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걸린 인양’…“그들,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 인양 작업 완료로 세월호 선체가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가운데, 국민들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세월호 참사 발생 약 3년, 총 1091일 만에 선체에 대한 육상 거치 작업이 11일 완료됨에 따라 9명 미수습자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색 작업만이 남았다.


3년이란 장기간 세월호가 바닷물 속에 잠겨있어 선체 훼손 정도가 심각한 데다 정부의 ‘헛발질’ 행보가 거듭됨에 따라 향후 수색 작업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당초 세월호 선체를 실은 모듈 트랜스포터(MT)를 T자형으로 이동, 세월호 선체 객실이 부두를 향하고 선체 바닥이 바다를 향하는 형태로 옮길 계획이었지만, 선체 훼손이 심각해 추가 이동 없이 현 위치 그대로 거치하겠다고 방침을 변경했다.


이런 가운데, 애초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세월호 인양 작업이 3년씩이나 연기된 데 대한 의구심이 증폭된 것은 물론, 선체절단과 동물뼈 확인 논란 등 해수부발(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해수부가 세월호 선체에 실린 일부 화물을 선체조사위원회에 알리지도 않고 외부로 빼낸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정부 불신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해양수산부, 잇단 ‘헛발질’…국민 신뢰 추락 ‘자초’
세월호 선체 변형 확인 “원인 규명 시급”


지난달 23일, 침몰한 지 1073일 만에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예상보다 순조로운 인양과정에서 그간 왜 세월호 인양이 장시간 허비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공교롭게 인양 시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시점과 겹치면서 이런 의혹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세월호 인양 모습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일반상식 수준에서 모든 상황을 감안했을 때 왜 3년이나 긴 시간이 걸린 것인지에 대한 이른바 ‘합리적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시간만 허비하며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을 무참히 날려버린 해수부는 결국 이번 인양작업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세월호 선체가 뭍으로 올라와 모습을 드러내면서 ‘선체 변형’이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선체 변형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문제는 선체변형이 언제, 어떻게, 어떤 요인으로 발생했느냐에 따라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어 일찌감치 논란이 예상됐다는 점이다.


이미 해수부는 그간 인양 과정에서 무려 140여 곳에 달하는 구멍을 뚫어 선체 훼손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세월호 선체 변형 원인을 추측한 해수부의 설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해수부는 세월호가 약 3년 간 바닷물에 잠겨 있어 선체가 약해져 사고 해역에서 선체를 끌어올리고, 다시 반잠수선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변형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를 목포신항 부두로 옮기기 위해 MT 유압장치로 접촉면이 고르지 않은 세월호의 높낮이 조절 과정에서도 변형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잠수선으로부터 부두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도 반잠수선과 부두의 평형이 맞지 않아 선체 변형 가능성도 추측했다.

인양 과정 중 선체 변형 가능성 "해수부, 사전에 몰랐을까?"


▲ 며칠이 채 걸리지 않은 세월호 선체 인양에 그 시점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맞물려 갖가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다만 해수부는 침몰 당시 객실 선미가 해저면과 충돌해 사고 시점부터 선체 변형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열어뒀다.


결국 이 같은 해수부의 세 가지 설명은 ‘자연적’ 변형이 아닌 선체 인양을 위한 작업과정 중 발생한 ‘외부 작용에 따른 변형’ 가능성이다.


해수부가 인양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이전부터 어느 정도 선체 변형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이를 더욱 면밀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함에 따라 애매한 설명으로 논란만 자초한 셈이 됐다.

앞선 선체 훼손에 이어 변형까지 이번에 추가로 확인되면서 참사 원인을 규명할 증거에 대한 훼손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해수부가 미수습자로 추정된 유골이 발견됐다며 발표한 것이 뒤늦게 동물 뼈였단 사실이 확인되면서 유가족들을 또 한 번 울리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당시 해수부는 뼛조각 발견 이후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늦게 알려 스스로 더 큰 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한 목소리로 이 같은 해수부의 ‘엉터리’ 인양작업을 규탄했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발견된 유골이 동물 뼈로 확인됐지만, 가족들이 4시간이 지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경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해수부가 인양 작업 과정에서 보인 미숙한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월호 선체 부실 정도가 심각함을 이유로 추가 절단엔 선을 그은 해수부지만 앞서 지난달 23일 선미 램프(자동차 등이 출입하는 통로의 출입문)를 절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또 뒤늦게 언론에 의해 램프 끝에 화물 등이 매달려 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거력 확보가 가능한 짐 등이 쏟아져 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결국 해수부가 지난 1년 6개월여를 잠수사들을 통해 세월호 선체 곳곳을 조사하며 인양 준비를 해왔음에도 램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한 인양 준비 부실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동물 뼈·선내 화물운반 의혹 등 논란 지속
국회, 해수부 대상 감사원 감사 청구 움직임


아울러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에 있던 일부 화물을 인양 과정에서 선체조사위에 알리지도 않고 외부로 빼낸 사실도 밝혀졌다. ‘유감’ 표명 정도로 그친 해수부 사과에 당시 선체조사위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선체인양 작업에 앞서 유가족 측이 정부가 세월호 침몰 현장을 엄격히 통제한 상황에서 인양을 담당한 상하이샐비지 직원들이 야간을 틈타 몰래 선체 내 화물을 빼낸다는 내용의 의혹을 제기한 사실과 맞물려 논란이 크게 확대됐다.


이와 함께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해 운송장비 투입 문제를 두고 ‘갈팡지팡’ 행보를 보이는 한편,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비용 문제를 감안해 대용량 운송장비를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실제 해수부는 세월호의 실제 무게를 재놓고도 각종 추정치로 보정하는 탓에 작업에 난항을 겪어온 사실도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상하이샐비지가 작성한 세월호 선체 무게 관련 서류엔 1만 6632톤으로 기록된 반면, 같은 날 해수부는 이 무게를 1만 3460톤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결국 인양 담당업체와 해수부가 파악한 세월호 선체 무게가 무려 3200톤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에도 해수부는 세월호 육상 거치에 연이은 실패에 뒤늦게 세월호 선체 무게가 1만 6천톤 이상일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결국 해수부 측의 앞서 실측해뒀음에도 각종 자료로 보정하다 보니 추정치 무게가 다소 차이가 났다는 내용의 애매한 설명으로 일관했다.

"인양 과정에서 화물 등 증거 유실 가능성 과연 없나?"


▲ 세월호 인양을 담당한 해수부는 그간 과정에서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같은 해수부 행보에 결국 국회발(發) 감사원 감사 청구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해수부의 세월호 부실인양과 관련,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제출한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21명이 제출한 해당 요구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세월호 인양 과정이 아직 마무리되진 않았으나 인양의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해수부의 행태에 대해 의문점이 많다”며 “특히 모듈 트랜스포터(특수 운송장비)를 활용한 육상 거치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정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가 제시한 감사요구안은 그간 제기된 해수부 전반적인 부실인양 논란에 대한 감사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의문은 해수부가 인양업체를 상하이샐비지로 선정할 당시 불거진 의혹이다.


애초부터 상하이샐비지는 종합적 상황을 고려해 기술력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최근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역시 이 같은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업체 선정 당시 57명의 평가위원 중 무려 49명이 해양수산부 소속 및 관련 기관 소속이었던 사실도 밝혀지면서 정부 입맛에 맞는 업체가 최종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한편, 세월호 선체의 육상 거치 작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제 남은 최대 과제는 미수습자에 대한 수색이다.


작업자 안전 확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선체 세척과 내부 방역작업 등을 거쳐 본격적인 수색은 세월호 침몰 3주기인 16일 전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훼손 정도가 심각한 세월호 선체의 내부 상태다.


지난 세월호 참사 당일 단원고 학생들이 대거 탑승했던 세월호 4층 객실부는 흔적조차 발견하기 힘든 상태로, 내부 벽은 완전히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형체가 남은 건 철제 기둥뿐으로 선체 전반에 부식 역시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결국 정부의 ‘지지부진’ 부실 인양으로 차마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된 세월호를 눈앞에 두기까지 무려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월호 육상 거치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향후 더욱 중요한 미수습자 수습과 참사 원인 규명 과정을 남긴 가운데 또 다시 ‘애먼’ 시간이 흘러가지 않게 전 국민적인 관심이 더욱 요구된 상황이다.


▲ 국민적 상처로 남은 세월호 참사는 이번 선체인양 완료를 기점으로 사고 원인 규명 등 향후 남은 과제들이 산적한 상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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