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유사 공무원 늘리기’, ‘좌파 조직 양성’ 강력 반발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읍면동 혁신, 주민자치, 마을자치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을 위한 일자리안정기금 등 쟁점 예산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여야가 지난 4일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이에 따라 5일 11시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 소위원회(소소위)에서의 최종 감액·증액 심사 및 쟁점 정리 등으로 인해 표결이 지연되고 있다. 아울러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최종 전산작업이 대략 8~9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산안 처리 표결은 이날 오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소소위에서의 쟁점 사안으로 지목됐던 ‘혁신 읍·면·동 시범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초부터 진행된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혁신읍면동 시범사업은 정부가 전국 읍·면·동에 ‘유사 공무원 만들기’ 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혁신읍면동 시범사업에 대해 보건·복지 서비스 강화, 행정혁신, 마을 공동체 및 동네 자치 활성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읍면동 개선을 추진하는 사업이라 주장하고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친(親)정부 성향의 유사 공무원 늘리기의 일환으로 봤다. 특히, 한국당은 국민 세금을 투입해 풀뿌리 좌파 조직을 양성하기 위한 꼼수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유사 공무원 만들기’, ‘좌파 조직 양성’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전액 삭감된 혁신읍면동 시범사업 예산에 대해 들여다봤다.


주민자치회 간사‥이쯤 되면 준공무원?


채용 근거도, 선발 기준도 없는 공무원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기며 평행선을 달렸던 여야는 지난 4일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을 위한 일자리안정기금 등 쟁점 예산에 대해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최대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1만 2221명의 공무원을 충원할 계획이었으나 야당은 강력 반발했고, 법정시한이었던 지난 2일 민주당은 1500명 감축한 1만 500명을 제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7000명과 9000명을 제시하면서 접점을 좁히지 못했으나, 이날 민주당이 국민의당 제시안을 일부 수용하면서 9475명으로 합의했다. 다만, 한국당은 공무원 증원에 대한 합의를 유보했다.


일자리안정기금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 의견을 반영해 부대의견을 작성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직접 지원금 3조원과 간접 지원금 1조원 등 총 4조원 가량이 편성된 일자리안정기금 예산을 삭감하지 않되, 향후 운용 계획을 부대의견에 명시하기로 했다.


당초 야당은 일자리안정기금 지급을 내년에 한해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했으나 여당이 이를 반대하면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일자리안정기금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2019년 이후 일자리안정기금에 대한 재정 지원은 2018년 규모(현금직접 지원 3조원)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키로 했다.


또 현행 현금 직접지원 방식을 근로장려세제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 지원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을 내년 7월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혁신읍면동 사업 예산 전액 삭감


여야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인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 성격인 일자리안정기금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5일 11시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 소위원회(소소위)에서의 최종 감액·증액 심사 및 쟁점 정리 등으로 인해 예산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아울러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최종 전산작업이 대략 8~9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산안 처리는 이날 오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소소위에서의 쟁점 사안으로 지목됐던 ‘혁신 읍·면·동 시범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황주홍 의원은 “혁신 읍면동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앞서 야당은 해당 사업이 친(親)정부 성향의 준(準)공무원을 양산하는 사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혁신읍면동 시범사업은 지난달 초부터 진행된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전국 읍·면·동에 ‘유사 공무원 만들기’ 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신규 사업인 혁신읍면동 시범사업에 205억 6200만원을 편성했다.


혁신읍면동 사업은 보건·복지 서비스 강화, 행정혁신, 마을 공동체 및 동네 자치 활성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읍면동 개선을 위한 취지라는 게 행안부의 주장이다.


행안부는 2018년 200여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혁신읍면동 시범사업을 실시한데 이어 2019년 전국 읍면동의 30%인 약 1500개의 읍면동으로 확대, 2020년에는 전국 3500여개의 읍면동으로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행안부는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마을공동체 조성 및 주민자치위원회를 활성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데, 주민자치회 간사 인건비로 1인당 연봉 2500만원을 편성했다.


행안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지원하는 방식이지만, 2018년부터 적용되는 200개 읍면동을 기준으로 하면 내년 한해에만 주민자치회 간사 인건비로 행안부가 지출해야 할 금액은 25억이었다.


2020년까지 전국 3500여개 읍면동으로 확대되면 주민자치회 간사는 3500명으로 늘어나는데, 이럴 경우 이들의 인건비에 소요되는 예산은 단순 계산으로 437억 5000만원까지 증가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개 시·군·구에 3명씩 시범 채용하는 중간 지원조직 전문가(총60명) 인건비는 1인당 연봉 3000만원에 달해 9억원의 국고가 투입된다.


▲ 2018년도 행정안전부 예산안.

선발기준·자격요건도 없이 유사 공무원 늘리려던 정부


이 때문에 주민자치회 간사 및 중간 지원조직 전문가는 국가의 녹(祿)을 먹고 사는 공무원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행안부의 혁신읍면동 시범사업에 대해 “사실상 연봉 2500만원 짜리 공무원을 하나 두는 것”이라며 “채용근거도, 선발기준도 없다”고 따졌다.


김 의원은 “노량진 가면 우리 청년들은 공무원 채용시험을 보려고 죽을 둥 살 둥 공부해도 안 되는데, 선발기준이나 자격요건도 없이 그냥 하겠다는 것이냐”며 “기존 주민자치회도 잘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예산결산특위 소속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지난 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유사 공무원 일자리 예산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며서 “이번에 행안부 예산에 한 3~400억원 정도가 편성돼 있는데, (유사 공무원 일자리 예산이)혁신읍면동 예산으로 포장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에는 주민자치회의 총무나 감사역할을 하는 분이 당연히 주민 중에서 봉사를 하고, 하고 싶은 분이 자발적으로 했던 역할인데 이것을 연봉 3000만원 짜리 정규직화 해서 전국적으로 지금 다 만들겠다고 (정부여당이)얘기를 하고 있다”며 “굳이 봉사직으로 하고 있던 것을 왜 유급에다가 공무원에 준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하느냐”고 질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행안부는 지역주민과 활동가들이 한 곳에 모여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지역점거별 소통협력 공간 조성 및 운영’에 대한 인건비 명목(3개소×15명×5000만원)으로 22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


또 시민의 직접참여 욕구와 우수한 역량 및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회적 난제를 창의적·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문제해결 역량 강화 및 시민참여를 제고하는 사업인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에도 14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이 중 혁신코디네이터 12명을 고용해 4300만원씩 총 5억 2000만원의 인건비를 편성했다.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예결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좌파 운동권 양성하는 완장부대 사업”


하승창式 마을공동체 사업‥편향성 논란


한국당의 반발…“좌파 백년 집권 계획”


이처럼 내년도에 증원하기로 한 공무원 9475명과는 별개로 유사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을 늘리는데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것도 문제지만, 한편에서는 좌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지방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데 더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논평을 통해 “행안부는 읍면동에 소통협력운영인력, 중간지원조직, 사회문제해결 요원 등의 명목으로 연봉 2500~5000만원으로 총 377명을 고용하고 별도 사업비를 올렸다”면서 “또 문체부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과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 활동가에게 연봉 수천만 원을 주는 등 총 17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전교조가 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촌지 추방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온 국민은 얼마나 환영했느냐”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전교조는 풀뿌리 교육을 장악하고, 학생들에게 역사를 왜곡시키고, 좌파사상을 전파하고, 교육을 정치에 오염시켜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섰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이어 “(행안부의 혁신읍면동 사업은)결국 지방권력 자체를 좌파일색으로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 조직들은 떠돌이 좌파운동권에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처음에는 지역 활동도 하겠지만 정부예산으로 사회운동을 하고, 교육하고, 장기적으로 시군구의회를 장악할 것”이라며 “좌파 백년 집권을 위한 참으로 원대한 계획”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혈세를 투입해 좌파 풀뿌리 운동권을 양성하는 완장부대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 정태옥 의원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진행된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서울시 마을공동체→혁신읍면동 사업=정치적 편향성 논란


혁신읍면동 사업에 대한 보수야당의 이러한 시각에 민주당은 관이 아닌 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자치 강화 사업이고 마을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인데, 보수야당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에 불과 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선거운동을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할 경우 해촉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혁신읍면동 사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을공동체 사업과 유사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마을 단위 소규모 공동체를 회복시켜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현안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서울시가 교육부터 컨설팅까지 총괄 지원했던 사업으로, 지난 2012년 박 시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시민운동가 출신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혁신수석)이 주도했다.


당시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은 일부 마을공동체가 진보신당 당원들이 설립·운영한 단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 시장이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시 곳곳에 좌파 양성소를 만들려 했던 게 아니냐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인 바 있다.


보수야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혁신읍면동 사업 예산이 예산소소위에서 전액 삭감돼 다행”이라며 “해당 예산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좌파성향 시민단체에 대한 논공행상 성격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예산이 통과됐으면 정부지원으로 내리꽂혀진 유사 공무원들은 충실한 민주당 지지자가 됐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그 가족들도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는데, 이는 내년 지방선거와 나아가 21대 총선을 겨냥한 좌파정부의 지방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교두보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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