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같은 국적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호텔롯데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돌파구가 못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롯데는 비단 한국에서만 국적 논란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재계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롯데는 양국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일본에서는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로 눈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롯데는 국적이 애매모호(?)한 이방인인 셈이다.

결국 롯데의 국적 문제는 일본롯데 혹은 한국롯데 한 쪽을 정리하지 않는 다음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을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 기업을 두고 있다는 태생적인 탓만으로는 돌릴 수는 없다.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롯데가 ‘일본 기업’들과의 합작회사들을 국내에 진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롯데와 손을 잡은 일본 기업들 중에서는 미쓰비시와 같은 전범기업이 있는가 하면,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기업들도 섞여 있다.

즉,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정작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서는 일본기업과의 합작을 전혀 꺼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롯데의 계열사인 ‘롯데물산’의 경우에는 불매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한일 합작회사인 유니클로를 롯데월드입성시켰다. 롯데월드타워가 롯데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국내 소비자들 눈에는 곱게 비춰지는 않는 것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행진
日 불매운동에도 발목 잡혔는데 ‘산 넘어 산’

한국 정부가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우대심사국)에서 제외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기업 ‘불매’ 역시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중에 하나인 닛산은 ‘한국 철수설’까지 돌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롯데그룹 역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국내 소비자들은 또다시 롯데의 국적이 어디냐를 문제 삼으며, 불매 기업 리스트에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주시장에서 하이트의 참이슬과 함께 1위‧2위를 다퉜던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불매운동이 불거진 이후 판매율이 뚝 떨어진 상황이다.

이렇게 ‘롯데 마크’가 주홍글씨가 되면서, 롯데그룹 내 계열사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 불똥이 롯데물산으로까지 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불매운동’에 대해서 막말로 논란이 됐던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가 지난 2일 롯데물산이 관리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에 입성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롯데가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51%는 일본기업인 패스트링테일링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롯데월드타워 입성은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롯데물산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는 만큼, ‘에프알엘코리아’입성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우량 계열사 지분’은 줄고, ‘부실 계열사’ 지분 늘고

그렇다면 현재 롯데물산의 상황은 어떠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물산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50억원으로 전년 468억원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당기순이익은 5450억원 흑자에서 6108억원으로으로 적자전환을 했다. 1년 전과 비교하자면 당기순손실 폭이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무슨 이유로 1년 만에 롯데물산의 당기순손실인 1조원이 증가하게 된 걸까. 이에 대해 롯데물산 측은 자회사와 관계기업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롯데물산은 신동빈 회장 경영 복귀 이후 지배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롯데지주에게 우량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분을 일부분 매각했다. 이 대신 적자를 기록한 롯데인천개발 및 롯데자산개발의 주식을 넘겨받게 됐다. 문제는 새롭게 취득하게 된 롯데자산개발과 롯데인천개발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롯데자산개발의 경우 지난해 4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롯데물산에 118억원 가량의 지분법 손실 영향을 미쳤다. 또 롯데인천개발 역시 지난해 166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지주사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비이 증가한것도 당기순손실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7년만 해도 570억원이었던 금융원가는 지난 4730억원으로 8배가 넘기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롯데물산의 지난해 장기차임급 및 사채가 1조 7740억원으로 직적년도 대비해 7배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부채비율 역시도 103.22%로 1년 전에 68.96%에 비해서 약 1.5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자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자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였다. 지난해 롯데물산은 영업손실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롯데물산 측은 영업손실은 발생했지만, 현금 보유금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자비용을 지불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롯데물산이 자신했던 현금 보유금 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218억원으로 지난 2017년 2687억원에 비해서 약 47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현재 롯데물산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뚜렷한 사업이 없다는 점이다.

롯데의 상징이었던 롯데월드타워…현재는?

롯데월드타워는 지금이야 명실상부 롯데를 상징하는 건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시공부터 완공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롯데를 골머리 앓게 했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의 초고층빌딩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꼽힌다. 때문에 시공 초창기부터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항로상 운항에 문제를 줄 수 있다는 것으로 반대가 극심했다.

뿐만 아니라 석촌호수 물 빠짐 현상이 롯데월드타워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완공될 경우 잠실 전체가 씽크홀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이야기마저 돌았다. 여기에 더해 롯데월드타워가 매장 일부를 개장하고 난 뒤에는 아쿠아리움 누수, 건물 바닥 균열에 공사 중 각종 사고가 더해지면서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물론 완공이 된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논란은 싹 사그라든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 롯데월드타워의 문제가 ‘외부’에서 지적됐다면 최근에는 ‘내부적인’ 문제로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내부의 오피스 빌딩 임대와 레지던스 분양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진은 롯데월드타워의 개발‧운영을 맡고 있는 롯데물산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2017년 4월 롯데월드타워 공식 오픈에 앞서서 일찍 오피스 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공실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까지 오피스동의 절반이 넘는 60% 가까이가 텅 비어있었다. 그러다 12월을 기점으로 30%로 공실률이 뚝 떨어졌고, 올해 초 전체의 4분의 1가량만 남았다.

하지만 공실률이 이렇게 떨어졌다고 해서 안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롯데월드타워의 공실률을 메꾼 것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와 영화 배급사업을 하는 롯데컬처웍스 등이 지난해 12월 롯데월드타워 프라임오피스에 입주했다. 롯데 e커머스의 경우 1000명이 넘는 임직원들로 인해서 25층과 26층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고, 롯데컬처웍스는 27층 한 개 층만 사용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한 기업들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롯데지주(17~18층, 20층) ▲롯데케미칼(14~16층) ▲롯데MCC(14층)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25~26층) ▲롯데컬처웍스(27층) 등이다. 롯데 계열사를 제외하면 실제 외부 기업이 오피스에 입점한 경우가 드문 것이다. 그나마 ▲데상트코리아 ▲데상크글로벌리테일㈜ ▲유코카캐리어스 ▲디쉐어 등이 입점해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FRL)코리아가 ‘롯데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알려졌을 때 국내 소비자들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FRL코리아까지 ‘입성’

이에 대해서 업계 관계자들 역시 롯데물산이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기업이라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맞지만, 시기적으로 에프알엘코리아를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국적 논란’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롯데가 한국에 대한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니클로 한국법인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결국은 ‘일본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봤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앞서 언급했듯 롯데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때문에 롯데물산의 입장에서는 계열사나 다름없는 회사를 롯데월드타워로 받고 공실률을 채운다는 선택이 단기적으로 이득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이 유니클로에 드러내고 있는 적대감과 반감을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보자면 롯데물산은 물론 롯데 전체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선택인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물산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사실상 수익원이 되 줄 사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최근 롯데물산이 신사업으로 공유 오피스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 역시 성과가 어떨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물산 입장에서는 한 기업이라도 더 많이 입주시켜 공실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2월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30층에 총 66개실, 565석 규모로 2인실~75인실을 갖춘 공유오피스 워크플렉스를 론칭했다. 지난달까지 워크플렉스의 입주율은 70%로, 당초 롯데가 예상했던 60%보다 높은 입주율이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와 같은해에 지어진 인근의 ‘타워 730’ 빌딩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다수 입점해 공실률 제로를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도 선방하기 보기는 어려운 성적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롯데나 롯데물산이 관가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 바로 기업 이미지라는 점이다. 일본과 외교적·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롯데가 가장 먼저 끌려나오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 이미지 속에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것이 너무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롯데는 한국기업 입니다’라는 것을 주장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국에 롯데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늘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물산의 실적 악화와 관련해서 이광영 대표의 겸직 체제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불거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롯데물산> 측은 스페셜경제와의 취재에서 "외부에서는 그런 시선으로 보실 수 있지만 롯데물산과 자산개발은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광영 대표님의 겸직에 대한 내부적으로는 평가가 좋다"면서 "자산개발하고 물산이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협업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됐던 일련의 이야기들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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