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마불’ 원조 제작사 아이피플스, 넷마블 상대로 소송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모바일 게임 ‘부루마불’의 원조 제작사 ㈜아이피플스가 CJ계열 유명 게임 회사인 넷마블을 상대로 저작권 위반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넷마블의 인기 게임인 ‘모두의 마블’이 자사 모바일 게임인 ‘부루마불’의 저작권을 침해했고, 모태가 되는 보드게임 ‘부루마불’에 대해서도 아무런 사용 허가 없이 그대로 베껴 사용하는 등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 모두의 마블의 일반도시 블록 18곳 중 부루마불과 동일한 지명을 사용한 블록이 총 11곳이다. (왼)㈜아이피플스 ‘부루마불’ 2010, (오)넷마블 ‘모두의 마블’

부루마불은 ㈜씨앗사가 1982년에 출시한 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700만장이 팔린 국민 보드게임이다. ㈜아이피플스의 자회사인 엠앤엠게임즈는 ‘부루마불’을 모바일 게임으로 구현하기 위해 원작자인 씨앗사와 독점적, 배타적 사업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모바일 버전의 ‘부루마불’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2013년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현재 버전)이 출시된 이후 엠앤엠게임즈는 매출이 급감하고 2015년 사실상 폐업에 이르렀다. 반면 넷마블은 ‘모두의 마블’ 성공에 힘입어 2013년 기준 673억원이던 매출이 2014년 3천 6백억원으로 6배 가량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높은 영업 이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넷마블은 ‘모두의 마블’ 보드판까지 제작해 판매하는 바람에 보드게임 원작사인 씨앗사마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현재 ㈜아이피플스는 자회사인 엠앤엠게임즈에 이어 씨앗사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버전의 부루마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더 이상 넷마블의 권리 침해 문제를 간과할 수 없어 법적 대응 절차를 밟게 됐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넷마블 ‘모두의 마블’이 ㈜아이피플스 ‘부루마불’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거론되는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넷마블이 ‘모두의 마블’의 모태가 되는 보드게임 ‘부루마불’에 대한 그 어떤 사용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모방하고, 기존 부루마불의 정통을 계승한 게임으로 소개하며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넷마블은 보드게임 ‘부루마불’의 원작사인 씨앗사에 모바일 게임 개발에 필요한 라이선스 체결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씨앗사는 앰엔엠게임즈인 현 아이피플스와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한 상태였기에 제안을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마블은 ‘부루마불’을 무단 도용해 2013년 ‘모두의 마블’을 출시했다. 심지어 ‘부루마불이 넷마블을 통해 온라인 게임으로 등장한다’,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모토로 삼았다’ 등 기존 보드게임 ‘부루마불’과의 동질성 및 연계성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아이피플스 관계자는 모바일 보드게임이라는 영역이 구축되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오랜 기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부루마불’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마케팅으로 ‘모두의 마블’은 출시 초기 엄청난 인기와 함께 안정적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게임 전개 방식과 게임 규칙 등 ㈜아이피플스가 ‘부루마불’을 모바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행위다. 실제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은 무인도, 우주여행 등 원작인 보드게임 ‘부루마불’의 대표적인 아이템을 그대로 가져갈 뿐 아니라 △게이지 바를 통한 주사위 숫자 컨트롤 규칙, △랜드마크 건설 규칙, △한 게임당 30턴 제한 규칙, △우주여행 규칙 등 ㈜아이피플스의 모바일 버전 ‘부루마불’ 게임 규칙과 시스템까지 다수 포함하고 있다. 게임 규칙은 게임 개발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


▲ 모두의 마블의 무인도는 부루마불과 지명과 위치가 동일, 우주여행은 세계여행으로 이름만 바뀌고 위치는 동일하다. (왼)㈜아이피플스 ‘부루마불’ 2010, (오)넷마블 ‘모두의 마블’

㈜아이피플스 관계자는 “넷마블과 같은 대기업이 우리와 같은 중소 게임사의 지적재산권(IP)을 무단 사용하고 심지어 원작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진 것처럼 마케팅 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날 뿐 아니라 최근 국내 다수의 중소 게임 개발사들이 폐업하고 게임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하루 빨리 게임업계에 창작자의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어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창작물 제작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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