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서 벌었지만 韓에 쓰진 않는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의 절반가량을 배당금 등으로 대주주들이 있는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 투자보다 이익에만 급급해, 지점 등 영업점을 대폭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을 줄이는 등 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난의 중심에선 곳이 바로 국내 대표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다.


‘한국시장 철수설’이 끊이질 않고 이어 지는 한국씨티은행을 <스페셜경제>가 살펴봤다.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고스란히 해외 본국 지주사들에게 배당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부 유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쏟아 부으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끊이질 않는 고배당 논란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360원, 우선주 410원을 배당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배당금 총액은 1,145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 2121억원(대손준비금 반영전)를 감안하면 배당성향은 54.02%.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5년에도 1,161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 2,253억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은 51.53%다. 전년도에도 당기순이익 1155억 중 509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씨티은행은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으로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형적인 고배당 사례다”며 “지분을 사실상 100% 갖고 있는 본국에 배당으로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씨티은행이 최근에만 배당을 높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고배당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항상 입방아에 오르던 단골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 해외 본국으로 배당을 지급했으며, 2013년에는 배당 대신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1300억원 이상을 본사에 송금하는 등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및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위해 자본비율이 양호한 국가에 대해 이에 상응하는 배당을 실행하고 있으며,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배당 후에도 BIS자기자본비율은 국내은행과 견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높은 자본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만 버는 ‘한국시장’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 점포 133곳을 32곳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또한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하면서 전화나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익’ 절반 통근 배당…해외 본사 송금 ‘국부유출’ 논란


실적부진에도 배당은 ‘빵빵’…영업점 축소에 소비자 허탈


지금도 고객이 은행 업무의 95% 이상을 비대면 채널로 하는 상황에서 영업점에서 받던 금융서비스도 비대면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점포 101개를 감축하면서 약 800명의 직원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씨티은행 측은 “점포가 줄어도 구조조정을 통한 인위적인 직원 수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씨티은행 노조는 '폐점 직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이번 전략은 고객의 거래중 95% 이상이 비대면 채널에서 일어나는 등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맞추기 위한 것이 목표"라며 "직원수 변동은 없을 것이며,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전략 변화를 통해 지점망은 더욱 최적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고객가치센터는 고객의 문의 전화 상담을, 고객집중센터는 텔레마케팅 영업을 하는 곳이어서 사실상 콜센터와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한국에서 번 돈의 절반을 본국 지주회사에 배당으로 지급하고, 거액의 경영자문료를 지문하고 있지만 정작 영업을 하는 한국 시장에서는 점포를 줄이고, 인색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끊이질 않고 제기되고 있는 한국철수설로 한국 시장에서 신뢰도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끊일 않는 ‘철수설’ 논란


외국계 은행들이 몸집을 크게 줄이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 하기위한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일 사내설명회를 열고 “지점 축소는 디지털환경에 따라 변화된 고객의 금융이용형태에 맞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일축했다.


씨티은행 측은 "소비자금융 전략 변화의 목표는 지점수 조정이 아니라,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이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에 발맞추어 전통적인 지점 모델에서 벗어나 선도적으로 고객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라며 "씨티은행은 지점 수가 아닌 고객의 니즈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시장 철수설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으며, 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4% 줄어든 1조681억원, 비이자수익도 전년 대비 14% 감소한 550억원을 기록하는 등 갈수록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줄 잇는 ‘탈(脫)한국’ 러쉬


외국 금융사가 한국을 떠나는 이른바 ‘탈(脫)한국’ 조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영국계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 은행과 증권이 한국 진출 39년 만에 한국 사업에서 손을 땠다. 미국의 골드만삭스 역시 자산운용사 한국지점을 폐쇄했고 스위스계 UBS도 은행업 인가를 반납하고 은행 업무를 증권부분과 통합했다. 또한 최근 스폐인계 은행인 산탄데르은행이 서울 사무소를 철수했다.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철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실적이다.


국내 은행들은 판매채널의 다변화 등 시장점유율을 높인 반면 외국계 금융사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하며 폐쇄적인 영업을 구사했다. 또한 각종 규제의 진입장벽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금융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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