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청와대가 국내 최대 보수우익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선출 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바꾸기 위해 당시 허준영 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이 회장 투표에서 번번히 낙마하자 아예 선출 방식을 선거에서 추천 임명제로 변경한 것이다.


13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 4일 당시 김성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장(현 행자부 차관)은 허 회장에게 “지난번 회장님 말씀을 비서관 통해 수석께 보고했다”며 “포상을 포함한 제반사항에 대해서는 수석과 통화해 직접 논의하는게 어떨까 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문자에서 언급한 수석은 현기환 정무수석이며, ‘제반사항’은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바꾸는 문제를 뜻한다. ‘지난번 회장님 말씀’이란 “선거제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허 회장의 입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회장 선거 방식을 투표제에서 추천제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만 하지 말고 현 수석을 만나 논의해 보라는 의미를 허 회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 당시 연맹 회장직은 총회에서 자유경선에 의해 선출했다. 500명으로 구성된 대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제안에 허 회장이 계속 거부하자 양측의 중재를 위해 김 실장이 나선 것이다. 김 차관의 중재가 있고 11일 뒤인 11월15일 허 회장은 실제 현 수석을 만나 회장 선거 방식 개편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허 회장이 투표제 선출 방식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청와대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이 당시 허준영 자유총연맹 회장에게 보낸 메시지.

허 회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투표제를 추천제로 바꾸는 건 민주주의에 역행, 특히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선출 방식을 바꾸면 공정성에 의심을 살수 있다”며 “추천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복안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직선제 폐지를 요구했기 때문에 선거제를 바꿀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자유총연맹은 허 회장 후임으로 김경재 회장이 당선돼 2016년 4월 28일 취임한 직후 추천제를 도입했다. 2016년도 제3차 자유총연맹 이사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연맹 이사회는 그해 6월 ‘중앙회장은 회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자 중에서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총회에서 선임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청와대 지시로 바꾼 건 아니다. 최근 3~4년간 회장이 수차례 바뀌면서 문제가 많이 생겼었다. 그 과정에서 조직 분열도 되고 피로가 많이 쌓인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정리해서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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