본 기업 맥주를 판매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GS리테일과 GS25시가 그동안 해왔던 애국 마케팅 역시도 이번 논란과 엮여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 일 때문에 그동안 공들여 준비해왔던 마케팅 역시도 ‘이중행보 또는 이중 마케팅’이라는 오명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서 관련 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창업자 허만정 선생님이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도 ‘애국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근데 이번 문제로 인해서 그 같은 이미지마저도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실수든 아니면 고의든을 따나서 GS입장에서는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고의로 그랬겠느냐’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지금 시국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주들 ‘日 맥주’ 반품도 불가 반발

이번 일로 인한 문제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할인 행사로 인해서 출고됐던 일본 기업 맥주는 반품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주류의 경우 주류법상 ‘반품’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 하루만에 행사가 취소됐지만, 그 하루 동안 발주된 일본 맥주가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의 실수로 인해서 맥주가 발주된 만큼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GS25시 측은 법적으로 주류 반품이 금지돼 있는 만큼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실제로 발주량 역시 얼마 없다고 봤다.

때문에 편의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의 실수로 인해서 발생된 문제이니 만큼 양이 많고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적은 양이든 많은 양이든 본사에서 출고된 양에 대해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편의점주는 “본사는 실수라고 하지만 사실상 행사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이라며 “행사 걸려서 발주 넣은 점포들에게 재고떨이 했으니 GS25 본사는 성공했다”고 꼬집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GS본사가 재고 소진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행사를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본사 실수로 발생된 맥주 재고에 대한 실질적인 반품은 불가하더라도, 그 대금만큼은 본사에서 지불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 GS25시 공식홈페이지 캡쳐>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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