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홈페이지 캡쳐.

[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10월 중순까지 들떠있던 KT가 이른바 ‘초상집’ 분위기다. 난데없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휩싸이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만해도 KT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저지에 성공하고 또한 올해 실적도 괜찮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맞물리며 역풍을 맞았다.


결국 지난 20일 검찰은 최순실-안종범-정호성 3인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이 KT의 인사 및 광고 수주에 관여한 것으로 명시해 향후 KT에도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최은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직권을 남용해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추천한 이동수, 신혜성씨를 각각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에 채용하도록 했다”며 “더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주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차씨의 지인이었으며, 신씨는 다른 최씨 측근의 부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작년 1월과 8월,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이동수라는 홍보 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혜성도 이씨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의 연락을 받은 황창규 회장은 작년 2월 이씨를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12월 신씨를 IMC본부 그룹브랜드지원 담당으로 각각 채용했다.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이들이 KT의 광고 발주를 책임지는 위치에서 근무하길 원했고 이에 대통령은 작년 10월과 올해 2월 안 전 수석에게 지시를 내려 황 회장에게 연락하는 이전과 동일한 루트를 통해 이씨를 IMC본부장, 신씨를 IMC본부 상무보로 발령하게끔 했다.


KT에 입사한 이들은 사실상 최씨 소유인 더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3월 플레이그라운드를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8월까지 68억1767만원 상당의 광고 7건을 발주했으며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 검증을 거쳐 정당한 절차를 밟아 진행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KT 입사 전 글로벌 광고 기업 오길비&매더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씨는 과거 영상인에서 차씨와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던 지난 11월15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신씨는 입사 4개월 만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광고 물량 몰아주기에 관해서도 투명한 절차임을 내세웠고 또한 광고 제작은 광고 대행사가 직접 계약을 맺는다는 것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사 청탁 및 광고 몰아주기 혐의를 공소장에 명시해 KT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태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KT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며 KT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특히 KT는 올해 기록한 호실적에 곧 다가올 연말 인사와 관련해 기대감이 고조돼 있었던 터였다.


KT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해 4016억원을 기록했다. KT는 3분기 만에 누적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KT가 2분기 연속 4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2011년 2~3분기 이후 5년만에 나온 기록이다.


12월초에 단행될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KT의 취약적인 지배구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당시 “정치적 낙하산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KT는 주요 임원진에 정치적 낙하산 인사들을 속속 영입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KT 직원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KT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황 회장은 청와대의 직접적인 인사 청탁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KT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10.47%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이제까지 KT는 '주인없는' 회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부의 외압에 인사가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KT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정치적 외풍을 견뎌낼 수 없다”며 “KT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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