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현정 기자]26일 개봉하는 다큐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내용으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다.


지난 토크콘서트 당시 제작진은 상영관 수가 넉넉히 확보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며 영화를 홍보한 바 있고 이에 <스페셜경제>는 작가 김원명과 영화 외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오는 길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건 오는 중이고
오고 있다는 거야. 그건 결코 물러서거나 멈추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가 하는 어떤 일도 헛수고는 아니야
난 우리가 승리를 보게 될 거라고 진심으로 믿어
그렇지만 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확실히 못하더라도
승리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중에서 편집 발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극중 화자인 김원명 작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한다.

김원명 작가는 영화<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작가와 내레이션을 맡았다. 김 작가는 장준하 선생과 '유신헌법개헌청원백만인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출판사 '사상'을 함께 했으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백범사상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온 김희로 시인의 둘째 아들이다.


김원명 작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 영화의 기획자인 전인환 감독과 조은성 프로듀서가 제가 쓴 <우리는 힘이 세다>라는 에세이를 보고 참여를 부탁했어요.
에세이를 보면 ‘노무현과 바나나’라는 대목이 있는데 노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부산민주시민협의회(부민협) 활동을 하신 아버님이 감옥에 계실 때 바나나를 사 들고 집에 찾아온 인연을 썼는데 그게 기억에 남았었대요. 그래서 저를 영화 속 화자와 작가로 선택해 영화에 참여하게 됐어요.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조금 망설였지만,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는 말에 동의하며, 그의 죽음에 대해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하는 어느 정도의 책임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도시 이야기'라는 영화의 제목이 정해진 이유는?



"광화문 광장에 갔어요. 한쪽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이 진실을 밝혀달라는 단식을 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폭식투쟁을 하며 조롱하더라고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넘쳐나는데 서민의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SNS에서는 온갖 자유의 언어가 넘치는데 공중파에서는 기획된 뉴스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하나의 시공간에 존재할 뿐이지 하나의 공동체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 든 생각이 예전에 읽었던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였습니다. 소설 속의 시대 상황과 지금의 현실이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고, 소설 속 주인공 중의 하나인 카튼이라는 인물의 직업도 변호사여서 이 영화의 제목을 소설에서 따오기로 했습니다. 더군다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단행본으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고 합니다. 우리 영화를 많이 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조금 담겨있습니다."

왜 이 시대에 노무현을 얘기하는가?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는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사람들대로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노무현을 얘기하지요.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기에는 무리가 있는데요. 우리 사회가 '상식이 있는 사람 중심의 사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떠오르는 분이 노무현 대통령이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그에 대한 자료를 공부하면서 더욱 견고해졌고요."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저는 진실이라는 단어에는 정의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정의라는 단어에는 희망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믿어요. 이 다큐 영화는 진실한 인간 노무현을 보여줍니다. 그의 모습을 통해 남은 우리가 정의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우리의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희망을 품길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영화는 노무현에 대한 다큐가 아니라 노무현을 소재로 한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우리는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도 세상은 쉽게 변화하지 않죠. 좌절하게 되고 넘어지게 됩니다. 그 순간 우리는 어떡해 해야 하나 답답해하고, 이런 노력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그런 실패의 경험이 의미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순간의 패배는 있겠지만 역사라는 큰 흐름으로 볼 때 결국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노력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소중하다는 이야기입니다."


vip시사회 왼쪽부터 장철영 작가. 조동희 음악감독. 김원명 작가. 전인환 감독. 조은성 pd

영화 제작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여러 가지가 생각납니다. 그 하나는 슬픈 기억인데요. 살다 보면 이 사람 만큼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백무현 화백이 그랬습니다. 여수로 백 화백을 만났을 때 그의 순수함과 인간적인 매력에 반해 나중에 제가 그런 얘기를 합니다.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제가 형님이라고 부르겠다고. 그런데 그 말이 그와 나눈 마지막 말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또 하나는 영화 제작 중 감독과의 의견 충돌인데요. 둘 다 고집이 세서 한 번 자신의 고집을 세우게 되면 전화가 뜨거워져 뺨이 벌겋게 익을 때까지 통화하는데요. 끝에는 전인환 감독이 그럽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형이랑 일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러면 감독은 영화의 총책임자이니 제가 질 수밖에 없어요. 아이디어나 내레이션의 많은 부분이 속칭 '킬' 당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준 후 판단을 내리는 것이니 저도 이해하죠"

영화의 상영관을 잡기가 어렵다던데?



내(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외면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상영에 난색을 보여 상영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그나마 스크린을 내준 곳도 '퐁당퐁당' 상영을 넘어 조조나 심야가 일반적이고요. 좌석수가 30여 개 정도 되는 곳을 겨우 열어주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시민들의 청원으로 조금씩 상영관이 열리고 있으니 다행으로 생각하고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좀 발휘해 주셔서 보다 편한 시간대에 보다 많은 상영관이 열려,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진 관객들이 편하게 감상하실 수 있으면 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시공간에 존재할 뿐이지 하나의 공동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서울은 26일 개봉일 대한극장(중구)과 롯데시네마(건대입구, 월드타워)가 28일까지 하루 4차례 상영한다. 하지만 성북, 노원, 강북, 중랑, 마포, 강서구는 상영되지 않는다. 그외의 상영관도 27일 개봉하며 하루 1차례만 상영된다.


경기도는 산본, 주엽(롯데시네마), CGV동수원, 인천은 롯데시네마 부평. 부산은 CGV서면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오투, 메가박스는 덕천, 부산극장, 해운대에서 상영된다. 충청은 CGV대전, 롯데시네마 청주, 메가박스 공주, 경북은 CGV대구, 광주는 CGV광주터미널, 메가박스 전대, 콜럼버스 상무, 전남은 구례 자연드림시네마, 제주는 메가박스 제주에서 상영된다.


추후 상영관 공지는 공식 SNS(https://www.facebook.com/DocuRoh)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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