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전분야 농단....성난 민심 '탄핵-하야' 봇물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사과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말했다.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그러나 개헌은 ‘최순실 게이트’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을 기대하며 개헌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보수·진보 언론을 가리지 않고 연일 터져 나오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에 박 대통령의 승부수는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치고 말았다.


언론을 통해 연일 터져 나오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건네받아 고친 것도 모자라 국가 기밀 문건까지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기밀 사항 담긴 문건 취급


지난 25일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JTBC>에 따르면, JTBC가 입수한 최 씨의 컴퓨터에서 지난 2012년 12월 28일 오전 4시 56분에 저장된 ‘청와대 회동’이란 제목의 8페이지짜리 문건이 발견됐다고 한다.


해당 문건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10시간 앞두고 박 당선인이 참고해야 할 내용들이 명시돼 있었다.


즉, 박 당선인과 이 대통령의 면담에 앞서 최 씨가 박 당선인이 참고해야 할 내용이 담긴 문건을 사전에 받아 보았다는 것이다.


해당 문건의 외교안보 현안에는 ‘북한의 추가 도발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 외에 남북 간 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남북 간에 어떤 접촉이 있는지요’라는 박 대통령의 예상 질문이 있었고, 참고 사항으로 ‘최근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 접촉이 있었다고 함’이란 보충 설명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당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 우리 군과 북한 국방위원회 간에 비밀 접촉이 있었다는 건 알려지지 않은 기밀 사항이었다.


이는 결국 국가의 기밀 사항을 한낱 일반인에 불과했던 최 씨가 알고 있었다는 얘기로, 국가 기밀 사항이 담긴 문건을 취급했다는 것.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국가 기밀 사항이 담긴 문건을 취급한 정황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권 하에서 최 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순실 비선 모임…청와대 문건 제작소?


이와 관련해 최 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까지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를 단독 보도한 <한겨레>에 따르면,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이었던 이성한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 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쥴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 씨는 거의 항상 있었고 고영태 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씨의 이 같은 발언은 최 씨가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차은택·고영태 등과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이 비선 모임에서는 인사 문제도 논의됐는데,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가 결정됐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왜 유독 인사 참사 논란이 심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씨는 최 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30㎝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고 설명한 뒤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어 “최 씨는 모임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자료를 던져주고 읽어보게 하고는 ‘이런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라고 지시를 내렸다”면서 “최 씨를 말을 듣고 우리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올리면 그게 나중에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청와대 문건이 돼 거꾸로 우리한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청와대 수석들이 국정 현안에 대해 자료를 올리면, 정호성 비서관이 최 씨에게 자료를 건네주고, 자료를 건네받은 최 씨가 자신의 측근들을 시켜 계획서를 만들면, 그게 청와대 문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청와대는 최 씨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왔다는 것.


박관천의 권력서열 1위설…'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어 이 씨는 굉장히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 놓는다.


이 씨는 “이런 얘기는 통념을 무너뜨리는 건데, 사실 최 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면서 “최 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 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씨의 주장은 결국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최 씨가 박근혜 정권 권력서열 1위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 냄새 맡은 김종 차관, '최순실에 현안보고 인사 청탁까지?'


최 씨가 권력 서열 1위라는 냄새를 맡은 것일까.


이른바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리는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이 최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TV조선>에 따르면, 김 차관은 최 씨를 수시로 만나고 자신의 측근들의 이력서를 보내 요직에 앉히려 했다고 한다.


체육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김 차관에게 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면, 김 차관은 해당 이력서를 최 씨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차관은 늦은 밤 수시로 최 씨를 만나 ‘회장님’이라 부르며 현안과 인사 문제를 보고 했고, 실제로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해명자료를 내고 “최 씨에게 인사 청탁한 사실이 없으며, 본인에게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입을 옷…이영전·윤전추 행정관 관여


권력서열 1위로 지목되고 있는 최 씨는 국정 현안에 깊숙이 개입한 것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주요 행사에서 입을 옷을 직접 준비했다고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영선 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과 윤전추 행정관도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TV조선>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최 씨는 박 대통령이 주요 행사에 입을 옷을 고르거나 장식을 달았다고 한다.


최 씨가 준비한 옷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착용하고 나왔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이 주요 행사에 입을 옷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근접 경호를 담당했던 이영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심부름을 했으며, 2014년 2월 최연소 3급 행정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윤전추 행정관은 잡무를 도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종범, “서로 잘 도와주라”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최 씨의 소유의 더블루케이 운영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동아일보>에 따르면, 더블루케이 조모 전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1월경 안 수석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에 잘 이야기해 놨다. 만나 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안 수석으로 전화를 받은 조 전 대표는 며칠 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플라자호텔 식당에서 안 수석과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던 정현식 사무총장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안 수석은 “서로 잘 도와주라”라고 언급했다는 것.


이는 최 씨가 진행하는 더블루케이 사업을 위해 안 수석이 K스포츠재단을 연결시켜주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안 수석이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과의 연관성을 부인해 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뽑은 것인데, 국정 운영은 최 씨가 했다’는 제1야당 대표의 언급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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