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7개· 중국 12개· 일본 11개…위상 미흡
한국 ICT 5대 기업 시총 합계, 미국 15분의1
“MS·테슬라처럼 제조업·IT 융합 노력해야”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IT강국이면서도 정작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애플, 넥플릭스, 테슬라 등 57, 중국은 알리바바 등 12개가 세계 100ICT 기업에 이름을 올릴 때 우리나라는 오직 한 곳만 순위에 든 것이다. 시장 지분율은 단 1%, 5G(5세대 이동통신)과 같은 신기술을 선도하는 것과 달리 초라한 성적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시기를 앞당긴 가운데 국내 제조업이 성장 기회를 확대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MS)·테슬라처럼 기존 산업과 디지털 혁신을 결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10년 간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 시총 상위 5ICT 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 주요 디지털기업들의 시총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그 규모도 현저히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미국, 중국의 증시 상위 5ICT기업들의 시가총액 총계를 보면, 국가별 기업의 가치 차이가 극명했다. 애플·MS·아마존·알파벳·페이스북 등 미국의 5개 기업 시총은 약 80924000억원에 달했다. 우리 정부의 올해 본예산(512조원)보다 16배 많다.

 

알리바바·텐센트·평안보험·메이퇀디엔핑·징둥닷컴과 같은 중국 5개 기업도 2211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NAVER·LG화학·카카오 등 한국의 상위 5ICT 기업의 시총 합은 약 530조원으로 미국의 15분의 1, 중국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특히 인터넷 포털 및 전자상거래 기업 간 차이가 컸다. 네이버, 카카오 등 2개 기업의 시총은 약 83조원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의 시총(120조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전경련은 해외매출 비중이 네이버는 30%, 카카오는 공식 통계가 없다미국과 중국의 인터넷 기업보다 글로벌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해 시총 증가세가 느리다고 분석했다.

 

세계 시총 상위 100ICT 기업으로 넓혀 보면 한국의 위상은 더욱 초라했다. 먼저 가장 많은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애플·넷플릭스·테슬라 등 57개사에 달했다. 중국은 알리바바를 포함한 12개사, 일본과 유럽의 경우는 11개사, 10개사가 순위에 들었다. 인도 역시 릴라이언스 등 3개사로 100대 순위에 이름을 올린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만 11위에 랭크됐다. IC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글로벌 시장 지분율이 단 1%에 그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ICT 기업의 시총 증가 속도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미국 5ICT 기업의 시총 증가율은 연평균 29.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 5ICT 기업의 시총 증가율은 연평균 70.4%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연평균 23.4% 증가에 그쳤다. 카카오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폭발적인 성장(63.1%)을 했음에도 중국의 배달 어플 업체 메이퇀 디엔핑(247.2%)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른 한국 기업들 도한 연평균 7~18%대 성장에 그쳤다. 시장 전체를 아우르며 본격적인 디지털 산업으로의 재편이 아직까지 미흡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독보적인 시총 1위 기업이었지만 2012년 애플이 그 자리를 차지한 후 줄곧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통 서비스 분야에서는 아마존(39.6%)과 월마트(7.1%)의 연평균 시총 성장세 차이에서 보듯 IT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 4일 기준 미국 증시의 톱10 기업 중 5개가 IT 및 디지털 관련 기업일 정도로 미 증시는 10년 만에 2개 사에서 5개 사로 늘어 포트폴리오 재편에 성공했다.

 

전경련은 한국 기업의 시총 증가세가 더딘 것은 디지털 산업 재편이 미국과 중국보다 미흡한 결과라며 MS·테슬라 등 기존 산업에서 디지털 혁신과 융합에 성공한 모델을 참고해 기존 제조업과 IT 분야 간 융합을 꾀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S1997년부터 2008년까지 총 20년간 시총 1~4위 차지하다가 애플, 구글 등 후발 IT기업에 밀려 2009년에는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후 클라우드 사업 확장과 구독 서비스 제공 등의 변화를 꾀해 현재 애플과 시총 1위를 다투며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 자동차를 디지털 디바이스 개념으로 개발하면서 패러다임을 전환한 테슬라는 지난 10년 동안 시총 연평균 증가율 64.3%를 기록해 글로벌 10위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같은 기간 세계 1위 도요타의 시총 증가율은 4.5%에 불과하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난 5월 카카오가 시총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결제도 디지털 경제로 변화하고 있지만, 주요국과 비교해 느리다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과의 결합을 위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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