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One 보이스’ 안 내고…‘갈지자 행보’ 분열 책임론 ‘모락모락’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새누리당이 분당 기로에 섰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이후, 패권을 유지하려는 친박계와 당의 쇄신을 주장하는 비박계 간의 당권 쟁탈전이 벌어진 것.


비박계의 방침은 ‘당권을 잡아 새누리당을 내부서부터 변화’시키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분당을 통해 신(新) 보수를 재건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경선까지는 당 내부에서 싸워보고 이후엔 분당으로 가닥을 잡자는 것이 비박계의 중론이 됐지만, 지난 16일 원내대표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유승민 의원은 비대위원장까지는 노려보겠다며 잔류 입장을 표명했다.


새누리당 밖에서 비박계의 분당을 촉구하던 소위 탈당파들은 유 의원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일침을 가했다.


반면, 기존방침대로 분당을 고려하던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대표는 하루정도 생각의 시간을 가진 뒤 비박계의 단일대오를 위해 유 의원의 비대위원장 출마에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비박계가 친박계에 대항해 어떻게든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 가운데 유 의원 측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비박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현 새누리당의 분당 국면을 조명하고 친박 패권주의에 맞서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비박계 인사들의 동상이몽을 파헤쳐봤다.


‘무너진 보수’대신 ‘새 집 짓겠다던’ 비박 갈팡질팡


‘탈당파’, ‘다른 생각 품는 유승민’에 관심법 시전?


비박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지난 18일 ‘비대위원장 선거까지는 노려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비박계 좌장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계의 단일대오를 위해 유 의원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난 19일 유 의원 측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예고되고 있다.


지난 16일 새누리당 당권 향배의 분수령으로 주목되던 원내대표선거는 패권주의 친박의 재집권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분당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비박계가 탈당에 앞서 당권 장악을 통한 새누리당 쇄신을 한 번쯤 시도해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결국 실패한 것이다.


이에 비박계가 본격적으로 분당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초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하면 새누리당으로서의 쇄신은 더 이상 없다고 보고 탈당 후 신당창당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비박계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까지는 싸워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미련을 남겨 비박계의 단일대오가 흔들렸다.


유 의원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 개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기꺼이 그 독배를 마실 각오가 되어 있다”고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면 탈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탈당파, 유승민 행보에 일제 지탄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앞서 탈당 후 신당창당을 논의 중이던 새누리당 탈당파 인사들은 같은 날 유 의원을 향해 일제히 탈당 촉구에 나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전·현직 탈당파 의원 회동에 참석해 “무엇을 목표로 새누리당에 남이 있는 지 묻고 싶다”며 “비주류는 정치적 계산을 그만두라”고 질타했다.


남 지사는 이어 “친박계가 다수인 당의 해체나 (친박계) 인적 청산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의원은 “아직도 새누리당의 적통을 갖고 있어야 보수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느냐”며 “아수라장에서 나와 함께 신당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유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 때 입과 두뇌 역할을 했고, 박근혜의 비서실장으로 항상 수구보수 입장에 서 왔다”며 “2013년 갑자기 경제민주화의 기수처럼 행세하며 중도개혁을 얘기했지만 변심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기회주의자”라고 유 의원의 이 같은 행보가 처음이 아님을 꼬집었다.


이에 비박계의 좌장으로서 또 다른 핵심 축을 지탱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졌다.


‘같이 잘 해보자’는 김무성, ‘생각 없다는’ 유승민?


‘친박과 다르다’는 비박, ‘국민에겐 똑같은’ 실망감


일단 믿고 지지해보자는 김무성


이튿날인 19일 김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과 오전 회동을 통해 유 의원을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김무성 측 한 의원은 동일 김 전 대표 의원실에서 15명 내외의 비주류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 모임에 자리하지 않았다.


해당 의원은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는 유 의원이 전권을 주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했으니 그걸 밀어주자고 했다”며 “(참석자들은) 비주류 대표 비대위원장으로서 유 의원을 권장하는 통일의견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김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에 유 의원 추천) 의견이 (당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점을 봐서 탈당한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까지는 노려보되 패배해 당이 친박 패권주의로 굳어질 경우 탈당 후 신당창당을 노린다는 기존 비박계의 중론을 유지해왔다. 그랬던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비박계의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입장을 한 번 굽혀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유 의원 측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손 붙드는 김무성, 슬며시 빼는 유승민? 동상이몽


같은 날 유승민계 오신환 의원은 점심에 가깝게 지내는 기자들과 오찬을 하던 중 ‘김무성과는 선을 그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의원은 아울러 ‘이번 주 유 의원을 포함한 10명이 탈당 예정’이며 ‘앞서 두 명이 먼저 탈당하려 했으나, 유 의원이 나갈 것이라면 같이 나가자고 만류해 10명의 의원을 계류’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해당 소식을 접한 기자들의 취재전화에 오 의원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유 의원 측은 비박계의 대열을 붕괴시킨 핵심 인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비주류의 한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박의 안하무인적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조직력 자체는 배울 부분이 많다. (비박계가)모래알 조직이 돼서는 그들(친박)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며 “자신의 이익만(유승민) 쫒겠다고 보수의 쇄신을 위해 하나로 뭉치려 애쓰는 사람들의 등에 비수를 꽂고 제 살길 찾아나서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라며 개탄했다.


아직까지 오 의원 측과 관련한 정황이 확실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로 유 의원은 동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카드가 실패할 경우 다른 비박계 의원들과 함께 분당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많은 의원들과 그런 가능성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김 전 대표와의 회동 계획이 있냐는 질문엔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전체적인 정황 중 한 가지는 확인 된 셈이다.


아울러 유 의원은 친박이 아니면서도 친박 지지기반의 핵심인 TK(대구·경북)의 적자라는 양면(兩面)적 장점을 지니고 있고, 이를 통해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그간 정략적 줄다리기를 해 왔다는 평가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민적 지탄 대상이 돼버린 친박계의 전횡과 횡포에 보수정권은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 보수를 지지하는 여론은 쇄신을 기대하고 있다. 비박계는 이런 여론을 무너진 보수의 초석으로 삼겠다며 친박계와 각을 세웠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친박계 못지않은 실망감만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들은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이 아닌, 마땅히 나아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제는 기대에 부응할 때다.


(사진제공=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