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그리고 자수’…감추고 싶은 것 ‘무엇인가’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국이 파행(跛行)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발 초대형 비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 건설되는 101층 초대형 아파트 사업 이른바 ‘엘시티 프로젝트’.


이 사업의 시행사인 엘시티PFV(청안건설)의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수분양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져 가고 있다.


또한 사업 승인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지만 사건의 핵심 열쇠를 갖고 있는 이 회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뒤에 최순실과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또한 부산의 거물 정치인을 비롯해 정관계 핵심인사과도 연결되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로비의 끝판왕’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부산발 이영복 게이트를 살펴봤다.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도피중인 엘시티(LCT)시행사의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자수 형식으로 지난 10일 검거됐다. 부산 초고층 엘시티 개발사업의 실소유주가 검거되면서 엘시티 비리 의혹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의혹의 중심에선 ‘엘시티 프로젝트’


엘시티 사업은 사업초기부터 무수한 논란을 빚어왔다. 10여년전 시작된 엘시티 사업은 특혜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엘시티 사업은 부산 해운대 옛 한국콘도 자리에 국내 최고층 아파트 2개동이 들어선다. 사업 자금만 2조7000억원이 투입되면서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엘시티 사업부지는 당초 아파트를 지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2009년 12월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이를 뒤집었다.


2007년 6월 부산시가 민자 사업자 공고를 냈을 때만해도 중심지미관지구 해제나 해안부 높이 제한 해제 등의 계획은 없었지만 엘시티가 제안한 개발계획 변경안에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전혀 다른 지구로 바뀐 것이다.


<JTBC>에 따르면 당시 이날 회의에서 부산도시공사 건축사업팀장이 아파트 포함 100층 이상 초고층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부산시측이 이를 그대로 밀어붙여 30분 만에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는 도시계획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면제, 교통영향평가 특혜, 고도제한 완화 등 각종 민원이 몰렸던 시기여서 사업 추진과정에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특혜 받은 자’ 누구인가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사람은 서병수 시장의 측근인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다. 정 특보는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엘시티 시행사 대표를 역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복 뒤에 감 취진 그림자 있나…‘朴-최’ 연결고리 찾아라


최순실과 청담동 계원 인맥…이영복 ‘모르쇠’ 버티기 통할까


엘시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0월. 부동산 열풍이 엘시티를 강타하면서 매가톤급 광풍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청약 당시 ‘엘시티 더샵’은 3.3㎡당 2730만원이라는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839가구 모집에 1만4450명이 몰려 평균 17.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펜트하우스(3.3㎡당 7천만원) 2가구에는 137명이 몰려 68.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부산지역의 정·제계 인사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엘시티 아파트의 분양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특혜 분양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

정 경제특보를 비롯해 전 부산은행장, 부산지법원장 출신의 변호사 등 인사들은 엘시티 분양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높은 분양률로 대부분 분양을 마쳤는데 미분양으로 구입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특혜 의혹 가능성을 제기했다.


책임 준공 강행한 ‘포스코 건설’


2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사업 규모와 부실 의혹까지 제기되는 엘시티 사업에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이 참여해 그 배경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사업 참여도 이해가 힘들지만 책임준공을 선언한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포스코건설은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가 사업을 철수사고 떠나면서 장기간 표류할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11일 만에 전격 투입돼 건설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엘시티 사업은 2006년 부산시가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2013년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가 시공을 맡으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후 사업이 지연되면서 자금조달 등에 난항을 겪은 중국건축은 2015년 4월 급기야 시공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장기표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 했지만 구원투수로 나선 것은 다름 아닌 포스코 건설. 포스코 건설은 계약 해지 11만인 4월 17일 시행사인 엘시티 PFV와 공사도급 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문제는 책임준공 조건까지 받은 것이다. 책임준공은 공기연장과 공사비 증액 등 시행사와 귀책사유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절대 불리한 조건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계약 과정에서 책임준공을 꺼리거나 일부 건설사는 이러한 사업에 절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현직 국정원 간부 연루…비리 백화점에 꼬인 실세들


부산 ‘랜드마크’ 건설에도 의문 투성…포스코건설 왜(?)


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주장하는 것은 ‘사업성’이다. 포스코건설은 자료를 통해 “다른 건설사가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했더라도 금융기관에 대해 책임준공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보증은 시공사가 금융기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수반되는 민간개발사업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보증”이라며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금융기관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책임준공 보증을 했다”고 설명했다.


엘시티 사업의 공사비는 약 1조4730억원이며 공사비 중 1조원은 금융기관 PF 자금으로, 나머지 4730억원은 분양수입금으로 조달하기로 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비선실세의 핵심인 최순실을 통해 입김을 작용, 포스코건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영복-최순실, 관계있나


이영복 회장과 비선실세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이 같은 계모임을 한 것으로 나타나 두 사람의 연관관계가 향후 엘시티 사태의 중요한 열쇠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영복 회장(좌)-최순실씨(우)

이른바 ‘황제계’로 불리는 이 모임에는 강남일대의 건물주 등 약 25명의 계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황제계의 곗돈만 한 달에 수천만원에 이르고 이 회장은 도피중에도 곗돈을 납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7일 이 황제계의 계주 김모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한 회원명단과 곗돈 입출금 내역을 분석하는 한편 이 씨와 최 씨의 관계를 확인한다는 방침입니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씨가 해당 친목계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나 계모임에 나가지 않고, 돈만 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씨 일가와의 모르는 사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순실씨가 지난해 10월 문을 연 엘시티 견본주택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씨는 같은 계모임 회원들에게 엘시티 기공식에 당시 초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계원들에 따르면 “3년 전 엘시티 기공식을 한다며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이 계원들을 초대해 계주 김모씨 등 여럿이 1박 2일 일정으로 엘시티 오프닝 행사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의 참석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짙어지는 이영복 커넥션


이 회장은 정·관계 및 법조계는 물론 국정원 간부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의 한 전직 간부는 이 회장이 세운 페이퍼컴퍼니의 사장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부산지부 처장을 지낸 인물이 지난해 4월 이 회장이 만든 페이퍼컴퍼니에 대표를 맡았다.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 비자금 570억원의 사용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대진 부산지검 검사는 “이씨가 횡령했거나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57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자신과 가족의 부동산 취득, 개인 채무변제, 생활비, 본인이 실제로 운영하는 차명 계열사 운영비 등으로 썼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영복 회장은 부산에서 마당발로 통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990년 후반 부산다대·만덕지구 택지 전환 특혜의혹의 주인공으로 다대동 임야 42만평을 구입, 용도변경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당시 용도 변경과정에서 정관계 로비설이 파다했지만 도피 2년만에 자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 9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수사기관에서 끝까지 입을 닫으면서 논란이 됐다.


이 회장은 이번 엘시티 특혜의혹과 정관계 로비설에도 “죽을 때 까지 입을 열지 않겠다”고 공헌하면서 이번 사태 수사에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최순실 사태가 정점을 치닫고 있는 이 시기에 자수한 것도 이 회장과 정관계의 치밀한 계산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이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