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8.08.15.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나흘 앞으로 다가온 제74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이 기존 개별허가 품목에 포함시켰던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하고, 일본 정부 내에서 대(對)한국 대응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일본 현지 보도가 나오는 등 양국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고 있어 발언 수위 조절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일본의 수출규제가 이어진 관계로 문 대통령의 대일(對日) 언급 비중이 예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번 경축사가 향후 한일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이어지고 있어 문 대통령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동안 별다른 일정 없이 참모진과 경축사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메시지를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진을 중심으로 이미 초안은 만들어졌지만 향후 정세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커 초안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이다.

취임 후 광복절 경축사에서 줄곧 평화 메시지에 역점을 둔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남북 경협을 골자로 하는 ‘평화경제’를 강조하며 대일 압박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있으나,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에 반발하며 잇따라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추가 발사 가능성 또한 예측되고 있어 평화 메시지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취임 후 있었던 문 대통령의 두 차례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직접적 대일 언급이 자제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짤막하게 언급했을 뿐, 구체적 사례나 대일 경고·비판 등의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반발로 이루어진 점과 문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비상상황’이라 규정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경축사에서 대일 언급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본의 제재조치를 부당하다고 비판하면서 동시에 이번 사태를 발판삼아 내실을 강화하고 일본을 극복하자는 ‘극일’ 메시지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일 일본이 기존 규제품목이던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하자 국내에서는 이를 ‘강대강 대치 회피성 조치’라 분석했지만, 문 대통령은 같은날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점”이라며 긴장상태를 유지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최우선적 과제로 외교 해결이라는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축사에는 ‘극일’메시지와 더불어 일본에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함께 담길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광복절 직전까지 일본의 반응을 정밀히 살펴보며 메시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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