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강좌였던 OB맥주, ‘테라 돌풍’으로 휘청…희망퇴직 ‘갈등’까지 [수난시대]

기업/재계 / 선다혜 기자 / 2019-11-28 1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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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인한 경영악화가 영향 미쳤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2012년부터 맥주 시장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던 OB맥주가 올해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돌풍’으로 인해서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전까지 OB맥주의 카스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분기마다 맥주 판매량은 물론 시장점율도 뚝뚝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런 테라돌풍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테라는 100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으며, 7~8월에는 2억병을 돌파한 것으로 돌파했다. ‘신제품 출시 효과’가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카스가 테라에게 왕좌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최근 OB맥주는 지난달 카스에 대한 공장 출고가를 4.7%나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 마저도 테라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OB맥주가 희망퇴직에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부당한 계약 요구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적악화로 인한 고통을 근로자에게 부담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최근 테라의 흥행돌풍으로 인해서 위태한 왕좌를 지키고 있는 OB맥주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올 3분기 국내 판매량 최소 15% 이상 감소 

국내 시장점유율도 5~6%포인트 하락 ‘예상’

OB맥주의 카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아온 맥주였다. 특히 애주가들에게는 소맥으로 만들었을 때 맛있는 술로 각광받으면서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이라는 합성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런 카스가 최근 국내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점 위축돼 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이트진로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테라’가 출시부터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면서 출시 6개월 만에 판매량 2억병을 돌파하는 등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테라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카스의 시장 점유율 역시 하락하고 있다. 지난 3분기 OB맥주의 국내 판매량이 최소 15%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국내 시장점유율도 기존 55~60%에서 올 2~3분기 5~6%포인트 하락했을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OB맥주는 국내 맥주시정 점유율이 65%에 달했다. 또, 공장 가동률 역시 80~90%를 웃돌면서 맥주부문 영업이익률이 30%로 치솟았다. 더욱이 뼈아픈 것은 통상적으로 3분기는 7~9월 세달 동안으로 맥주시장의 성수기 시즌이다. 이 시즌 오비맥주는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가 감소했다. 이를 놓고 보면 OB맥주의 실적은 처참하다. 


지금 OB맥주에게 놓인 가장 큰 난제는 테라돌풍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식품업계 특성상 1위 자리에서 밀리고 나면 재탈환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삼양라면의 경우 80년대 라면업계의 1위였지만, 신라면에게 자리를 내어준 이후 30년 동안 왕좌를 재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금 맥주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장점유율이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보수적인 편이다. 한 번 맛있는 제품 또는 좋은 제품이라고 인식되면 그 제품만 찾는다. 때문에 한 번 굳어진 시장점유율이나 순위는 잘 변하지 않는다”면서 “OB가 우려하는 지점도 이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테라돌풍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 상태로 굳어진다면 미래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향후 몇 년 동안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동치는 OB맥주의 출고가

 


하이트진로는 맥주시장에서는 테라, 소주시장에서는 진로이즈백를 출시하면서 주류시장에서 쌍끌이를 하고 있다. 두 제품의 흥행성공으로 인해서 하이트진로는 3분기 실적은 매출액 5291억원, 영업이익은 4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가, 영업이익은 67.9%가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도 하이트진로가 4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하이트진로가 시장점유율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을 보이자, OB맥주는 지난달 또다시 출고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0년 말까지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내린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카스 병맥주 출고가는 500ml 기준 현행 1203.22원에서 1147.00원으로 내려간다. 캔맥주의 경우 1753원에서 1690원으로 3.6% 하락한다.
 

물론 OB맥주 측은 2020년 주세법 개정에 따른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를 판매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테라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OB맥주가 지난 4월 출고가를 5.3% 인상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6개월만인 10월에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OB맥주의 맥주값이 변동된 시기와 테라의 행보가 맞아 떨어진다고 봤다. 4월에 가격 인상이 이뤄졌던 시기는 테라가 출시 된 지 2주 만이었다. 일반적으로 업체가 가격인상 을 발표하면 도매상에서는 해당 업체의 맥주제품을 대규모로 사재기를 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신제품의 시장 진입이 그만큼 어려워지게 된다.
 

이후 테라가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을 무렵인 지난 7월 카스와 발포주 필굿의 출고가를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당시 OB맥주 측은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산맥주의 소비촉진과 판매활성화 차원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판촉행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격 인상 6개월 만에 가격을 원상복귀한 셈이다. 


일련의 과정들을 짚어볼 때 OB맥주의 가격변동은 ‘테라’와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

‘실적악화’로 인한 희망퇴직?

가격변동 이외에도 OB맥주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여주는 사례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최근에 실시된 희망퇴직이다. OB맥주는 희망퇴직에 대해서 매년 진행해왔던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반면에, 노조 측은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주장하면서 “실적악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OB맥주는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 2009년 11월 30일 이전 입사한 직원으로 10년 이상 15년 미만 직원에게는 24개월치 급여를, 15년 이상은 34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정년까지 잔여 근속기간이 34개월 미만인 직원에 대해서는 위로금을 잔여기간만큼 지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OB맥주의 희망퇴직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로 네 번째다. OB맥주 측은 지난해 1월과 8월에도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당시 10여명 가량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올해 퇴직 역시도 매년 시행됐던 희망퇴직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측과 희망퇴직을 두고 합의된 게 없다”면서 단체규약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수차례 항의 공문을 보내고 절차를 진행한 뒤 합의를 진행하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저번주 수요일 구두로 통보를 받았다”며 “일방적인 공고에 대해 항의하자 사측으로부터 비조합원을 상대로 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OB맥주 측은 “희망퇴직에 대해서 노조와 합의가 된 부분”이라며 “합의 없이는 희망퇴직을 진행할 수 없다. 100% 희망자만 하는 것으로 권고나 이런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신규 채용에 대한 문제를 놓고도 OB맥주와 노조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그동안 OB맥주는 희망퇴직 한 후 발생하는 결원 수만큼 신규 인력을 채용해 조직을 젊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노조 측은 “희망퇴직 후 채용이 우선적이지만 그동안 희망퇴직 후 일부만 충원됐고 100% 충원은 안됐다”면서 “만약 비조합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했는데 안 된다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번 조치가 경영악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대해 노조는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보다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인데 사측이 경영 정상화를 시키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희망퇴직으로 조합원에게만 고통을 분담하게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내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계약’까지

업계에서도 이번 희망퇴직에는 점유율 하락으로 인한 판매 감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OB맥주가 단순히 내부 노조와 갈등을 빚는 것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내 하청업체와도 부당 계약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청업체와 1년씩 계약을 해오던 OB맥주가 최근 계약을 한 달마다 재계약하는 형식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임금이 대폭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일용직과 다름없는 고용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됐다.
 

지난 4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OB맥주 사내하청지회 소속 지게차‧화물차 근로자 220명은 강남구 삼성동 OB맥주 앞에 있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최근 OB맥주가 한 달 단위로 계약을 하면서 하청업체에 재계약을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공장 셧다운(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물량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OB맥주은 이천, 청주, 광주 등 3곳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최근 판매량 감소로 인한 공장 셧다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화물기사들의 일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화물 기사들은 주 5일 20일 가량을 일 해왔는데, 9월부터는 한 달에 10일 정도밖에 일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더욱이 OB맥주 사내하청인 화물기사들은 일하기 위해서 25t 화물차를 캐피탈을 끼고 구매했으며, 기름값과 톨비 등도 본인들이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 차량은 회사가 원하는 대로 OB맥주 마크를 달고 운행하기 때문에 일이 없는 동안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들어도 이들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똑같은 셈이다.
 

지게차 근로자들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지게차 근로자들은 공장 가동 중지가 예정될 경우 하루에 소화해야하는 물량이 배로 많아지게 된다. 예컨대 주 5일 가운데 이틀 동안 공장이 정지되면, 3일 안에 물량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3일 내내 야근을 해야하는 등 업무 강도는 쎄지는데 반해서, 수입은 그보다 못 미치는 등 불규칙한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2019년 판매량이 급감해 셧다운과 물류분배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9월부터 현재까지 한 달에 10일 정도밖에 일을 하지 못해 생계비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셧다운을 중단하고 출하량을 3개 공장에 적정하게 분배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위해선 아낌없이 베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량 부진으로 인한 실적악화에 단기 해결책으로 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 있다. 어쨌든 기업이 생존해야 남은 근로자들의 생계 역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B맥주의 행보가 달갑지 않게 보이는 것은 단순히 사내하청에 대한 부당한 계약 갑질이나 희망퇴직만 때문만의 이유는 아니다. 


OB맥주는 벨기에 기업 AB인베브가 대주주인 ‘외국계 기업’으로, 여타 다른 외국계 기업이 그러하듯 OB맥주도 본사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주는(?) 행보를 보여왔다. 


AB인베브는 지난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 KKR에 OB맥주를 팔았고, 5년 만인 2014년 다시 재인수했다. 당시 인수자금으로 6조 8000억원을 지급했고, 이후 AB인베브는 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통해서 벌써 1조원 가량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인수 바로 다음해인 2015년 3700억원을 냈고 이어 지난해 3450억원의 배당수익을 냈다. 지난해의 경우는 당기순이익이 3273억원으로 본사로 보낸 배당액이 177억원 더 많았던 셈이다. 또 지난해 말 유통주식수 2201만1000주 가운데 주당 17만4043원에 201만1000주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본사에 3500억원을 안겨줬다. 


이렇게 OB맥주는 몇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본사로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은 당연히 감내하면서도, 국내 실적 악화로 인한 부담은 오로지 근로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 때문에 OB맥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로자들에 대한 희망퇴직이나 부당한 계약을 요구하는 것이 알려지면 여론은 OB맥주에 대해서 더 안 좋게 돌아갈 것”이라며 “테라로 인해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당장 해결해야하는 국면인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갑질 등의 문제까지 불거지면 이미지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스페셜경제> 측은 OB맥주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취대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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