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송차 오르는 안종범 전 수석.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검찰이 최순실 씨(60·구속)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은 20일 최 씨를 기소한 뒤 박근혜 대통령도 수뢰 혐의 피의자로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뇌물을 받은 제3자가 있어야 이를 공모(共謀)하거나 도운 공무원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수사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 씨를 ‘한 몸’으로 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데에는 ‘조사 시점’만 변수로 남아 ‘최순실 게이트’는 현직 대통령이 뇌물수수 피의자가 되는 사상 최악의 시나리오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최 씨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지점은 롯데의 70억 원 추가 출연 대목이다. 롯데는 다른 52개 대기업과 함께 작년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했다. 그런데 올 3월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70억 원 추가를 종용했고, 5월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후 검찰의 롯데그룹 내사가 본격화하자 명확한 이유없이 K스포츠재단은 6월 롯데에 70억 원을 돌려줬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은 검찰 조사에서 “롯데의 추가 출연금 납부에 반대했다”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 “연초부터 꾸준히 반대했는데도 박 대통령이 내가 알 수 없는 경로로 출연을 추진했고 롯데 돈이 입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 돈을 되돌려준 것도 자신이 박 대통령에게 재차 반대해서라는 취지로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여러 이유로 롯데의 추가 출연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 수사가 시작될 수순을 밟고 있었다. 4월부터 본격화한 ‘정운호 게이트’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구속)이 연루돼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앞서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롯데 관련 세무조사 자료를 대량 확보한 상태였다. 안 전 수석 입장에서는 추가 출연금 요청이 외압으로 비치는 것이 꺼름칙해 롯데의 추가 출연을 내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의 진술대로 그가 계속 반대했다면 ‘롯데 70억 원’ 문제의 몸통은 최 씨이고, 이를 적극 도운 인물이 박 대통령이란 게 수사팀의 생각이다. 롯데는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현직 대통령의 넓은 직무범위와 당시 롯데의 처지를 고려했을 때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도 입증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기업이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순응한 데는 약점이 있거나 대가를 바랐을 것으로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친분을 쌓아온 시기가 길었음을 감안하면 최 씨 일가가 얻은 이익은 박 대통령 퇴임 후 사회정치적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 두 개에도 이런 정황이 담겨 있다. 수첩 한 개는 대통령이 전화로 지시한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자체로 정성스럽게 옮겨 적은 것이라고 한다. 이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37)가 설립을 주도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재정 지원을 해줄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는 지난 18일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한편 청와대는 “검찰이 아직 최 씨 등을 기소하지 않은 만큼 지금 박 대통령의 혐의 유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혀 기소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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