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GDP 32%, 인구 48%, 교역 29% 차지…제조업·수출 혜택 기대
아세안 10개국+韓中日+호주·뉴질랜드 15개국 참여…인도는 추후 입장 결정
농산·수산 강국들 포함…국내 농수산물 타격 우려도 있어

▲ 문재인(오른쪽 다섯번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및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04.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4일 타결됐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인도·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FTA’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과 세계 총생산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어 교역·투자 활성화와 수출시장 다변화 등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들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협정문 타결을 선포하고, 향후 시장개방 등 협상을 마무리해 2020년 최종 타결·서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당사국들은 현대적이고 포괄적이며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 협정을 통해 규범에 기반한 포괄적·개방적 무역 시스템 조성, 공평한 경제발전과 경제통합 심화에 대한 기여 필요성 등 RCEP의 지향점을 재확인했다.

인도는 주요 이슈와 관련해 참여국들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추후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RCEP타결은 2012년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개시를 선언한 이래 28차례 공식협상과 16차례의 장관회의, 3차례의 정상회의를 거친 7년 만의 성과다.

이로 인해 전기·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폭 낮아진 무역장벽을 넘어 15개국으로의 수출이 한층 더 활발해질 뿐 아니라, 투자 유치 수요가 있는 역내 국가로의 진출도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RCEP에 참여한 15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이미 양자 FTA를 맺고 있어 시장접근성 등은 양자 FTA를 통해 확보하고, 나라 간 다른 원산지와 통관 규정 등으로 인한 한계는 RCEP로 해결하는 이중 효과를 얻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RCEP 타결로 세계 인구의 절반,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이 시작됐다”며 “아세안을 중심으로 젊고 역동적인 시장이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서로의 경제발전 수준, 문화와 시스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하나의 경제 협력지대를 만들게 됐다. 이제 무역장벽은 낮아지고, 규범은 조화를 이루고, 교류와 협력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 말했다.

한국 기업은 현재 아세안 등 RCEP 역내국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생산 기반을 확보한 만큼, RCEP 체결은 기존 FTA의 제약을 허물고 활용률을 더욱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RCEP 참여국에는 농수산물에 시장우위를 점한 국가들이 포함돼 있어 국내 농수산물 분야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종별 관세율이나 구체적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어떤 품목이 수혜를 입고 어떤 품목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일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역내 수요가 높은 전기·전자,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수출과 투자가 활발히 촉진되고, 중국과 동남아를 잇는 물류, 금융 등의 서비스 산업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코트라(KOTRA)는 ‘RCEP협상 동향과 참여국별 전략 및 산업계 반응’ 보고서에서 “RCEP이 체결되면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생산기지에서 전자, 자동차 등 대규모 산업설비 투자가 필요해질 것”이라며 “한국은 RCEP참여국에 고르게 진출해 있지만 투자 진출 기업 간 연구개발(R&D), 조달, 생산, 유통, 사후관리(A/S) 등의 프로세스를 보다 전략적으로 재배치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기하강을 함께 극복하면서 자유무역의 가치가 더욱 확산하길 기대한다”며 “RCEP이 교역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협력으로 함께 발전하는 공동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도 그 노력에 항상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RCEP의 국내총생산(GDP)은 27조4천억 달러로 세계 GDP의 32%를 차지한다. 인구는 36억 명으로 세계의 48%이며, 교역은 9조6천억 달러로 세계 교역의 29%에 달한다.

청와대는 “역내 주요국들과 교역·투자를 활성화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우리 국민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향후 시장개방 협상 등 잔여 RCEP 협상에서도 국익을 극대화하면서 최종 타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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