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빅3’ 일제히 ‘파격 인사’ 단행…목표는 ‘생존’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 2018년 유통업계는 계속되는 불황과 함께 불확실한 국제 정세가 겹치면서 유독 힘든 ‘위기’의 순간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커머스 업체들은 계속되는 적자에도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향한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저가와 총알배송을 내세운 이커머스에 맞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10원 단위’ 초저가 경쟁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국내 대형마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마트의 2분기 실적은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서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2분기가 전통적으로 유통업 비수기이긴 하지만 만년 흑자기업이던 이마트의 적자 전환은 업계에서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마트는 IMF(1997년) 위기와 금융위기(2008년)에도 분기 적자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유통업계는 승자 없는 출혈경쟁만 지속한 셈이다.


이 같은 유통업계의 위기는 올해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의 수장이 모두 교체되는 등 파격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증명된다.


이는 유통트렌드를 이끄는 온라인의 공세에 유통업체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됐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내 유통시장이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새 수장을 맞이한 유통업체들이 2020년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로운 수장의 생존전략은?진격의 온라인을 막아라

소비의 양극화초저가대형마트 vs ‘초고가백화점

 

일제히 물갈이 된 유통3사 수장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으로 대표되는 국내 유통 ‘빅3’는 2020년을 시작 하기 앞서 일제히 수장 물갈이에 나섰다.

 

이들 빅3는 위기 속에서 예년보다 빠르게, 또 ‘태풍급 인사’라고 불릴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변화의 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것은 그만큼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인사 트렌드는 ‘세대교체·성과주의’다. 젊은 경영진을 전진 배치하면서 변화무쌍한 유통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가장 먼저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 29일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최고경영자를 모두 교체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장재영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차정호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이마트는 그룹 정기 인사보다 앞서 한 달 먼저 인사를 단행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대표인사를 수혈했다. 6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갑수 대표가 물러나고 강희석 대표가 임명됐다.


같은 날 현대백화점그룹도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진행하면서 이동호 부회장, 박동운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960년대생인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가 새 사장이 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김 대표는 한섬 대표를 맡은 지 4년 만에 온라인몰 매출을 10배 이상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았다.

 
롯데그룹은 12월 19일 유통계열사 중 8개 계열사에서 수장을 교체했다. 최근 십수년간 보지 못했던 대규모 인적 쇄신이다.

 

동시에 유통사업부문인 롯데쇼핑의 조직 운영 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는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등 각 유통채널별 사업부문을 별도의 계열사처럼 취급했던 기존 운영방법을 바꿔 ‘롯데쇼핑’이라는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그러면서 기존 대표이사 체제를 강희태 신임 유통BU장 단독 체제로 바꿨다.


또 사업부로 남게 되는 계열사 수장 자리는 모두 전무급으로 채웠다. 백화점 사업부장은 롯데홈쇼핑의 황범석 전무가, 슈퍼 사업부장은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가 맡는다.


이들 유통3사 신임 CEO는 내년도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며 신사업 발굴,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세는 ‘온라인’, 그중에서도 ‘새벽배송’

역대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이들 수장들이 2020년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일단 유통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굳어진 만큼 온라인 강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롯데는 오는 3월로 이커머스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있다. 자사 이커머스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롯데는 개발 인력들을 확충하는가 하면 모바일 플랫폼, 유료회원제 운영, 중고거래 마켓 시범운영 등을 계속 실험하고 있다.


신세계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류까지 이어지는 이커머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한다.

 

신세계 이커머스 법인 SSG닷컴은 지난 20일부터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제3호인 ‘네오(NE.O) 003’의 가동을 시작했다. 네오는 신세계의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과 각 유통채널 온라인 몰의 주문을 감당하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특히 내년에는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른 ‘새벽배송’에서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할 싸움이 예상된다.

 

2015년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새벽배송’은 이후 온·오프라인 유통사가 앞다퉈 뛰어들면서 눈덩이처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쿠팡이 작년 말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자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들도 모두 사업에 뛰어들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5년 100억원 규모였던 새벽배송 시장은 올해 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시장의 1%에 불과한 규모지만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시장을 포기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내년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시장이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끝나지 않을 대형마트 ‘10원 단위’ 경쟁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통분야는 단연 ‘대형마트’다. 국내 대형마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마트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올 한해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초저가 전쟁을 이어갔다. 불황으로 지갑을 닫은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실시했다.

 

그러면서 올해 유통가에서는 ‘가성비’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낮은 가격을 내세운 이커머스에 정면돌파를 선언한 이들 대형마트의 초저가 전쟁을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생수, 휴지 등 생활필수품 뿐 아니라 우유, 와인, 가전제품 등으로까지 초저가 경쟁을 넓히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마트 초저가 와인(4900원)은 100일 만에 84만병이 팔려나갔고 롯데마트의 ‘통큰치킨’(5000원)은 매달 전국 지점에서 10만개 완판을 이어갔다.


또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린 소비자를 다시 대형마트로 불러들이는 효과도 있었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행사를 실시하자 한 달 만에 점포 방문객 수가 이전 달보다 8% 증가한 성과도 있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가격 경쟁은 ‘제 살 깎아먹기’일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소비자 키워드는 ‘명품·FLEX’

내년 대형마트가 ‘최저가’로 승부를 본다면 백화점은 이와 반대로 ‘초고가’ 전략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백화점업계는 최근 들어 이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3분기 기준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은 104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8%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66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12.2% 늘었다.


이들 백화점이 영업이익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낸 데에는 ‘명품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백화점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시장에서 ‘큰 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내년도 백화점업계는 예고된 정부의 과한 규제로 벌써부터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세일 행사 비용의 50%를 백화점이 부담하도록 하면서 당장 신년 ‘정기 세일’에서부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내년도 불확실한 업황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올해 ‘젊은 명품’ 유치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던 백화점업계는 2020년에도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소비자 유치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공동 본점은 지난해말부터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백화점 1층=화장품 매장’이라는 공식을 깨고 명품 매장으로 변신시킬 방침이다. 본점 2층과 5층의 여성 캐주얼과 남성복 매장도 각각 여성 명품과 남성 명품으로 바꾸면서 명품 강화에 나선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주인공은?…피 튀기는 경쟁 예고
입국장 면세점 반등할까?…변수로 떠오른 입국장 인도장


피 튀기는 전쟁의 서막…인천공항 사업권의 향방은?

내년도 면세업계는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예고돼 있어 벌써부터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이 사업권의 향방에 따라 현재 업계 점유율에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입찰 전쟁’이 예고된다.


시내면세점과 달리 인천공항 면세점은 전 세계 매출 1위 공항 면세점이라는 상징성은 물론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협상력 강화, 홍보 효과 등의 이점이 있어 대기업 면세점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 사업권 8개 구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로 연기했다.


8개 구역은 롯데면세점(DF3 주류·담배), 신라면세점(DF2 화장품·향수, DF4 주류·담배, DF6 패션·잡화), 신세계(DF7 패션·잡화) 등 대기업 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전품목), 시티플러스(DF10 전품목), 엔타스듀티프리(DF12 주류·담배) 등 중소기업 구역 3곳 등 총 8곳이다.


롯데면세점의 사업권 반납으로 지난해 신세계가 차지한 구역은 제외한 나머지 8개 구역 사업권이 쏟아질 예정인 만큼 쟁탈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그 어떤 구역보다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화장품·향수 구역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수익성이 낮은 시내면세점과 달리 대기업 대상으로 나온 5개 구역의 연매출만 1조원이 넘는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조6000억원이었다.


이번 입찰전에는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 등 ‘빅3’ 면세점뿐 아니라 현대백화점까지 입찰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 면세업계, 위기 또는 기회

일단 내년도 면세업계에서 대기업들의 피 튀기는 전쟁이 예고된 가운데 중소·중견 면세업계도 새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입국장 면세점에서도 담배 판매가 허용되면서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동시에 국회에서 입국장 인도장 신설이 논의되면서 위기가 혼재된 상황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입국장면세점 확대 및 담배 판매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인천공항에 처음 문을 연 입국장면세점이 이르면 내년 초 전국 주요 공항으로 확대되고, 이르면 내년 3월부터 담배 판매도 허용될 전망이다.


때문에 입국장면세점에 담배 판매가 허용되면서 다소 저조했던 매출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면세 정책에 따라 팔 수 있는 양은 1인당 1보루로 제한되지만 일단 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입국장 인도장 신설 법안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어서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법안들과의 상정 순서 문제로 여전히 제동이 걸리긴 했으나, 법안 자체에 대해 여야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본회의에 상정되기만 한다면 통과는 거의 확실시 된다.


이에 따라 입국장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생존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되면 인터넷 판매 수요가 높은 대기업 면세점의 쏠림 현상이 가중돼 결국 입국장 면세점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중소·중견 면세업계에는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는 만큼 이들 업체들이 어떤 생존 전략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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