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급물살에 한국당,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 고민하길” 강한 반발

[스페셜경제=박고은 기자]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의 중심에 선 국가정보원 추명호 전 국장을 17일 새벽 긴급체포했다. 전임 정권의 적폐청산이 이처럼 본격화되어 가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비롯 보수정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정원 정치공작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추 전 국장을 전날(16일) 오전부터 소환조사하던 중 이날 새벽 2시 10경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및 정치관여죄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전날부터 추 전 국장을 상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공작과 이른바 서울시 박원순 시장 제압활동 등 국정원이 각종 정치 공작 및 여론 조장 등 문건 작성‧관리에 관여했는지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국정원 원세훈 전 원장 지휘 하에 이같은 공작과 문서 작성 외에 블랙리스트와 반값등록금 대응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병우 꼬리 잡히나


특히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청와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추 전 국장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정황들이 쏟아졌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동향을 보고했다.


이는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의혹이 불거진 뒤 이 전 감찰관의 감찰이 이뤄지자 국정원 직원에게 이 감찰관에 대한 동향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추 전 국장은 '이석수 특별감찰관 개인동향 및 감찰내부 동향', '특별감찰에 대한 대응방안 제시' 등의 수집한 동향정보를 두 차례에 걸쳐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우 전 수석에게 이뤄진 보고에는 이 감찰관의 야당 의원과의 친분관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으며, 특별감찰관의 조사기간을 연장하는 시간벌기를 통해 야당의 공세타이밍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대응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식의 의견 등이 담겨 있었다.


또 추 전 국장은 지난해 6월 말 부하직원에게 우리은행장의 비리 첩보를 집중 수집해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작성된 보고서를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장의 연임이나 비리문제가 이슈화되지 않았음에도 비리 첩보를 집중 수집토록 지시한 배경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2016년 7월 최순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관련 문건을 통해 최순실 등 국정농단 인물들이 새로운 행장 후보 추천을 위해 당시 우리은행장 연임을 저지할 명분이 필요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추 전 국장 부임 이후 최순실, 미르재단 등 관련 첩보는 총 170건이 작성됐지만 당시 국정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추 전 국장은 국정농단 관련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근무성적 불량' ‘복장불량’ 등의 사유로 지방 전출을 시키는 등의 불이익을 줬다.


당시 국정원이 수집한 첩보는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실세는 정윤회의 전처 최순실이라는 설 확산’, ‘윤전추 행정관은 최순실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으로 행정관에 임명’, ‘박 대통령과 인연이 없던 우 수석이 최순실·김기춘을 통해 민정비서관으로 입성’ 등이다.


추 전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 농단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방조했는지, 국정원 실세였는지 우 전 수석 수사의 ‘키맨’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장 48시간 추 전 국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해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때문에 늦어도 18일까지 구속영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 고민하길” 반발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 있었던 이같은 정치공작과 문건 발표, 추 전 국장이 긴급체포 되는 등 적폐청산이 급물살을 타면서 한국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17일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도 좀 봐가면서 과거사의 쓰레기를 뒤져라”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직도 전 정부, 전전 정부 타령하면서 적폐청산만 외치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들이 종업원을 줄이고 문을 닫고 있고 똑똑한 원자력학과 학생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 쥐고 교실을 뛰쳐나오고 있다. 30만 명의 원자력 관련 종사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질까 불안해한다”면서 “현 정부의 약속파기로 비정규직-정규직 갈등을 겪은 학교 내에는 싸늘한 공기가 감돈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자발적 실업률이 15.9%로 4년 8개월 만에 최고”라면서 “정부 돈으로 만드는 일자리 외에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얼마이고 없어진 일자리는 또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는가”라고 맹 비난했다.


이어 “과거사 타령은 사정기관에 맡겨두고 이제 그만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길 바란다”며 “대한민국의 5년 후, 10년 후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논의하길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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